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든 벼룩이든 명성이 필요한 걸
코끼리와 벼룩 - 직장인들에게 어떤 미래가 있는가
찰스 핸디 저, 이종인 옮김, 생각의나무
<코끼리와 벼룩>은 서문과 맺음말 이외 총3부 8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은 기업을 코끼리로 벼룩을 코끼리에서 벗어나 혼자 힘으로 살아가는 피고용인으로 설정하고 있다. 저자는 코끼리의 삶에서 나와 벼룩의 삶으로 가는 여정을 자신의 삶을 통해 보여주며 고용문화와 같은 변화된 사회환경, 프리에이전트의 시대에 대해 설명한다. 저자는 결국 코끼리의 삶에서 벗어나 벼룩처럼 혼자 살아가야 한다는 핵심 메시지를 전하며 이러한 삶을 포트폴리오 인생이라고 말한다.
1부는 포트폴리오 인생을 시작하기에 앞서 유년시절과 그 시절 자신이 받은 교육과 깨달음에 대해 설명한다. 인간의 생이란 과거와 뗄 수 없는 것이므로 그 시절의 경험이 밀의 삶과도 관계가 있다는 얘기다. 2부에서는 인터넷 시대의 기업 문화의 변화를 설명하며 달라지는 기업환경과 그 속에서의 개인의 상황과 역할에 대해 말하고 있다. 3부에서는 포트폴리오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방법을 일과 생활의 구획 짓기임을 강조하고 있다.
저자는 이 책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즉 이 책은 저자 개인의 삶에 대한 회고록이자 미래에 대한 예언서이고 저자는 이 책 속에 자신의 기억과 편견을 뒤범벅하면서 아이디어와 사상이라고 할 것들을 독자들에게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내가 훗날의 저서에서 아주 독창적이라고 생각했던 아이디어의 여러 가지 형태가 이미 그 책에 나와 있는 것을 보고서 깜짝 놀랐다. 하지만 나중에 그게 그리 부끄러워할 일도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동일한 주제를 가지고 글을 쓴다면 자신의 견해를 급격하게 또 빈번하게 바꾼다는 것은 아주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작가는 과거의 아이디어를 여전히 다루지만 새로운 현실에 비추어 재해석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여 새로운 통찰, 새로운 관점, 새로운 경험을 나눠줄 수 있기를 희망하는 것이다. p277
‘솔직히 털어놓고 말해서 이 책은 기억과 편견의 뒤범벅이다’라고 저자 자신이 말했다. 나 역시도 동감한다. 이 책은 도대체 무언가 뒤범벅이다. 깔끔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이야기의 내용도 이제는 너무나 친숙해서 달달 외워 버릴 1인 기업가의 생활을 다루고 있다. 때문에 저자가 이 책을 낸 연도에 이 책을 읽었다면 저자의 포트폴리오인생에 대한 이야기들이 놀라웁게 여겨졌겠지만, 알고 읽는 입장에선 내용의 전개가 산만해서 아쉽게 느껴졌다. 그래서인지 지루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저자도 이야기한 것처럼 일과 개인의 이야기가 섞여 있다. 또한 그 과정에서 자신이 통찰, 예견하는 사회도 말하고 있다. 저자는 포트폴리오 인생이 필요함을 강조하고 그 삶을 제안하면서 자신의 생활을 늘어놓는데, 어떤 사회에 대한 통찰보다도 오히려 아내의 부추김으로 인해 그 생활을 하게 된 것이 강조된다. 이것은 저자의 배움과 통찰로 바라보며 보다 전문가적인 입장에서 전하는 이야기로 여겨지기보다는 자신의 삶의 방향을 이끌어준 아내의 이야기를 전하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그래서 도대체 이게 뭐지?라는 생각이 수시로 들었다. 저자에게 이 인생을 결정하고 확신하고 이끌어 가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오로지 ‘아내’의 말이다. 전문적인 방법이나 통찰을 기대한 나에게 오로지 ‘나의 아내는 나와 달리 이것을 이렇게 말했다’라는 메시아적으로 언급하는 이 내용을 나는 얼마나 참고 읽어야 하는가.
코끼리와 벼룩으로 조직과 개인을 비유하여 이야기를 끌어간 것은 좋다고 본다. 하지만 그 코끼리와 벼룩의 삶에 대한 대비 역시도 명쾌하기보다는 왔다 갔다 정리가 되지 못한 모양으로 보였다. 무엇보다 저자는 이 삶에 대한 확신이 있는 것인가?
과거의 나가 미래의 모습에 영향을 미친다며 자신의 이야기를 늘어놓았는데 오히려 이 부분도 이야기의 흐름에 방해 요소가 되었다. 읽기 시작해서 얼마 안 있어, 뭐야, 이거 자서전이야?라는 생각이 들었고 앞서도 얘기했듯이 전체적으로 산만하고 정리되지 않은 느낌에 이 부분도 당연 힘을 쏟았기 때문이다.
뭔가 핵심을 찔러 들어가는 식이 아니라 주변부를 맴맴 도는 듯한 이야기 전개가 시원스럽게 와 닿지 않았다는 것. 물론,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았기에 흥미가 덜했을 수도 있다. 그러니까 지금은 이미 1인 기업가, 프리랜서의 삶에 대한 이야기가 넘쳐나고 있는 상황이기에 새롭지 않은 이야기로 호기심이 당기지 않았다는 측면도 있다. 그렇다고 무작정 13년 전의 상황에서 억지로 읽는 것처럼 이 책을 읽어나갈 수는 없었기에,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과연 경제나 경영 분야의 책은, 시대의 흐름, 시간을 무시할 수 없는 거구나. 그 뿐만 아니어도 당대의 사회적인 분위기, 트렌드라는 것은 무시못할 요소이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프리랜서 생활은 노출된 생활이다. 그것은 자기 신념을 필요로 한다. 비평 혹은 혹평의 형태로 다가오는 피드백으로부터도 배우려는 의욕이 있어야 한다. p319
저자는 포트폴리오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명성, 명성, 명성이라고 강조했다. 프리랜서를 꿈꾸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저자의 말처럼 오로지 명성이 어떤 일을 하는데 있어서 중요하다는 것을, 개인의 명성, 프로필임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이런 형태의 자기 삶에 관한 이야기, 편하게 읽힌다는 장점은 물론 가지고 있지만, 딱히 차별성이 보이지 않는 형태에서 제일 중요한 차별성은 명성있는 ‘찰스 핸디’가 썼다는 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