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 방법
생각의 지도- 동양과 서양, 세상을 바라보는 서로 다른 시선
리처드 니스벳 조, 최인철 옮김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 방법에 관해 문과와 이과생의 반응이 다른 유머코드를 조금 진지하게 들여다보면 느끼게 된다. 똑같은 장면을 두고도 서로의 경험과 이해에 따른 해석을 하게 되는 것을 반복적으로 겪게 되면 어느 순간 너와 나에 대한 성격과 성향을 확정짓게 된다. 동양과 서양의 사고방식의 차이도 이와 같은 것 아닐까. 내가 배워 온 것대로 내가 아는 선에서 문제를 바라보고 해결하게 되는 것.
동양과 서양은 여러 가지로 다르다고 한다. 어떤 점이, 어떻게 다른 지 많이도 이야기되기도 한 것 같은데 이미 우리의 뇌리에는 동양과 서양은 무조건 다르다가 지배해 버린 듯하다. 문화적 차이인지, 유전적 차이인지에 관한 논쟁도 있긴 하지만 어쨌든 ‘다르다’.
이 책은 동양과 사양의 ‘사고방식’의 차이에 대해 논증하고 있다. 저자인 리처드 니스벳은 문화가 인간의 사고방식을 지배한다는 입장이며 심리학자로 이것을 심리적 차이로 접근·분석하여 총9장으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동양과 서양이 여러 분야에서 나타내는 차이는 ‘항상성’을 가지고 있다. 즉, 특정한 사회적 행위들은 특정한 세계관을 가져오고, 그 세계관은 특정한 사고 과정을 유발하며, 그 사고 과정은 역으로 원래의 사회적 행위들과 세계관을 다시 강화시킨다. 이런 항상성을 이해하는 것은 인간 사고의 본질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또한 주어진 사회적 조건에서 어떻게 사고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또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에게 어떤 사고 방식을 가르치는 것이 중요한지를 논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p20
리처드 니스벳은 서양은 개인주의적 관점을 동양은 개인과 주변 인물 간의 관계를 부각시키며 이것은 일찌감치 아이들의 교육에서도 나타나고 있다고 말한다. 사회심리학자인 도드 코헨과 알렉스 건즈의 연구 결과 또한 동양인들은 사건에 대해 종합적인 관점을 가지고 다른 사람의 시각에서 보는 반면 서양인들은 주로 자신의 관점, 즉 안에서 밖을 내다보는 관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동양적 사고에서 바라본 개인은 구체적 맥락 속에 있는 존재로 구체적인 어떤 사람과 구체적인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 존재로 사회적 상황에서 인간을 분리시키는 것을 낯설게 생각하는데 인류학자 에드워드 홀은 이 차이를 ‘저맥락’ 사회와 ‘고맥락’ 사회로 구분 설명했다. 저맥락 사회인 서양에서는 사람을 맥락에서 떠어내어 이야기하는 것이 가능하기에 개인은 맥락에 속박되지 않은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행위자 자유롭게 옮겨 다닐 수 있다. 그러나 고맥락 사회인 동양에서 인간이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유동적인 존재로서 주변 맥락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것이다. 이런 연구결과와 저자가 실험한 연구들을 종합하여 저자는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현대의 동양인들은 고대의 동양인들처럼 세상을 종합적으로 이해한다. 그들은 전제 맥락에 많은 주의를 기울이고 사건들 사이의 관계성을 파악하는데 익숙하며, 세상이 복잡하고 매우 가변적인 곳이라 믿는다. 또한 세상의 구성 요소들은 서로 얽혀 있고, 세상사는 양극단 사이에서 순환을 반복하는 형태로 진행되며 그러한 사건들을 통제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과의 협동과 조정이 꼭 필요하다고 믿는다. p105~106
어쨌든 동양과 서양은 서로 다른 사고방식의 차이를 가지고 있다. 왜 이러한 차이가 나타나는가. 저자는 이것은 서로 다른 생화환경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것이 서로 다른 경제적·정치적·사회적 체제를 초래했다고 설명한다. 경제적인 차이가 사회구조의 차이로 사회구조적 차이가 사회의 규범과 육아방식을 만들어내며 환경에서 주의를 기울여야 할 부분을 결정지었다고. 그리고 서로 다른 이해가 결국 지각과 사고 과정(인식론)의 차이를 가져왔다. 그래서 이런 차이가 뭐 어쨌단 말인가, 어떡해야 한단 말인가.
사회의 인종적 다양성은 여러 가지 이유로 옹호되고 있다. 그중 하나가 다양한 문화권의 사람들이 공존함으로써 교육적 환경과 업무 환경이 더 풍성해진다는 것이다. 우리의 연구는, 상이한 사고방식을 가진 문화권의 사람들이 함께 일하면 어떤 문제든지 쉽게 해결할 수 있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동양인과 서양인의 사고 방식과 기술이 매우 다르기 때문에 서로의 단점을 보완해줄 수 있을 것이다. 어떤 문제든지 같은 문화권 사람들끼리만 모여서 해결하기 보다는 서로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이 함께 해결할 때 문제 해결이 훨씬 쉬울 것이라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p222
차이는 다름을 말하는 것이다. ‘옳고 그르다’도 '우위'의 문제도 아니다. 각각은 자신들이 문화적으로 익숙하게 배우고 살아온 대로 기준을 정해 상황을 해결하고 판단하는 것뿐이다. 이것을 잘 알며 어느 때인가는 세계가 지구촌이라는 말로 서로 이해와 존중하며 살아나가는 것 같았는데 점점 서로 자문화를 강조하며 갈등만이 부각되고 있는 것 같다. 이성과 감성으로 서로를 존중하는 분위기가 가득했다가 왜 차이를 차별과 공격으로 인식하고 인식한 대로 적대적으로 변하는 상황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어쩌면 강대국의 논리, 혹은 자본의 논리에 따라 어떤 문화권의 목소리가 문제 해결의 주도권을 쥐고 있어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