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묵자>를 두려워하는가

 

묵자-공자를 딛고 일어선 천민사상가


임건순, 시대의 창, 2013.


  <묵자> 이 책은 <묵자>의 원문에 대한 한문풀이 주해서가 아니라 <묵자>에 대한 작가의 완전한 이해를 설명해 주고 있다. 결국 작가는 <묵적>이 아니라 임건순이 되어야 하는 것이었다.

 작가는 우리에게 낯선 사상가인 묵자에 대한 소개에서 시작하여 묵자의 핵심 사상이 무엇인지를 설명하고 묵자의 사상이 나왔던 배경과 다른 사상과의 비교를 통해 묵자 사상을 설명해 나간다. 특히 묵자의 사상은 공자 사상에 대한 반론이 많기에 그 비교 대상은 공자의 유가사상이다. 이러한 비교를 통해 묵자 사상을 설명하며 묵자 사상의 정수들을 추려 이해시킨다. 이후 묵자의 실질적인 원전을 소개하며 그 내용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다만 완전한 원전읽기가 아니라 작가 자신이 추려낸 원전을 중심으로 설명을 하고 있다.

이 책은 묵자 사상을 이야기하며 유가 사상을 비교 설명한다. 묵자 사상이 공자 사상에 대한 반론적 성격을 띠고 대립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비교 설명하는 것이 좋았다. 그리고 묵자 사상이 나름 무리들을 형성하고 다른 사상에 영향을 미쳤음에도 결국 소멸되어 버리는 안타까운 원인을 분석하고 있는데, 당대의 사회현실의 토대 속에서 분석한 원인들이 와 닿았다.

 또한 아마도 보편적 복지 형태인 겸애에 대한 사상과 반전 사상에 대한 묵자 사상이 와 닿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묵자는 그러한 사상들을 직접적으로 실천하였으니 그러한 하나하나의 행동에 대한 이야기도 와 닿을 수밖에.

 오래도록 익숙했던 유가 사상에 이러한 사상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그렇기에 작가가 유가 사상을 반복하여 비교하고 있는 것이 확실한 사상의 느낌을 더할 수 있다. 물론, 제목을 봤음에도 잊어버리고 이 책이 묵자 사상을 이야기하는 것이 맞나 싶기도 했다. 춘추전국시대의 사상은 당대의 현실 상황에 대한 명확한 인식과 더불어 사상적인 흐름에 대한 이해를 통해 특정 사상에 대한 이해를 더할 수 있음을 알았다.


 누가 <묵자>를 두려워하는가.

 오래도록 <묵자>와 <묵가>를 두려워하는 이들이 단지 사상의 어려움 때문에 이 사상을 소개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이 책은 너무 쉽다.

 <묵자> 사상 자체에 대한 어려움이 없게 느껴진다. 모든 사상가들의 사상은 생각하고 생각하고 봐야 하지만, <묵자>는 정말 직독 직해같은 느낌이었다. 물론, 내가 읽은 것이 <묵자>원전이 아니었다. 더구나 원전에 아주 충실한 것도 아니었다. 책을 펼쳐보니 많은 부분 작가의 풀이가 좌우하고 있었다. 원전에 대한 한문풀이 번역이 아니라 <묵자>가 가지는 주요한 사상에 대한 정리와 해석을 하고 있는 책이다.

 신영복 선생의 <강의>에서 언급된 <묵자>의 느낌이 강도를 더해서 전해졌는데 아마도 딱딱한 느낌으로 서술되었다면 <묵자>에 대해 반감을 가지는 이들도 많을 듯하다. 그것은 마치 이른바 ‘일베’들이 좌파에 대한 공격을 하는 것과 같은 것일 게다. 그만큼 <묵자>는 좌파적인 사고를 담고 있다. 단지 사상뿐만 아니라 실천에 대한 강조까지가 오늘날 우리나라의 진보당의 사상과 공약들을 보고 있는 듯했다. 신영복 선생님도 <묵자>에 묵가는 중국 사상사에서 이론과 실천을 겸비한 최초의 좌파 조직이라고 할 수 있다고 얘기하지 않았던가.

 이 책은 <묵자>의 사상만을 소개하고 있지 않다. 묵자, 즉 묵적에 대한 설명과 묵가 무리에 대한 설명을 통해 오늘날 이 사상이 누구에게서 어떻게 쓰여졌는지를 설명하고 있으며 또한 당시 이 사상이 왜 소멸될 수밖에 없었는지를 설명한다.

 또한 묵자 사상 자체가 공자와 함께 하고 있기에 공자의 사상에 대해서도 설명을 곁들여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더불어 당시 다른 이들의 사상의 핵심과 비교를 해주고 있어 묵자만이 가지는 특색을 더욱 잘 확인할 수 있었다.

 상당히 쉽게 설명되고 있긴 한데 간혹 너무 어린이들에게 말하는 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문장들이 여럿 보였다. 그로 인해 내가 쉽게 이해하면서도 ‘아니, 이거 어린이용 아니야?’라는 생각이 들 정도. 작가 자신이 야구논객이라고 하는데 아마도 블로그 글이나 쉽고 유행하는 말들을 사용한 글쓰기를 해왔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하기도 했다. 장점은 너무 쉽게 고전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이고 또한 오히려 그렇게 쉬운 말투가 단점으로 느껴지기도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

 반복적인 설명과 강조로 인해 묵자의 대표적인 사상에 대한 이해가 완전히 학습되는 듯한 느낌이기도 하나, 조금 머리가 커졌다고 이것이 완전히 원문에 충실하지 않은 부분, 즉 원문을 보다 많이 살펴보고 해석을 하고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쉽게 <묵자>에 대한 이해를 충분히 했다고 생각하니 <묵자> 원전에 대한 욕심이 강하게 들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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