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차가운 희망보다 뜨거운 욕망이고 싶다

: 청년 김원영의 과감한 사랑과 합당한 분노에 관하여

 

 

    김원영 저, 푸른숲, 2010.

 

    

   장애인인 저자의 삶의 이야기다. 저자는 이 책을 사회과학서로 쓰고 싶었으나 사회과학 에세이로 되었다고 말한다. 이 책은 저자가 어린 시절부터 현재까지 어떤 삶을 살아왔고 어떻게 ‘장애’를 인식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사회가 ‘장애’와 ‘장애인’에 대해 어떠한 인식을 가져야 하는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인 ‘청년’ 김원영은 강원도의 시골 마을에서 태어났다. 1980년대생인 그의 시대에도 장애는 사회적인 편견을 받기에 충분한 ‘재앙’인 이유와 신체적인 이유로 그는 열다섯 살까지 방 안에서만 지냈다. 그의 병명은 수시로 뼈가 부러지는 골형성부전증이다. 그런 그는, 재활원에서 지내다가 많은 노력과 투쟁 끝에 일반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다시 또 그만큼의 노력과 투쟁으로 대학교에 진학한다. 대학에서 그는 인권 운동에 참여하고 인생의 진로를 고민하며 다시 로스쿨에 진학한다.

   수식어를 붙이기 좋아하는 우리네 언론은, 우리 사회는 그에게 ‘장애를 극복한 장애인’이라 칭하며 비장애인도 이루기 힘들다는 서울대학교 진학이나 로스쿨이란 타이틀에 집중한다. 그러나 그는 이러한 수식어에 대해 반박하며 ‘장애를 극복했는데 어떻게 장애인일 수 있는가’를 되묻는다. “쿨한 게 아니라 ‘핫한’ 장애인, ‘야한’ 장애인이 되었으면 좋겠다” 말하는 그는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 특히 무기력한 세대라 비판받는 세대에게 필요한 것이 분노라고 말하며 함께 하는 삶을 말한다.

   저자의 경험이 고스란히 들어가 있는 이 책은 단지 개인의 ‘삶’에 초점을 맞추어 힘들고 어려운 상황 속에서 그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고 일류대에 진학한 외형적인 삶의 성공기가 아니다. 장애인들에게는 나는 이렇게 장애를 극복했다고 말하는, 비장애인에게는 나는 장애인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성공했다를 알리는 이야기가 아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그가 깨닫고 느끼고 인식한 모든 것에 대한 이야기이며 ‘사회’가 가져야 할 인식에 대한 물음과 촉구이다.

   분명 그는 개인의 이야기를 말했지만 그것은 저자의 ‘개인적’인 차원의 이야기를 넘어서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저자가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바로 그것이다. 보다 자세히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며 장애인이 이 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해 견디어야 하는 그 모든 사회적인 편견과 모욕감의 인식적 측면과 사회 구조적인 차원의 문제를 보여주고 있다.

 

모욕을 ‘쿨하게’ 견디는 힘 이외에 슈퍼 장애인의 또 다른 조건은

과감한 도전과 주눅들지 않는 용기이다.

 

   장애인으로 살아보지 않았다. 그러나 ‘정상’으로 간주되는 ‘이긴 자’ ‘가진 자’의 세상에서 장애인과 마찬가지로 소외되기는 피차일반. 단지 그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타인에게 온갖 모욕이 일상화되는 사회에서 특히, 그 일상적 모욕을 받는데 선두주자 격으로 장애인은 치부된다. 어쩌면 너무나 당연시되고 일상화되기에 그 모욕을 견디기 위해서는 ‘쿨’함을 넘어서는 다른 것들이 필요하다. 저자는 주눅들지 않는 용기라고 말했는데, 저러한 용기를 가지기 위해서는 또 얼마만큼의 노력이 필요할 것인가.

   그렇기에 그가 견딘 모든 모욕을 보여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펼쳐낸 이야기들은 그의 말대로 도전과 주눅들지 않기 위한 활동의 모습이었다. 모든 장애인들이 그렇게 살아야 한다는 것은, 모든 비장애인 역시도 그렇게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삶이 아니니까. 또한 자본주의 사회, 언제 어떤 사고로 인해 장애를 겪을 지 모를 위험한 사회에서, 우리가 장애인, 비장애인의 구분이 필요치 않은 환경을 만드는 것은 쿨함도 주눅들지 않은 용기를 가져야 되는 인식과 생각의 문제가 아니라 당연한 권리일 것이다.

   저자의 경험이 속속들이 있는 관계로 저자가 주장하는 것에 좀더 설득력이 실린다. 그가 겪은 사회적 모순, 인식, 인간관계들이 잘 버무러져 있다. 문제는 그러다 보니, 저자의 개인사에 더 치중된다는 우려가 있다. 그가 전하는 메시지나, 그가 굳이 자신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꺼내며 하는 이야기들이 ‘개인 자신’에게로만 머무를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저 이런 힘들고 어려운 조건을 이겨낸 ‘한 개인’에 대한 동정과 연민, 그리고 칭송으로 마무리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저자의 역할이 있음이니 저자 자신도 이야기한 것처럼, 뭔가 의도와는 다르게 ‘개인의 이야기’로 좀더 치중한 부분이 있는 듯하다. 그 균형을 어떻게 잡았는지는 모르겠으나 갈수록 저자의 개인 스토리가 많이 드러나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마무리도 좀 급하게 서두른 느낌도, 감상적인 느낌도 들었다. 그럼에도, 그렇기에 그가 전하는 메시지가 크기도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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