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대통령들은 거짓말을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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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 권력을 위한 불온한 정치사史



하워드 진,  김민웅 옮김, 일상이상,  2012.

 

 

 

   33가지.

  하워드 진은 왜 대통령들은 거짓말을 하는가라는 이 책에서 미국 역대 대통령들이 내놓은 잘못된 정책들에 관해 이야기한다. 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일들, 또 공산주의라는 이름 속에 갇힌 사고로 인해 벌어지는 일,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장에서 미군들이 보여준 비극적이고 천박한 행동들, 부자들과 권력자들의 이익을 위해 희생당하는 노동자의 역경, 이라크 전쟁을 정당화하려는 부시 대통령, 르윈스키와의 섹스 스캔들로 곤경에 처하자 국민의 관심을 다른 데로 돌리기 위해 전쟁을 선택한 클린턴, 2000년 미국 대선 당시에 표심을 잡기 위해 지키지도 못한 약속을 내걸은 대선 후보들의 실체를 파헤친다.

   1980년부터 2010년까지 그가 잡지 ‘The Progressive’에 올렸던 글들을 모은 것으로 이 기간 동안 나타나는 역대 미국 대통령과 수구언론 등 권력층이 벌이는 꼼수들은 하워드 진의 눈을 통해 드러난다. “우리의 정치 지도자들은 왜 거짓말을 하는가?”, “우리는 어떤 나라에서 살기를 원하는가?”, “국가안보란 무엇인가?” 등 국가, 국민 그리고 정치, 정책에 관해 우리가 답답하게 느끼는 부분을 질문하여 그에 대한 그의 생각들을 제시하고 있다. 하워드 진은 결국 자유와 평화와 행복한 미래를 위해서는 ‘시민’의 힘이 필요함을 이야기한다. 항상 깨어있는 시각으로 기득권, 정치권에 대한 견제가 필요하다고 말이다. 잘못된 정치와 정책을 바꾸어나가기 위한 대안은 보다 시민의 힘이 모아져야 하는 것, 조직적인 대안이 필요하다고, 민주주의의 진보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하워드 진은 촘스키와 더불어 세계적인 실천 지성으로 통한다. 촘스키를 좋아하는 나에게 촘스키와 같이 거론되는 무엇이든 다 관심이 간다. 하워드 진은 뉴욕 시 브루클린에서 태어났다. 그의 부모는 유대계 이민자로 아버지인 에디 진(Eddie Zinn)은 오스트리아-헝가리에서 태어나 1차 세계대전 직전에, 어머니인 제니 진(Zenny Zinn)은 동 시베리아의 이르쿠츠크에서 미국으로 이주했다. 이러한 이주민 가정, 하워드 진은 빈민가에서 성장하였다. 그의 부모는 미국에서 만나서 결혼했을 때 제한된 교육만을 받은 상태였고 집에는 책이나 잡지가 하나도 없었다 한다. 그러나 그의 부모는 뉴욕 포스트에서 각 권마다 10센트와 쿠폰을 보내 20권의 찰스 디킨스 전집을 마련해줌으로써 아들에게 문학에 대한 시야를 틔워주었다고 한다. 그리고 하워드 진은 토머스 제퍼슨 고등학교에서 시인인 엘리아스 리버만이 세운 창의적인 글쓰기 과정을 통해 작문을 배웠다고 한다.

   하워드 진은 세계적 진보 지식인으로서 알려져 있다. 그것은 그의 생애의 경험에서 발현된 것으로 보인다. 청년 시절에는 해군기지 조선소에서 육체노동을 했고 제2차 세계대전에서는 폭격수로 참전하였다가 전쟁에 환멸을 느끼고 반전주의자가 되었다고 한다. 그는 미국 육군 항공대의 490폭격비행단에서 폭격수로 복무하면서 베를린, 체코슬로바키아, 헝가리 등을 폭격했다고 하며 1945년 4월, 서부 프랑스의 로얀에서 있었던 초기의 네이팜 탄을 사용한 폭격에 참여하였다고 한다.

   이 뿐만 아니라 하워드 진은 미국의 흑인 민권 운동, 베트남 전쟁 반대 등의 평등, 평화 운동에 적극적으로 활동하였다. 이러한 활동은 대학에 몸을 담으면서 보다 적극적으로 되었다. 자신이 일하고 있던 보수적인 색채의 흑인 대학교인 스펠만 대학교 학생들의 학습권을 위해서도 싸웠다. 흑인들의 투표권을 쟁취하기 위한 투쟁에 앞장섰으며, 백인과의 평등권을 주장하는 흑인 활동가들에 대한 폭력에 항의하기도 하였다. 스펠만 대학교의 학교당국은 이러한 진의 활동을 못마땅하게 여겨 1963년에 종신교수임에도 하워드 진을 해고한다.

   그의 저서에는 그의 이러한 활동과 생각이 정리되어 있다. 그는 생각하고 생각한대로 행동하는 지식인이었다. 2010년 1월 27일, 8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하워드 진의 책을 읽었던가. 뚜렷이 생각나는 책이 없다. 그런데도 그의 이름을 알고 있어 그의 책을 읽은 듯한 착각을 했다. 생각해보니 여러 다른 책들에서 그의 인용문을 많이 봐온 때문이었다. 이것이 한 권을 제대로 읽은 그의 첫 번째 책이다. 잡지에 기고한 글을 묶은 것이라 하는데, 옛날 대통령의 이야기가 많은 이유가 그 때문인 듯하다. 글이 재밌고 편하게 읽힌다. 무엇보다 음모론으로 치부되며 궁금해 할 일들, 역시 대통령이라는, 권력을 가진 이들의 생각은 그렇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는 그들의 생각들을 명확하게 꼽아 내니 읽는 이로 하여금 즐겁게 한다. 풍부한 사료와 자료들과 더불어 날리는 풍자와 해학이 시원하다. 그것만으로 그치지 않는다. 거짓말만 일삼는 자기 이익만 관철하려 애쓰는 기득권에 정치권에 대해 어떻게 해야 할지를 제시한다.

   한편으로 이러한 글들은 어디나 똑같은 것 같다. 정치권, 기득권의 행태가 동일한 양상이고 그렇기에 그에 대한 질책 역시 같다. 이 오랜 기간 동안 같은 패턴의 문제에 대해 지적하고 행동을 얘기했는데 여전히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우리는 정녕 책을 읽지 않아서일까. 그래서 이런 목소리를 듣지 못한 것일까. 재밌게 책을 읽고서 늘 이렇듯 같은 이야기를 말하는 책들은 무수히 쏟아져 나오는데 여전한 ‘시민’과 여전한 ‘사회’는 무엇 때문인가 생각하게끔 된다. 눈에 보이지 않게 조금씩 달라져 왔다라고 말하기엔 빨리 변화는 사회로 인해 그 느림이 미학이 되지 않게 여겨진다. 우리는 알고서 속고 있는 것인가, 속아주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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