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까지의 세계 

전통사회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울 것인가?


제레드 다이아몬드 저, 강주헌 역, 김영사, 2013.


 

 

    『어제까지의 세계』는 저자가 남태평양의 뉴기니섬에서 캘리포니아의 실리콘밸리까지 전 세계 곳곳을 탐사하며 어제와 오늘의 세계, 전통과 현대 사회를 비교분석한 책이다. 저자가 이 책에 대한 주제와 이 책의 구성에 대해 소개한 부분을 옮기면 다음과 같다.


“이 책의 주제는 지난 50년간 내 연구의 주된 목표였다. 1964년부터 나는 뉴기니 섬에서 연구를 했다. 그곳에는 중앙 정부도 없고, 법정도 없으며, 우리의 삶의 방식과는 매우 다른 전통 사회의 문화가 여전히 남아 있었다. 그들은 분쟁을 다른 방식으로 해결하며, 위험에 대해 다른 태도들을 취하며, 아이들을 다른 방식으로 키우며, 노인들을 다르게 대우하며, 건강을 대하는 태도 또한 매우 달랐다. 그 방식들 중 어떤 것들은 나를 소름끼치게 했다. 그러나 그것들 중 어떤 것들은 매우 훌륭했다. 이 책은 내가 뉴기니에서 나의 친구들에게 배운 것으로부터 비롯되었다. 오늘보다 더 나은 삶의 방식을 찾기 위한 내 연구의 해답이 그곳에 있었다.”


  이 책은 5부 11장으로 구성되고 에필로그가 더해졌다. 1부는 1장으로만 이루어지며, 전통 사회가 어떻게 공간을 분할하는지 설명함으로써 뒤에서 다루어지는 주제들의 기초적인 발판을 놓는다.

  2부는 2~4장으로 이루어지며 분쟁 해결을 집중적으로 다룬다. 중앙집권화된 국가 정부와 사법제도가 없기 때문에 소규모 전통사회들은 두 방법 중 하나로 분쟁을 해결한다. 국가 형태를 띤 사회의 분쟁 해결 방법에 비하여 하나는 더 타협적이고 다른 하나는 더 폭력적이다.

  3부는 5장과 6장으로 구성되며 인간의 생명주기에서 양극단에 위치한 어린시절(5장)과 노년(6장)이 다루어진다. 전통 사회의 양육방식은 대부분의 국가 사회에서 용납되는 수준보다 억압적인 관습을 지닌 사회부터 다소 방임적인 관습을 지닌 사회까지 무척 다양하다. 하지만 전통 사회의 양육법을 조사한 자료들에서 자주 언급되는 관습들이 있다. 노인의 대우에 대해 살펴보면, 일부 전통 사회, 특히 유목 사회 혹은 가혹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사회는 노인을 등한시하거나 버리고, 심지어 죽이기도 한다. 반면에 서구화된 사회보다 노인에게 더 만족스럽고 생산적 삶을 제공하는 전통 사회도 있다.

  4부는 7장과 8장으로 이루어지고, 여기에서는 위험과 그에 대한 반응이 다루어진다. 7장에서는 저자가 뉴기니에서 실제로 겪고 가까스로 살아남은 세 가지 위험한 경험이 소개되고, 아울러 전통 사회의 구성원들에게는 일반적인 마음가짐으로부터 배운 교훈을 더붙인다.

  5부에서는 인간의 삶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며, 현시대에 들어 급속히 변하는 세가지 주제인 종교, 언어의 다양성, 건강이 차례로 다루어진다. 에필로그에서는 프롤로그를 시작했던 공항에서의 감정적인 회상을 기술했다.

