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모든 감정
- 우리는 왜 슬프고 기쁘고 사랑하고 분노하는가
최현석 저, 서해문집, 2011.
최현석을 인터넷에 검색하니 최근 핫한 사람의 이름이 먼저 올라와 있다. 셰프. 요즘은 먹는 것, 요리하는 프로가 대세다. 인간의 삶에서 먹는다는 것이 중요한 부분이긴 하지. 이게 다 ‘먹고 살려고 하는 것’이라는 말처럼 말이다. 하지만 요리프로마다 먹는 음식의 맛을 표현하기를 요구하는 것처럼 인간의 감정 역시도 삶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인간의 모든 감정에 대한 책을 이는 요리사가 아닌 의사 최현석이다. 최현석 의사는 내과 전공이며 자신의 직업의 전문적인 영역을 바탕으로 한 분야의 책을 많이 발간하고 있다.
저자는 이 책을 '인간 개념어 사전'이라고 표현한다. 또한 그 시리즈의 두번째 책이다. 이 책에서는 인간의 감정을 총망라한 과학적인 사실을 이야기한다. 총망라한 한 인간의 감정은 공포, 분노, 슬픔, 기쁨, 좋음, 싫음, 공감이다. 저자는 이러한 감정들이 어떻게 생겨나게 되었는지 어떻게 지각되는지를 과학적인 방법에 입각해 서술하고 있다. 저자가 의사라는 점이 이를 설명하는데 역할을 했으리라 본다.
그러나 이는 과학적인 지식의 전달로 그치지 않는다. 감정에 관한 뇌 과학적 연구와 감정에 대한 철학적 연구가 모두 담겨 있다. 인간의 '기본 감정'과 '보편 감정'의 개념, 각 개별 감정들의 원인과 기능, 신경계 메커니즘, 감정과 밀접하게 관련된 병증 등, 우리의 일상생활 속의 감정들의 모든 모습들을 알 수 있다.
저자는 감정이란 개개인의 개별적인 경험이지만, 옆 사람들에게 퍼지는 전염성이 있다고 말한다. 상대방이 웃으면 웃을 만한 이유가 없어도 웃게 되고, 상대방이 화내면 자기도 화가 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집단에서 누군가가 웃거나 즐거운 상황이 아니라 화를 내는, 분노의 상황이 되면 어떻게 될까? 물론 그 영향력은 상황에 따라 달라지지만 ‘분노’가 사회계층의 불평등으로 느껴질 경우에는 집단의 힘으로 표출될 수 있다고 설명하기도 한다. 이 경우엔 이것은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힘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혹독한 체험을 통해서 나는 분노를 모아 두는 한 가지 숭고한 교훈을 터득했다. 마치 보존된 열이 에너지를 내놓듯이 우리의 분노도 다스려지기만 한다면 세계를 움직일 힘을 쏟아 낼 수 있다는 교훈이다.”
감정에 대한 과학적 설명이 곁든 책인데 어렵지 않게 서술된다. 서술톤이 조용하고 부드럽다. 다만, 극적인 힘은 약하다. 설명적 서술과 곁들여 감정에 대해 우리가 아는 익숙한 이야기들이 나열된다. 그러니까 우리가 겪게 되는 감정에 대해 아, 그때 그것이 그런 형태였구나라고 깨닫게 된다. 이 책이 개념어 사전인 결과이긴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는 좀더 깊은, 격정적인 감정에 대한 서술의 갈구가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