닭치고 정치

 

  김어준은 자신의 이름 자체로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고 있다. 기승전결이 일관되어 그와의 정치성향이 맞지 않다면, 스킵하면 된다. 그의 책도 팝캐스트도 그의 말도. 대부분 그렇다. 교류가 잦고 친한 경우라도 특정한 부분이 맞지 않으면 굳이 그 부분을 꺼내어 함께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업무적인 부분이나 사적인 일에서나. 아마도 후자의 경우는 보다 맞는 사람과 어울리려 하지 굳이 맞지 않는데 어울리려 애쓰지는 않을 것이다. 어떤 ‘이유’가 있지 않고서는. 그 맞지 않음을 감내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감내하는 것도 한계가 있는 일이다. 내가, 감내해야 할 ‘이유’는 과연 있는가. 정치라는 것은 특정 정치인의 정치행위가 아니다. 그 정치로 인해 파생된 결과를 내가 온 몸으로 받기 때문에 나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스킵’할 순 없는 일이다. 집권 정치인의 정치행위를 ‘무시’할 수 없는 이유다. 관심 없다고 보기 싫다고 클릭하지 않는 기사와는 차원이 다르다. 그래도 몇 개쯤은 클릭하지 않는다. 대략 내용과 결과가 예상되는 기사는 ‘스킵’. 그럼에도 온 몸으로 받는 기사는 수두룩하고 그 결과는 참담하다. 최근에도 끊임없이 각종 사고와 사건 소식이 상위를 오르내리고 있다. 교통사고, 화재 및 안전사고, 자살, 성폭행, 아동학대·유기, 살인….

  아무리 정보사회라지만 지나치게 사고가 잦다. 하루에도 몇 번이나 대형 사고가 빗발친다. 오늘을 장식한 사고가 어제의 사고가 아니라 지명을 달리한 채 전국에서 들끓고 있다. 마치, 폭정의 시대 농민봉기처럼. 차라리 봉기라도 되면 좋겠다. 안타까운 사고들을 볼수록 안쓰럽고 답답하다. 안전한 대한민국은 점점 멀어져간다. 부주의라고 말하지만 공사 현장의 잦은 사고들이 과연 우연일까. 개인의 안전이 위협받고 보장되지 않는 사회, 사회면의 무수한 기사들은 정치면의 허무개그식의 ‘정치행위’의 결과라고 말한다면 지나친 비약이 되나?

  기사들을 보다 역시 김어준이라는 생각이 든 것은 ‘닥치고 정치’라는 제목이 어쩜 이리 어울릴까라는 생각때문이었다. 물론 김어준은 어쨌든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을 이 제목 하나로 표현했다. 하지만 정치권도 이에 답하고 있다. 그냥 ‘닥치고’ 막가는대로 정치행위에 몰두하고 있다. 집권시기도 얼마 남지 않았으니 더욱 더 그러할 것이다. 사실, 기가막힌 일들이 한두어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어쩌면 사소한 하나에 폭발이 되고 마는 것은, ‘닥치고’ 정치에 익숙해져서이다. 하지만, ‘으레 그렇지 뭐’라는 말이 나오는 엄청난 사건들에 반초연했다가 ‘반’을 떼어버리도록 울분이 터진 것은 장관 임명 사건이다.

  어쩌면 집권 정권 통틀어 반복된 일이기도 하고 다른 일들에 비해 아주 사소한 일이다. 그럼에도 이 시점에, 여전히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는 이 정권에서 한 나라의 장관을 선발하는 일에 여전히 ‘닥치고’를 실현하다니. 기본이고 예의다. 이럴 거면 인사청문회의 필요성이 있는가.

    

박근혜의 사사롭지 않음은 사사로울 필요가 없어서 사사롭지 않은 거야. 아버지가 국가고, 정치는 제사고, 생활은 관념이니까. 사사로울 이유가 없는 거야.

생활을 전혀 겪어보지 못했어. 정치는 결국 생활이 대상인 건데. 생황이 관념이니 정치도 관념인 거지. 사람들은 그걸 결국 구분해낼 거라고 봐. 우리 모두는 생활인이니까. p69.70 


  이렇게 나의 일상은 사소하지만 사소하지 않은 일로 사소해소는 안되는 일로 파열을 맞는다. 오구아 에이지는 <사회를 바꾸려면>이라는 책에서 “사회운동이 어떤 이슈로든 대대적으로 공론화되는 계기가 있다”고 했다. 이상하게도 지난 정권도 마찬가지로 그럴만한 ‘이슈’는 무수히 많았음에도 ‘공론화’되는데 실패했다. 실패했다고 본다. 생각하는 지점들이 너무도 달랐던 것일까. 그 이슈들이 구조적 쌓여 있던 불만이나 감정을 표현하는 수단이 될 정도가 아니었던 걸까. 김어준이 5년 전에 이 책에서 말한 것들이, 5년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나와야 하는 이 암울함. 아주 시국이 엄중하거든. 그렇네.


그냥 다이렉트하게, 폼 잡는 이론이나 용어 빌리지 않고, 일상의 언어로 정치를 이야기해보자고. 평소 정치에 관심 없는 게 쿨한 건 줄 아는 사람들에게, 그 놈이 그 놈이라는 사람들에게, 좌우 개념 안 잡히는 사람들에게, 생활 스트레스의 근원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정당들 행태가 이해 안 가는 사람들에게, 이번 대선이 아주 막막한 사람들에게, 그래서 정치를 멀리하는 모두에게 이번만은 닥치고 정치,를 외치고 싶거든. 시국이 아주 엄중하거든, 아주. p2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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