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할 틈도 없이 어느새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

괴물이 된 이십대의 자화상

오찬호, 개마고원, 2013.

 

   몇 년 전 임대주택에 당첨되어 서울에서 아파트 전세에 사는 것을 호사를 누리고 있다고 말하는, 몇 호선인지 모를 지하철 종점 부근에 살고 있는 두 아이의 아빠인 저자는 서강대 사회과학연구소 연구원으로 있으면서 여러 곳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인터뷰도 하고 글도 쓰고. 개인 블로그는 사회문화에 대한 비평을 주로 싣고 있으며 우수 블로그로도 선정되는 호사(?)를 누리고 있는 분이다. 그가 이러한 불로그를 운영하며 연구원으로 일하며 글을 쓰며 관심가지는 것은 이렇단다.

   “인간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에는 사회의 ‘지적 총량’이

절대적인 영향력을 끼친다는 생각 아래, 현대사회가 개인의 생활스타일을

어떻게 창출하는지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

 

 

  이 책은 세대담론으로서 이십대가 현 사회를 살면서 가지는 생각과 태도를 바라본다. 기본적으로 이십대가 사회에 대해 가지는 생각, 이들이 생각하는 사고의 틀이 어떻게 틀을 자리잡게 되었는지를 파악한다. 저자는 총 4장으로 나누어 1장에서는 이 글의 발단이 된 이십대의 생각들이 무엇인지를 살펴본다. 2장에서는 이십대가 처한 현실을 3장에서는 이십대가 왜 그러한 생각을 가지게 된 원인들을 사회학적 관점에서 고찰하고 있다. 그리고 4장에서는 이러한 현실,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며 이십대를 위해 해야 할 일, 이십대가 가진 문제의 원인을 치유하기 위한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이십대는 미래가 보이지 않는 현실적인 상황 속에서 경쟁논리에 갇혀 무수히 자기계발을 통해 이 길을 벗어나고자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현실은 개인적인 자기계발로 바뀌어질 것이 아니라 사회적인 차원에서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 저자가 가지는 기본 생각이다. 무엇보다 이십대는 현재 극심한 불안에 놓여 있고 그로 인해 사회의 문제들을 자기 일로 생각하기보다 외면해 버리고 개인의 생에만 집착하는 형태를 보이고 있다. 이로 인해 지방대, 학벌 등 학력 차별을 당연시하며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구분에 대한 관심도 적다. 이것은 사회구조적인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노력’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차별을 당연시하며 ‘차별’을 하고 있는 이십대를 지배하는 담론을 벗어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노력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요즘엔 이십대를 직접적으로 만나기 어려워 이십대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을 맞닥뜨리니 놀라울 뿐이다. 유머 반 진담 반으로 가장 무서운 것은 10대라는 말이 있었는데, 여전히 있지만, 나도 갈수록 어린 세대와 공감하기 어렵다는 생각을 하게끔 된다. 서로의 생각의 차이, 방향의 차이가 크다. 하지만, 이것은 저자가 말했듯이 슬픈 현실이고 분명 바뀌어져야 할 것이고,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 그 길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저 사람답게 살기 위해 ‘초인’이 되어야 하는 사회는 무능하기 짝이 없는 사회다. 그런데도 초인적 노력으로 사회구조의 장벽을 뚫은 그 미세한 확률에다 사람을 몰아넣는 자기계발의 이야기들이 판치고 있는 세상이다. ‘자기계발서’라는 렌즈로 세상을 바라보게 된 이십대들은 자기통제의 고통을 참아내고자 스스로에게 방어막을 친다. 자신이 경험하는 차별이 부당하다고 말하는 순간 ‘자기계발의 패배자’로 낙인찍히는 사회를 살아야 하는 이십대들은, ‘사회적 차별’을 수긍할 수밖에 없다. 그 차별에 자신이 당하는 것을 인정할 뿐만 아니라, 자신이 남을 차별하는 것 역시 정당화한다. 그렇게 위계화된 학교서열에 대한 집착은 이십대에게 가장 통속적인 자기 방어기제가 되었다. p232

 

   이십대에 대한 담론을 펼치는데 저자는 학생들과의 대화에서 시작하고 대화를 통해 생각을 이끌어낸다. 대학생들을 가르치고 있기에 직접적으로 그들의 생각을 들을 수 있었고 의문에 대한 토론까지 이어진다. 이십대를 피상적으로 보며 논의를 펼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일방적이지 않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십대의 전부가 대학생은 아니기에 부분적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이십대에 대한 담론이라고 보기보다 오히려 대학생들의 담론이라고 보는 것이 더 어울릴 듯도 싶다. 어쨌든 핵심은 자기계발이 강요되는 사회에 대해 말하며 이 담론에 갇힌 이십대 대학생들의 생각들을 파헤치고 있다.

   그래도, 사회는 젊은 청춘들에 기대를 건다. 어쩌면 그러한 기대에 대한 부담이 클 수도 있겠다. 그래서일까 이십대들의 말은, 이해가 어렵다. 이해가 어렵다기보다는 그들에 대한 기대로 ‘어찌 그렇게 생각할 수가’가 되는 것일 게다. 그들의 생각이 안타깝고 답답하기 그지없다. 물론 모두가 이렇게 생각하고 있진 않을 것이지만 그렇지 않다 한들 무엇이 달라질까. 사회가 그렇게 흘러가고 있는데. 이십대의 생각의 편린을 통해서 개인이 아닌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이끌어 내고 그에 대한 의견을 펼치는 것, 지속적으로 우리 사회가 가져야 할 문제의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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