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라 감당해낼 수 있는 잔혹함은 없다

  

 

 국수경 엮음, 2011.

   하루 하루를 살아가는 것이 버거운, 일상에서 도피하고픈 어른을 위한 것은 무엇이기에.

  어른을 위한 잔혹동화라는 제목은 그림형제의 동화에도 자주 붙이는 수식어다. 그림형제의 동화자체가 아이들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고 했고 그들 또안 여러 버전을 만들어 출판했다고도 이야기한다.

  이 책은 수많은 동화들에서 뽑아내어 엮은 책이다. 그래서 저자가 아니라 엮은이가 된다. 그 동화는 익숙한 내용이지만 그것을 표현하는 방법이 다르다. ‘잔혹’보다는 외설적이고 더 역겹다고 느껴진다. 이러한 형태로 이 책을 엮은 의도가 뭘까. 많은 분량을 담고 있지 않기에 이 책이 재빨리 읽히지만 읽고 나서도 재빨리 읽은 만큼의 감흥도 느끼지 못했다. 재밌다는 느낌도 놀랍다는 느낌도 정말 무시무시할 정도로 끔찍해라는 느낌도. 정확하게 별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는 것이 정확하다.

   먼저 그림형제의 전집을 읽은 탓도 있고 이야기의 끝에 붙여진 ‘교훈?’ 때문이기도 하다. 어쩌면 이 책은 우리가 알고 있는 여러 동화들을 뽑아내어 이야기의 서술을 달리 하면서  차별점을 이 한줄의 교훈에 둔 듯하다. 하지만 이 교훈 때문에 오히려 나는 이 책이 가진 장점이 감해지는 것으로 보인다. 굳이 장점도 없다고 느껴지지만.

  예를 들어 이런 형태다. 백설공주 이야기에서는 “백설공주는 난쟁이들의 잠자리 시중을 들면서 이 집에서 지내게 되었습니다. 금새 침실 기술에 능숙해졌습니다. 이렇게 해서 난쟁이들과 백설공주는 즐거운 나날들을 보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에서 중요한 핵심은 “어리석은 인간은 행복해질 수 없다”라는 것. 개구리 왕자에선 어떤 교훈을 얻을 것인가. 참사랑은 추한 것을 사랑하는 것이지만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다라고 말하며 엄지공주로 알려진 엄지둥이의 사랑에서는 Small은 Beautiful이 아니라고 외친다. 신밧드의 모험에서 이끌어낸 한 줄은 또 어떤가. 세월이 흐르면 여자는 마귀로 변한다라는 것이다.

  엮은이의 한줄 교훈이 와 닿고 재밌기보다는 작위적으로 느껴지는 것에서 굳이 나쁜 이야기를 읽고 나서 점잖떠는 듯한 느낌도 받게 된다. 화장실에서 보는 낙서같기도 하고 도색 잡지류에서나 봄직하기도 하고 외설싸이트에나 올려져 하하, 호호, 낄낄거리기 위한 말같기도 하다. 어디에서든 인생의 깨달음을 얻을 사람은 얻게 될 것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그 어떤 책들을 들이밀어도 깨달음이나 가슴치는 반성을 하지 못한다. 나쁜 짓을 하다가 누군가에게 들켜 강제로 난 이렇게 반성을 합니다를 급하게 외친 듯한 이 한줄 평들.

  이러한 교훈을 얻기 위해 이 책을 읽었을까. 어른을 위한 잔혹동화라는 말도 공감하지 못하는 것은 어른이라고 ‘잔혹을 감당할 수 있는가’라는 물음을 해보면 안다. 위트도 아닌 설렁한 교훈 한 줄이 쓰여 있다고 해서 이 책이 인생의 교훈을 알려주는 책이 될 수 없듯이 어른들에게 쓸데없이 교훈을 들이밀지 말라. 온갖 나쁜 것들을 습득하게 하고 억지 깨달음을 주입시키지 말라. 잔혹함에 익숙해지면 어줍짢은 교훈의 말같은 것은 일찌감치 사라져 버리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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