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계급투쟁]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새로운 계급투쟁 - 난민과 테러의 진정한 원인
슬라보예 지젝 지음, 김희상 옮김 / 자음과모음 / 2016년 3월
평점 :
절판


소용돌이에 잠기는 것이 아닌가

 

새로운 계급투쟁 -난민과 테러의 진정한 원인

  

 

  한 세기를 풍미했고 여전한 지속성이 있는 계급투쟁. 지금 다시, 계급투쟁에 대한 지젝의 선언은 어디서, 무엇에서 출발한 것일까. 무엇이 새로운 계급투쟁의 상황을 만들고 있는가. 모두가 눈에 본 사건은 유럽 사회에 발생한 테러와 난민 행렬이다. 지속적인 이슬람 테러 위협과 난민 증가라는 문제에 쌓인 유럽은 이 위기상황을 분석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지젝이 보기에 원인은 분명하다. 이것은 글로벌 자본주의의 한 징후이며 문제의 핵심은 ‘계급투쟁’이라는 것이다. 이 주장을 이 책에서 구체적이고 설득력있게 제시하고 있다.

 

서구 생활방식을 뒤흔들고 있는 진짜 위협은 이민자가 아닌 글로벌 자본주의의 동력이다. 미국만 하더라도 중소도시에서 일어난 최근의 경제적 변화는 이민자 전체가 미친 영향보다 더 크게 공동체를 파괴했다! p24

 

우리는 무엇이, 그리고 누가 난민을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만들었는지 분명하게 알아야 한다. 첫 단계는 당연히 글로벌 자본주의의 동력과 군사개입 과정에서 난민 발생의 원인을 찾는 일이다. 이 시대의 민낯인 ‘신 세계질서’의 지속적 혼란이 난민 발생의 진원지이기 때문이다. p53

 

   아프리카의 경우 전쟁은 그들이 원해서가 아니라 공권력이 붕괴한 때문이며 이것은 세계적 정치-경제의 결과이자 서구 자본주의가 개입한 결과이기도 하다. 결국 서구사회가 난민 발생에 책임이 있는 것이다. 난민은 전쟁을 피해 보다 잘 살 수 있기를 희망하며 제 나라를 떠나지만 서구사회는 이들의 유입에 위협을 느끼며 난민을 극렬히 거부하거나 또는 동정과 연민의 시선을 던진다.

   모두가 희망하건대 더 좋은 세상, 더 나은 세상을 꿈꾸지만 현실은 전혀 유토피아가 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우리가 유토피아를 꿈꾸지 않을 이유는 무엇인가. 가난과 고통과 위험과 같은 힘든 상황은 사람들로 하여금 더 나은 세상을 꿈꾸게 하는 이유가 된다. 있지 않거나 혹은 그러한 곳일까를 찾으러 다니기보다,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을 유토피아로 만들지 못할 이유는 무어란 말인가!

   여기에 지젝이 제시하는 해답이 있다. 현실을 바꾸자고. 이 모든 불운한 상황을 빚어내는 글로벌 자본주의에 대해 대항할 필요가 있다고. 그것을 위해 우리가 할 일은 계급투쟁이며 연대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

 

글로벌 자본주의가 막다른 골목에 봉착했음이 갈수록 분명해지는 지금 그동안 꿈꿔온 ‘아래로부터의’ 다양한 풀뿌리 민주화운동을 통한 모든 변화의 시도 역시 결국 실패할 운명이다. 그러므로 글로벌 자본주의의 악순환을 효과적으로 끊어내는 유일한 방법은 일종의 ‘군사화’다. 이는 자율규제 경제의 힘을 무력화시키는 다른 이름이다. p103

 

   여러 난관은 있다. 지금처럼 이슬람에 대한 혐오적인 반응이나 정치적인 논리로 수를 재는 상황에서는 과연 유토피아를 만들 수 있을까. 무조건적인 수용이나 무조건적인 비판이 가져오는 것은 한계일 수밖에 없다. 우리 속에 내재한 금기들을 인식하고 그것을 제거할 필요가 있지만 그것이 ‘서구’의 것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지젝은 모두가 의무적으로 지킬 최소한의 규범, 대표적으로 종교의 자유, 집단적 폭력에 대항하는 개인적 자유의 보호, 여성 인권 등,을 만드는 것과 이 제한 내에서 상이한 생활방식에 무조건적 관용을 행해야 한다는 두 가지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종교와 인종으로 문제의 본질을 비켜가려고 애를 쓰고 있지만 난민 문제의 발생원인을 제거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바로, 난민의 주원인이 글로벌 자본주의와 그를 둘러싼 역학관계라는 것을. 그렇기에 이것은 공동의 문제라는 것을. 함께 투쟁해야 하는 것임을.

 

이제 우리는 계급투쟁을 다시 의제로 삼아야만 한다. 이를 수행할 유일한 길은 착취당하고 억압받는 자들의 세계적 연대를 강조하는 것뿐이다. p117

 

   결국 그렇다. 이 세계가 안고 있는 문제를 계속 들여다보면 남는 것은 자본주의와 계급문제다. 교묘하게 피해가고 덮어두기 위해 애를 쓰지만 불쌍하게도 모든 원흉은 자본주의로 귀결되고 마는 것을 보면 그 엄청난 위력을 다시금 실감한다. 하지만 어제도 그제도 그랬듯이 우리는 항상 알고 있다. 조금만 들여다보면 원인이 그렇다는 것을, 그래서 함께 우리 모두 함께 해 나가야 한다고 수많은 사상가들이, 아니 유토피아를 꿈꾸는 이들이 외쳐왔고 행동해왔다. 스테판 에셀로 분노하고 참여하고 공감하자고 말하지 않았던가.수많은 이들의 목소리와 행동은 넘쳐나는데, 왜 문제의 원인은 제거되지 않은 채 그 자리에서 세를 과시하고 있는 걸까. 어쩔 땐 이런 책들을 읽으면 힘이 빠지기도 한다. 늘 그러니까. 원인은 아는데 해결방안도 아는데, 문제를 못 풀고 있는 것 같아서. 앞으로도 계속 이 소용돌이에 빠진 채 잠기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에.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