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명’과 ‘자기 방어’에서 더 나아가


왜 아무도 성냥팔이 소녀를 도와주지 않았을까 -동화로 보는 심리학


류혜인, 이가서, 2013


  

  동화로 보는 심리학이란 타이틀을 달고 있는 이 책은 많이 보아 온 동화에서 심리학 이론을 이끌어 낸다.  심리학을 전공한 저자는 동화를 읽으며 자신의 전공을 적용시켰다. 한번쯤 의아하게 생각해 봤을 동화 속 궁금한 지점에 익숙하게 행하고 있는 ‘이론’으로 명명한 행동들이 나타나 있다.

  가령 백설 공주는 왜 자꾸 문을 열어 줄까?라는 질문은 나쁜 일을 당하면서도 계속 낯선 이를 맞아들이는 백설 공주에게 갖게 되는 답답함 중 하나다. 나쁜 사람일지 모른다고, 제발 문을 닫고 열어 주지 말라고! 라고 외치지만 이미 백설 공주는 냉큼 달려 나와 기어이 낯선 이와 만나고 또다시 해를 입는다.

 이러한 백설 공주의 행동을 저자는 '접촉 위안‘이라 말한다. 인간은 신체적 접촉을 하면 마음의 안정감을 느끼게 된다. 이것은 피부에 있는 C-촉각 신경섬유가 신체접촉 시 가장 활성화되어 뇌에서 엔돌핀과 옥시토신이 분비되어 안정되고 좋은 기분을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오두막에서 홀로 외로운 백설 공주는 낯선 이의 방문에서 이러한 접촉위안을 받고 싶었던 것이다.

  떡 하나 주면 안 잡아 먹지로 유명한 해님 달님 이야기에서 어머니는 왜 호랑이의 부탁을 들어주었을까. 그것은 문간에 발 들여놓기 기법으로 설명한다. 이것은 상대가 거절하지 못하는 작은 요구에서 시작해 점점 큰 부탁을 하게 되면 상대방이 역시 거절하지 못하는 전략이다. 

  성냥팔이 소녀를 아무도 도와주지 않은 것은 방관자 효과로 설명한다. 우리 사회에서 많이 보게 되는 현상이다. 내가 아니어도 누군가가 도와주겠지라고 생각하게 되는.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목격한 사람이 많을수록 도움을 주는 사람이 적어지는 현상이다.

  벌거벗은 임금님을 보자. 한 아이가 벌거벗었다라고 외치기 전까지 사람들은 모두 임금님의 옷이 멋지다는 동조 현상을 보였다. 이 현상은 ‘인간의 옳게 행동하고 싶은 욕구’와 다수의 의견이 곧 하나의 압력이 되어 ‘집단 규범’으로 작용할 때 일어난다. 전자의 경우 자신이 잘 모르는 상황에서 다른 사람을 따라 하면 손해는 보지 않을 거라는 생각 때문이다. 특히 내가 가진 정보가 부족하고 그래서 정확한 판단을 내리기 어려울 경우 강하게 일어나게 된다. 후자는 그 규범을 따르지 않으면 소외당할지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다.

  온달이 장군이 될 수 있었던 것은 피그말리온 효과로 설명한다. ‘믿는 대로 실현된다’ 이것이 피그말리온 또는 로젠탈 효과다.

  같이 밥먹기에 실패한 여우와 두루미 이야기를 보자. 여우는 왜 두루미에게 납작한 접시에 음식을 주었을까? 이것에 대해 저자는 여우가 단지 ‘착각’한 것이라 말한다. 바로 자신의 생각이 보편타당할 것이며 따라서 다른 사람들도 나처럼 행동하리라는 잘못된 믿음 ‘허구적 합의 효과’ 탓이다. 이것은 인간이 다른 사람이나 상황을 이해할 때 자기를 기준이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어부와 마신에서 마신은 자신을 구해준 어부를 죽이려 한다. 이것은 좌절-공격 가설로 설명한다. 자신이 예상치 못할 때,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바가 부당하게 차단될 때 좌절감을 느껴 공격성을 나타낼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인데 이러한 심리가 여기에 적용된다.

  우리가 어떤 행동을 할 때 ‘아, 지금 나는 방관자 효과’ 때문에 이렇게 하는 거야, ‘난 접촉 위안이 필요해서’ 이렇게 이야기 하지 않는다. 그때 그 행동들은 나도 모르게 ‘하고 있는’ 것이다. 심리학이란 행동이 일어난 이후의 결과에 대한 해석이고 어쩔 땐 변명같이 들리기도 한다. 심리학을 통해 어떤 행동을 예측해서 그 심리를 피해 갈 거야라고 할 일은 없으므로. 왜 아무도 성냥팔이 소녀를 도와주지 않냐고! 방관자 효과라서. 그때서야 ‘맞아, 맞아 그래서 그랬어’라며 우리의 행동에 대해 변명하고 뒤늦은 안심을 하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 동화속에서 이끌어낸 심리학이론이 낯설지 않은 건 너무 많이 들어왔다는 얘기다.

  이렇게 읽어 내는 심리학이 누군가에 대한 또는 나 자신에 대한 이해의 차원을 달리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 있다. 하지만 이것이 어떤 행동에 대한 ‘변명’이나 ‘자기 방어’가 아니라 어떤 행동을 이끌어내는 힘으로 전개될 수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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