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명왕으로 배터지는 사회



정수복 외, 사회를 말하는 사회

 



 마치 재밌는 놀이마냥 한국사회가 가진 문제적 특징들을 잡아내고 그에 대해 분석한 책들이 증가했다. 책의 내용보다도 한국사회에 대한 그 명명들이 재미가 있어 도대체 어디까지 계속될까 궁금했던 참에, 이렇게 그 명명들을 다 모아 엮은 책이 나와 주었으니 이름하여 ‘사회를 말하는 사회’다. 총 4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 학자들이 한국사회에 대해 분석한 것을 주제에 맞게 총정리한 것이다.

  전문가들이라지만 쏙쏙 문제를 찾아내어 지칭하는 네이밍 센스가 재밌다. 하지만 이 모든 명명을 보고 있다 보면 정말이지 웃프다. 결국 한국사회의 슬픈 자화상이니까. 내가 살고 있는 현실의 모습이니까. 이런 곳에서 살고 있으니까.

  1장에선 ‘나는 항상 배고프다’는 제목 아래 소비사회, 자기절제사회, 낭비사회, 잉여사회, 하류사회, 탈학교사회, 허기사회의 모습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이들에 부여된 사회의 특징들은 한국사회의 ‘결핍’에 관한 내용들이다. ‘나는 항상 배고프다’는 말은 히딩크가 축구를 하면서 성적과 승리에 대해 이야기한 이후로 더욱 회자되는 것 같지만, 이 사회는 사람으로 하여금 늘 배가 고프게 만드는 사회인 것 같다. 소비사회이니까 더욱 더 소비를 하게끔 더욱 더 욕구를 불러일으키고 그래서 더욱 더 낭비하게끔 하고 잉여사회에 잉여자로 살게 함으로써 사회경제생활에 진입하지 못하는 결핍을 만들어내니 말이다. 끊임없이 경쟁을 부추기고 타인과 비교하고 끊임없는 결핍으로 인해 허기를 느끼며 살고 있는 사회다. 그것이 경제적 결핍이든, 정신적 결핍이든 이 사회는 결핍이 만연한 사회다.

  2장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는 현대인들의 불안과 위험에 대한 분석이다. 많은 학자들이 현대 사회를 위험사회, 분노사회, 감시사회, 과로사회, 탈감정사회, 피로사회, 탈신뢰사회라고 말하고 있다. 현대 사회를 위험사회라 지적한 울리히 벡은 위험에도 사회적 지위가 있어 사회적 약자들의 위험 지위가 낮다고 말한다. 돈과 지식과 정보의 차이가 이런 결과를 가져온다. 현대사회는 감시사회인데  ‘감시’의 정당성은 판단하는 기준은 “감시하는 주체와 감시당하는 객체 사이의 ’관계‘이며, 특히 그 양측의 '힘의 관계’에 따른 것”이라 말한다.


 권력에 대한 감시가 정당성을 얻는 이유는 단순히 권력을 가진 이들 개인에 대한 책임감이나 도덕성의 차원이라기보다는 구조적으로 불균형 상태에 있(을 수밖에 없)는 힘의 상태를 균형 상태로 맞추고자 하는 것이며, 따라서 감시는 일종의 ‘힘의 균형을 위한 사회적 장치’ 중 하나라고 이해할 수 있다. p85


  그런 점에서 볼 때 한국적 ‘감시’는 정당성이 없다. 권력이 힘을 가지지 않은 자에 대한 이 빈번한 감시와 사찰의 사회다. 제 역할을 해야할 언론도 감시의 대상과 방향을 권력의 눈으로 보고 있는 사회다. 이러한 ‘역감시사회’가 정치적으로 독재이며 경제적으로 빈부격차가 벌어지는 사회와 같다고 말한다.

  3장 ‘괴물들이 사는 나라’에서는 승자독식사회, 격차사회, 부품사회, 주거신분사회, 팔꿈치사회, 영어계급사회, 절벽사회, 제로섬사회에 대해 말하다. 이런 특징은 공동체가 해체된 사회의 단면이다. 성공과 1등에 집착하는 사회, 승자만 계속 승자로 살아남는 사회다. 그래서 또한 이 사회가 부품사회라 불리는 이유를 안고 있다. 신자유주의 확산과 과도한 경쟁으로 각박하고 야박한 이 사회에서 안락한 노후는 보장되지 않고 1% 기득권 집단의 부속품으로 살아가고 있는.

  4장 ‘어느 날 차단되었습니다’는 분열사회, 네트워크사회, 단속사회, 루머사회, 무연사회, 싱글사회, 신 없는 사회에 대해 설명한다. 이들 사회는 온라인 상에서만 접촉하려는 현대인들의 모습에 대해 조명한다. 현대사회는 네트워크나 사회관계망 서비스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서로 접속하고 접촉하는 듯하지만 서로가 얼굴을 마주하지 않은 이러한 관계의 양상은 많은 문제와 모순을 안고 있다.


 글래드웰은 ‘강한 결속’과 ‘약한 결속’이라는 개념을 적극적으로 차용해 소셜미디어가 소소한 사회적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지 몰라도 중대한 사회변화를 일으키는 데는 역부족이라고 주장한다. p201~202


  사회가 서로 관계를 맺으며 그 관계 속에서 타인을 존중하고 배려하며 함께 공생하는 사회로 나아가야 하는데 오늘의 사회는 전혀 그렇지가 못하다. 경제적인 풍요와 정보의 발달, 생활의 편리가 있지만 결핍의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은 과로하고 분노하고 피로하고 감시당하며 이 사회를 살아가고 있다.

  이 책은 이런 사회속에서의 우리들이 분노와 회한을 떨치고 자기 성찰과 자기 혁신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보다 비판의 주체로 거듭나야 한다고. 그러고 싶지만, 그러기에 이 사회가 너무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도대체 주렁주렁 나오는 이런 사회에서 무엇보다 해결해야 할지. 무엇에서 희망을 보아야 할지. 그럼에도 결국 답이 ‘나 자신’의 성찰이 되어야 하는 것은 왜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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