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길들이는 법
도러시아 브랜디 저,
작가 수업 - 글 잘 쓰는 독창적인 작가가 되는 법
좋은 소설은 주인공에 관한 진실을 들려주지만,
나쁜 소설은 작가에 관한 진실을 알려 준다.
- 길버트 키스 체스터턴
작가수업을 읽고 놀란 건 크게 두 가지다. 우선, 글쓰기에 관한 책 중 맘에 드는 책이라는 점. 두 번째는 작가가 1892년생이고 이미 사망했고 이 책은 1934년에 쓰여졌다는 것이다. 생각보다 오래된 책의 역사에 놀랐다. 오랜 시간 동안 이 책은 전세계에서 사랑받았고 글쓰기의 지침서이자 필독서인 책이다. 글쓰기에 관한 동일한 형태의 기법과 태도를 말하는 글쓰기 책들과 다른 이 책이 가진 무엇이 이토록 사람들을 홀리고 있을까.
얘기를 달리하면 지금의 글쓰기 책들 역시 도러시아 브랜디의 <작가수업>을 읽고 글쓰기에 대한 노하우를 터득했다는 말이다. 그렇게 해서 자신만의 글쓰기 습관을 들이고 방법을 터득해 갔을 것이다. 그럼에도 왜, 이 책만큼의 흡인력과 매력을 못 느꼈을까.
이 책은 깔끔하게 정리된 느낌을 주면서 작가의 글쓰기 방법에 대한 신뢰를 준다. 마냥 ‘쓸 수 있다! 써라!’라는 격려와 주술식 선동이 아니라 차분하게 보다 글을 잘 쓸 수 있기 위한 진솔한 조언들이 담겨 있다. 글쓰기의 어려움을 먼저 제시해서 공감과 함께 몰입이 되는 것일 수도 있겠다. 글쓰기 책에서 원하는 것이 실질적인 필요를 충족시켜 주는 기술적인 방법에 대한 제시일 거라고 생각하게끔 된다. 그것이 글을 잘 쓰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하게 되니까. 하지만 사실 가장 큰 글쓰기의 어려움은 글을 쓰지 못하고 있는 상태, 바로 “심리적인 어려움”이다.
단 하나의 문장도 떠오르지 않는 듯한 이 침묵의 기간 때문에 고통을 겪는 사람들은 일단 저주 어린 주문에서 풀려나면 거침없이 술술 써내려 갈 수 있다. 글쓰기 교사는 문제의 근원을 정확히 파악해 거기에 맞는 조언을 해주어야 한다. 이번에도 역시 영감의 번개가 내려쳐주기를 바라는 심리가 문제의 이면에 도사리고 있을지 모른다. 많은 경우 이러한 어려움은 완벽이라는 거의 도달 불가능한 상태를 추구하는 데서 비롯된다. 또 더러는, 과도한 허영심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 경우에 작가는 외면당할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려다 결국 인정받을 수 있다는 확신이 들기 전까지는 아무 것도 손 댈 수 없게 된다. p33
문제의 근원. 도러시아 브랜드는 문제의 근원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듯하다. 그렇다면 나또한 문제가 무엇인지 잘 알고 있는 거다. 그 문제를 해결하는데 사용하는 언어가, 그 해결의 방법이 도러시아 브랜드의 것이 나에게 좀 더 와 닿았을 것이다. 또한 작가가 되기 위한 습관이나 환경,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 독서법, 예술적 시각을 훈련하는 것 등 대체로 비슷한 조언들과 설명에도 훨씬 쉽게 긍정이 되는 것도 이 책의 전반적인 서술의 매력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유명한 작가들의 사진들을 볼 수 있고 또한 그들의 명언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얼마나 좋은 작품이 탄생하느냐는 그대와 그대의 삶에 달려 있다. 다시 말해 그대의 감수성이 얼마나 예민한지, 분별력이 얼마나 날카로운지, 그대의 경험이 독자의 경험과 얼마나 일치하는지, 훌륭한 글쓰기의 요소를 얼마나 철저하게 익혔는지, 말의 가락을 가려짚는 귀가 얼마나 발달해 있는지에 달려 있다. 하지만 그 동안 성실히 훈련에 임했다면 일관성 있고 균형 잡힌 작품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다. p194~195
다시 한번 주의를 기울여 책의 제목을 살펴본다. <작가수업> 그리고, 글 잘 쓰는 독창적인 작가가 되는 법! 도러시아 브랜드는 “글쓰기를 생업으로 삼든 삼지 않든 우리 모두 말에 너무 길들여진 나머지 말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라고 했다. 맞다. 글쓰기를 생업으로 하는 작가가 되든 그렇지 않든 우린 말에 길들여져 있으니 조금이라도 말에 대해, 글에 대해 잘 아는 방법이 이 말을 길들이는 방법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