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근육 트레이너의 말

  김영하 <말하다>


 <보다> <말하다> <읽다> 삼부작의 두 번째 산문집이다. <보다>에서 일상에서의 사회구조와 세밀함을 보았다면 <말하다>는 작가가 지금까지 진행한 인터뷰, 대담, 강연을 모아 엮은 것이다. 1995년에 첫 작품을 발표하며 등단했으니 20년의 세월이 지났다. 그동안 많은 작품을 썼고 많은 곳에서 강연을 했으니만큼 그 많은 말들 중에서 이 책에 담은 내용은 어떤 특별함이 있어 선택한 것일지 기대하게 된다.

  4부로 구성된 이 책은 작가로서 ‘글쓰기’에 대해 가지는 생각과, 글쓰기의 방법, 문학 등에 관련한 내용들로 이루어져 있다. 하지만 그 때의 강연을 그대로 글로 옮긴 것이 아니라 주제에 맞추어 재정리했다고 한다. 오랜 세월을 글쓰기로 살아온 작가로서 소설가로서의 정체성과 비전에 관한 강연과 질문들이 많았겠다 싶다. 다시 한번, 김영하 작가가 한국에서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많은 작품이 번역된 인기 작가라는 것을 생각한다.

  작가의 강연을 들은 적이 없어 작가의 말투나 몸짓은 모르겠다. 오래 전 TV의 여행프로그램에 나왔던 것은 기억하는데 작가의 말투는 가물가물 떠오르지 않는다. 그래서 이 글들을 그의 말로 전환해 듣기는 실패했다. 음성지원은 멀리고 가고 글을 통해 오히려 작가의 목소리를 상상하며 글을 읽었다. 어쨌든 제목은, <말하다>니까.

  

건강한 개인주의란 타인의 삶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독립적 정신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 그 안에서 최대한의 즐거움을 추구하는 것이라 정의하고 싶습니다. 이때의 즐거움은 소비에 의존하지 않는 즐거움이어야 합니다. 물건을 사서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이 아니라 뭔가를 행함으로써 얻어지는 즐거움입니다. 즉, 구매가 아니라 경험에서 얻는 즐거움입니다. p28


  작가는 건강한 개인주의를 위해서는 단단한 내면이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이것은 지식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감각과 경험을 통해 완성”되는데 그렇기에 “감성근육”을 키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작가 말하는 감성근육이란 결국 더 많이 깊이 보고, 읽고, 느끼고, 생각하고, 쓰는 일들일 것이다. 자신의 내면으로 더욱 깊이 들어가 감성근육을 키우는 방법으로 어쩌면 글쓰기만한 방법이 있을까. 아마도 작가의 감성근육은 읽고 생각하는 것과 더불어 글쓰기에서 길러지고 있을 것이다.

  작가에게 글쓰기는 자기해방이다. 글을 쓰는 동안 변화하는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그래서 작가는 글을 쓴다는 것이 인간에게 허용된 최후의 자유이자 권리라 외친다. 이러한 생각으로 글쓰기를 하는 작가이기에 다양한 상상력과 독특한 문체로서의 작가의 글을 만날 수 있었던 모양이다.


글을 쓴다는 것은 한 인간을 억압하는 모든 것으로부터 자기 자신을 지키는 마지막 수단입니다. 그래서 예로부터 압제자들은 글을 쓰는 사람을 두려워했습니다. 그들은 본질적으로 굴복을 거부하는 자들이니까요. p57.


  그리고 작가가 되는 데는, 글쓰기를 위해서는 ‘책’이라는 것이 필요하다고 그것만이 작가를 만든다고 말한다. 모든 작가가 독자였고 주변 작가들에게도 물어봤더니 그렇다고 했단다. ㅎㅎ. 한 사람을 작가로 만드는 것은 ‘작가가 될 수 없는 백 가지 이유’가 아니라 ‘될 수밖에 없는 한 가지 이유’라고 말하는 작가의 한 가지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김영하가 작가가 될 수밖에 없는 한 가지 이유는 그것이 운명이기 때문일까? 언젠가 어느 글에서 작가가 점을 보았는데 전혀 글과 관련된 일을 하지 않은 때였는데 작가를 언급했다는 글을 본 기억이 난다. 작가는 이렇게 운명적으로 정해지는 건가라는 생각을 했었더랬다.

  

글을 잘 쓰는 것은 어떤 기술의 문제도 아니고, 기법의 문제도 아니라고 생각해요. 어떤 순간에 인간이 고요하게 자기 서재, 아무도 침입해오지 않는 고요한 공간에서 자기 자신을 대면하고 정직하게 쓴 글에는 늘 힘이 있고 매력이 있어요. p121


  지금은 인터넷이 발달하고 개인 블로그나 컨텐츠가 많이 있으니까 재능을 펼칠 여건이 많고 자신의 흥미와 재능을 발견할 기회도 많다. 하지만 예전에는 ‘글’도 그렇고 ‘그림’도 그렇고 어떤 분야의 재능은 꼭 누군가에게 정해진 것처럼 여겼던 것 같다. 그래서 그와 관련된 것을 배워야 하고 그래야만 하는 것이기에 ‘한번도 해본 적이 없어요’라며 발을 담궈볼 기회도 갖지 않으려 하거나 금세 풀이 죽어 ‘내 길이 아닌가봐요’ 하게 된다.

  하지만 작가가 말하듯 온전히 기술과 기법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전혀 아니다라고는 말 못하겠지만 분명 글쓰기는 작가가 말하듯 ‘감성근육’을 키우면 다가가기 쉬워질 것이다. 아니 감성근육을 키우다 보면 가까이에 다가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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