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분 동안 간직한 내 재능은 뭘까


 열정과 기질 

지성인들의 삶에서 밝혀낸 창조성의 조건 Creating Minds


하워드 가드너 지음, 문용린 감역, 임재서 옮김, 북스넛, 2004.


  열정과 기질은 3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창조성’에 관한 이야기를 7명의 인물을 다루며 풀어 가고 있다. 저자는 일단 우리시대 강력한 영향을 미친 역사적 인물 7명을 찾아낸다. 저자는 이들 7명에게서 창조 행위에 담긴 여러 특성을 이해하며 그들의 창조적 업적을 뒷받침하는 토대를 이해함으로써 창조성의 유형을 찾는 형식으로 글을 구성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저자는 세가지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첫째, 7명이 살았던 세계를 들여다보며 그들의 지적능력과 성품과 더불어 그들이 처한 사회적 환경에서의 그들이 성취한 업적을 살펴보고자 한다는 것이다. 둘째, 창조적 행위의 본질에 관해 결론을 내리는 것이다. 이를 통해 특정한 성품과 조건이 20세기 창조적 인물들의 일반적 특징이며 어느 정도 공통점이 존재한다는 근거를 제시하고자 한다. 셋째, 현대 시대에 대한 저자 나름의 결론을 내리는 것이다.

 이러한 목표 아래 저자는 제1부에서 창조성이 어떻게 길러지는가라는 제목 하에 책의 목표와 구성에 관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그리고 이 책의 주요 내용이 되는 제2부에서는 현대의 창조적 거장들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프로이트, 아인슈타인, 피카소, 스트라빈스키, 엘리엇, 그레이엄, 간디 7명의 어린 시절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의 사건과 사람들 속에서 그들이 이루어낸 작업을 살펴본다. 특히 프로이트에서는 그가 고독한 탐구자로 출발하여 절친한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고 나아가 새로 탄생한 분야에 소속된 구성원들과 상호작용을 하게 된 변화의 궤적을 풀어내는 것이 중점이다. 아인슈타인에 관해서는 그가 유년기의 개념 세계로의 회귀에서 그의 이론을 도출하였다는 관점을 견지하며 그에 관해 중점으로 다루고 있다. 피카소에 대해선 유년기의 비상한 재능에 중점을 두어 살펴보고 있다. 스트라빈스키에 관해서는 그의 음악적인 창조활동과 관련하여 그가 예술 공연을 기획하고 무대에 올리고 그 성과를 비평가들이 검토하는 과정에 스며 있는 정치적 요소를 중점을 두고 살펴보고 있다. 엘리엇은 현대의 창조적 인물이 지니는 경계성을 고려하며 살펴보고 있다. 그레이엄은 남성 위주의 창조 세계에서 활약한 여성이라는 점과 그녀 자신이 철저히 미국인으로서 다양한 문화와 사람들에게서 영감을 얻은 점을 중점으로 살펴보고 있다. 간디는 다양한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미친 인물로 그의 인간관계적 측면을 중점적으로 다룬다. 제3부는 창저성의 조건으로 연구자들의 사례를 통해 도출한 창조적 도약의 특징을 설명하고 특정한 개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를 뛰어넘어 한 시대에도 유용한 결론을 도출할 수 있는가에 대한 쟁점에 관해 다루고 있다.


 에드가 바레즈가 했다는 말.

“모든 사람이 재능을 타고 나지만, 대부분은 겨우 몇 분 동안만 그 재능을 간직한다.”

 마사 그레이엄의 이야기 중에 나오는 부분이다. 깊이 와 꽂히는 말이다.


 전체적으로 인물평이나 인물의 생애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서 정리를 하고 있어 감동적이었다는 느낌보다는 이 사람이 이랬어?라는 느낌으로 다가왔다. 이런 일도 있었군 하면서 각 인물들의 생애를 곱씹는 맛이 좋았다. 내용의 전개가 전반적으로 비슷했기에 어떤 특정한 부분을 고른다는 것은 별 의미가 없어 보인다. 그것은 아마도 특정 인물의 생애에 대한 연민으로 다가오는 것이 아닌가 할 뿐이다.

 저자가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이들 창조적인 인물들의 파우스트적 거래 이야기는 흥미롭게 다가왔다. 물론 그뿐만 아니라 이들의 생애와 업적을 통해 저자가 결론내리는 창조성의 조건들은 재미있는 견해라고 생각들었다. 물론 공감되는 부분도 적잖이 있었다. 그러면서도 통상 알고 있는 이야기와 다른 것이 있는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것을 논리적으로 이끌어냈다는 것이 아마도 중요한 부분이라 할 수 있긴 할 것이다.


  이 책의 제목은 왜 열정과 기질일까. 창조성은 열정과 기질에 의해 좌우된다는 생각 때문일까. 처음 시작할 때 무심히 넘어갔던 제목을 다시 되짚어 보면서 제목이 본문의 내용과 맞지 않는다는 생각을 했다. 열정과 기질이란 단어에서 느껴지는 의미를 무의식적으로 찾고 있었다는 얘기다. 굳이 끌어다 붙이면 되겠다 싶었지만 원저가 CREATIVE MIND (창조적 마인드)임을 확인하고 나의 공허한 노력에 헛웃음이 났다.

  열정과 기질이 번역과정에서 출판사의 입장에서 바뀐 제목으로 보인다. 그러나 열정과 기질이란 제목이 더욱 책이 판매에는 도움이 되었을지언정, 저자가 원래 지은 제목과의 매치는 아니라는 생각이다. 나의 생각은 그렇다. 아예 처음부터 Creative Mind(알았어야 했다. 이것을 놓친 것은 나의 책임이다. 사실 읽으면서 무심히 넘겼다는 것이 맞다.)라는 제목이었다면 나의 생각은 보다 그에 맞는 입장으로 책을 읽어나갔을 것으로 본다. 각 인물들의 창조성의 조건과 특질들을 찾아내는 것 말이다. 물론 그것이 바로 각 인물들의 열정과 기질에서 기인한다라고 말한다면~할말은 없다. 그러나 열정과 기질이란 좀더 다른 관점의 이야기를 요구한다. 이를테면 기질이 무엇인가라는 개념정의부터 말이다. 기질의 종류는 무엇이며 기질이란 것이 인간에게 함의하는 것은 무언가라든가.

  어쩌면 이러한 제목에 대한 트집은 글에 대한 보완점을 찾을 길 없는 나의 하릴없는 목소리일지도 모른다. 창조성에 대하여 글을 쓰겠다 하고 7명을 통해 그것을 추론해 내는 저자의 논리나 전반적인 부분에 딱히 반박할 수 없다. 인물들에 대해 내가 정통한 것도 아니고 그들에 대핸 피상적 이해로 인해 저자가 주장하는 사례를 통해 아, 그런가하고 생각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창조적인 인물이 왜 이들 7명을 다루는가라는 의문을 제기하려고 해도 서문에서 저자는 이에 대한 설명을 해 놓음으로써 나의 질문을 원천적으로 봉쇄한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가 창조적 마인드를 쓰기 위해 기본적 개념을 생각하고 이 7명을 선택한 것인지, 정말로 7명을 선택하고 난 이후에야 창조적인 특질들을 찾아낸 것인지가 계속 의문으로 남는다. 그렇다면 다른 인물들을 찾아내어 이와 같은 방식으로 논의를 전개해나간다면 창조성의 특질은 달라질 것인가? 나는 그 의문만이 남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