  마지막 5부, 10장에서는 인간의 삶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지만 현시대에 들어 급속히 변하는 주제인 언어의 다양성을 다루고 있다. 세계의 언어가 왜 다양한 특징을 가지는가, 그리고 다중언어와 이중언어, 단일언어 들에 대해 살퍄보고 있다. 무엇보다 저자는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소멸해가는 소수언어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들의 언어가 소멸되는 것이 당연하가를 묻고 있다. 이중언어 사용이 필요하고 그것이 인간에게, 뇌에 미치는 영향이 있다 한들 소수민족만이 사용하는 언어라는 이유로 그것의 효용성이나 필요성을 매도할 수는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언어는 그들의 생활방식이고 사고방식이다. 인간의 언어는 단순한 소통을 넘어서는 부분이다. 이런 언어가 세계의 빠른 흐름을 위해 편리에 의해 사라져야 한다는 것은 누구를 위한 논리인가.

  그가 접근하는 전통사회의, 소수민족의 언어에 대한 논의는 언어에 대한 관심을 가지는 입장에서, 소수(?)언어가 되어 내 모국어가 사라질까봐 염려스러운 나의 마음을 불질러 놓는다.


  이 책의 결론은 단순하다. 미래의 삶을 지속가능한 가치를 찾아 가기 위한 방법을 전통 사회의 가치에서 찾는다. 한마디로 어제의 세계 속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이 있다는 이야기를 전한다. 이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서 저자는 그가 직접 체험한 원주민들의 삶의 이야기를 꺼내든다. 사례가 들어간 이야기는 조금 더 설득력을 가지게 되고 또한 호기심을 가지게 한다.

  저자는 자신이 가본 전통사회에 대해 애정을 가지고 있는 듯이 보이나 그 애정을 맹목적으로 바라보지는 않는다. 그 세계에 대한 자신의 주관과 객관을 적절하게 버무리고 있다. 그리하여 맹목적인 전통 사회의 동경을 주고 있진 않다. 또한 전통 사회를 낭만으로 바라볼 것이 아님을 경고하는 것도 있지 않고 있다.

  방대한 분량에 비해 책은 속도감 있게 읽힌다. 그러면서도 뭔가 부족하고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도 있다. 이야기가 모지라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전통 사회의 이야기들도 생각보다 작게 버무러져 있다. 보다 알지 못한 전통 사회의 이야기를 듣고 싶은데 저자는 자시이 이야기를 끌고 가는 속에 적절하게 끌어다 사례를 소개한다. 그렇기에 이 책은 저자가 경험한 세계에 대한 맹목적인 이야기가 되지 않고 저자가 주장하는 가치를 설명하기 위한 소재의 예로 녹여들 뿐이다. 그 지점이 감칠맛 난다.

  그런데 우리가 미래 사회 속에서 좀더 숙고하기 위한 가치를 전통 사회 속에서 찾아내는데 그가 정리하고 있는 이야기의 목차는 왜 이런가 하는 의문을 들게 했다. 물론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방식이니까 싶지만 그 구성이 용두사미라는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인가. 각 장이 독립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전체적인 맥락에서 이야기의 흐름이 좀 어색하다. 삶의 방식의 문제의 중요성이 자의적이긴 하지만, 저자가 바라보는 중요성과 내가 바라보는 중요성이 차이가 있다. 왜 저자는 하필 이런 것들을 뽑았을까, 의문이 든다. 그리고 필요하고 중요한 이야기가 빠진 듯한 느낌도 든다. 전체적인 이야기의 맥락을 사회적인 가치와 내면적인 가치, 가족적인 부분 등으로 정리가 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저자 스스로도 이야기했듯이 얘기를 하자면 2천 페이지가 넘을 거고 그러면 아무도 안 읽을 거라서 추렸다고 했는데 그가 인류에게 필요한 핵심적인 가치라고 생각되는 것들이 더 열거되어 제대로 정리가 되었으면 한다. 4장의 위험과 대처라는 부분 역시도 전쟁의 위험, 건강의 위험 이런 부분들과 엮일 수도 있다. 내용의 초점을 어떻게 두느냐에 따라 논의의 전개가 달라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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