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하고 앉아 있네


 생각한다는 것 고병권 선생님의 철학 이야기

 고병권, 너머학교, 2010.


  이렇게 비가 오는 날이거나 예상치 못한 난관에 허덕일 때, 그도 저도 아닌 어느 날 한없이 감상에 빠지는 때가 있다. 그때의 말들이나 생각들이 어떤 이야기를 만들었는지 모르지만 어쩌면 옆에 소주병도 소주를 같이 마실 사람도 같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면 꼭 듣게 되는 말이 있다.

  “철학하고 앉아 있네!”

  철학하고 있다는 건 뭘까. 핀잔과 함께 듣는 이야기라면, 현실성이 없는 이야기였거나 아니면 철학이란 것이 별로 좋은 것이 아니거나......술자리에 고추장이 함께 있었다면 저런 핀잔 말고 이런 얘기를 해주셨을 것이다.


철학을 공부하는 것은 즐겁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익히는 거랍니다. 그것도 야구처럼 직접 몸과 마음을 모두 써서요.

철학을 하면 뭐가 좋을까요? 철학을 하면 잘 살 수 있답니다. 잘 살기 위한 기술, 그게 바로 철학이에요.


  끊임없이 잘 살기 위해 버둥거리고 있으니 우리는 지금, 모두 철학하고 있는 걸까? 하루하루 이렇게 또는 저렇게 많은 것들을 생각하며 살아가는데, 그 생각에 반응하는 이의 말에 따라 나의 생각도 정의되는 것일까.


  고추장은 생각한다는 것은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것, 쉽게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의심해 보는 일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혼자의 힘으로 ‘다른 생각’, ‘다른 삶’을 만들어 내기가 어렵다고 그러니 철학이라는 공부가 필요하다고. 그것이 우리를 우리를 자유롭게 만들어 준다고. 편견이나 습관, 통념에서 벗어나는 순간에 우리는 자유를 느낀다고.

  이제 나도 술을 먹다가 내리는 비를 보다가 길을 걷다가 어느 때라도 생각에 잠기어 갈 때 “철학하고 앉아 있네”라는 소리를 들어도 기죽지 않고, 멋쩍어 지지 않고, 내 생각의 속도를 만들어 갈 수 있는 방안을 찾게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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