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존하는 독일 최고의 책

    

저자 요한 페터 에커만 


  이 한권을 위해, 아니 엄밀히 말하면 출판사에서 2권으로 출간하였으니, 2권을 위해 전생애를 바친 요한 페터 에커만의 생애가 기억이 남는다. 그의 생애가 요즘으로 따지면 을의 인생, 열정페이를 강요받는 느낌이 들었는데 이 책의 제목이 『괴테와의 대화』임에도 저자가 괴테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나 여전히 괴테만 기억하는 사람에게 꼭 이 책의 저자는 요한 페터 에커만이라고 외치고 싶다!


  니체가 “현존하는 독일 최고의 책”이라고 평한 『괴테와의 대화』는 민음사 판 전2권으로 되어 있다. 저자가 괴테와의 만남에서 있었던 대화를 기록한 것으로 1권에는 1부와 2부, 2권에는 3부가 연도별로 정리되어 있다. 그러나 2권에 연도가 중복되어 나타난다. 저자는 괴테 사후 약 10년 동안 천 번의 만남을 통해 괴테와 대화한 내용을 메모하여 기록한 것으로 1836년 1부와 2부를 출간하였다. 이후 인기가 좋아 1848년 괴테와의 대화를 기억하여 출간한 것이 제3부이므로 연도가 중복되어 나타나고 있다. 또한 3부는 저자 이외 오랜 동안 괴테와 교류한 제네바 출신의 자유로운 공화주의자 소레가 괴테와의 만남을 일기에 적은 내용이 첨부되어 있다. 소레가 그가 기록한 내용들을 연대순을 편입해 달라고 부탁했고 저자는 소레가 기록한 것을 보충하고 거기서 빠진 공백들을 채워 넣으며 3부를 완성하였다. 특히 소레의 내용을 상당히 활용한 부분은 구분하기 위하여 따로 표시하고 있는데 1824년에서 1829년에 이르는 부분, 1830년, 1831년, 1832년이 그러하다. 전체적인 내용이 괴테와의 대화를 중심으로 기록하고 있다면 3부의 초기 년도에서는 사건을 나열한 듯한 인상을 받았는데 그것이 소레의 일기를 바탕으로 한 부분이었다.

  이 책은 괴테와 저자 사이의 대화 내용이 주가 된다. 그리고 괴테의 가족과 친구들, 괴테가 만난 예술가와 학자 등-나폴레옹, 헤겔, 실러, 베토벤 등-와 나눈 대화가 수록되어 있다. 이들 대화는 일상적인 대화를 넘어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는데 그것은 괴테 자신의 작품에 대한 내용, 세계 문학대가들에 대한 괴테의 생각과 해석, 정치에 대한 관점, 당대의 문학과 예술에 대한 관점, 종교에 관한 관점, 자연과학에 대한 관점, 삶의 지혜에 관한 생각 등 괴테의 삶과 철학이 담겨 있다.


  대화는 상호간에 주고받는 말이다. 대화에서는 화자와 청자의 역할이 나뉘며 담화의 내용에 따라 역할을 달리하게 된다. 『괴테와의 대화』는 괴테와 저자의 10년 동안의 만남 속에서 이루어진 대화가 주 내용을 이루고 있는데, 상호간의 대화가 무색할 만큼 괴테의 일방적인 언행들이 주를 이룬다. 괴테의 말에 대해 저자는 호응하거나 혼자 감탄하거나 하면서 괴테가 전하는 내용들을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연도가 지날수록, 그러니까 세월이 지날수록 이러한 형태의 대화는 조금의 변화양상을 보인다. 괴테의 일방적인 말씀 전하기가 아니라 저자 또한 일정 부분 대화의 주도권을 가진다는 것이다. 괴테의 논리에 반박하며 자기 주장을 펼치며 의견을 피력하고 자신의 견해를 서술하기도 하는 것이다.

  같은 문학을 꿈꾸는 자로서 또한 시집을 낸 시인으로서 저자는 대문호 괴테에게 가려져 아무런 꽃을 피우지 못한 듯이 보였다. 니체가 최고의 작품이라 평했지만 저자에 대한 명성이나 문학적인 찬사가 아니라, 그저 ‘괴테’를 더욱 더 알 수 있는 연구로서 이 책이 세상에 기억되고 있다. 그렇기에 저자에 대한 안타까움과 서글픈 감정이 지속되었는데, 저자 자신이 괴테를 사랑하고 존경하고 있고 그 오랜 기간 동안 스스로도 괴테의 영향 아래서 정신적으로도 더욱 성숙하고 자신의 관점을 정립하게 된 듯하여 이것이 매우 뜻깊게 다가왔다.

  뿐만 아니라 그 자신도 문학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있었기에 괴테의 작품을 정리하는 일을 도우면서 그 자신의 관점과 문학적인 열성으로 괴테의 작품을 정리하고 새롭게 조언하는 내용을 보게 되는 것이 기쁘기 그지없었다. 그러니까, 저자 또한 시간의 흐름과 함께 성장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마도 그것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에커만이 여행길에서 괴테에게 보내는 편지가 아닌가 한다. 그것은 진실로 에커만이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자신의 갈망을 표출하며 자신과 마주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결과를 떠나 자신의 목소리를 괴테에게 전달했던 또 하나의 표현이었다. 그러니까 이 책 전반에 나타난 괴테의 지식과 혜안들에 놀라지만, 지극히 조심스럽고 경외감으로 표현된 에커만의 어조들을 보는 것이 은근히 기억에 머물게 된다. 이 책을 쓰게 된 내용, 그가 괴테와 만나기까지의 과정 등, 그 기록들 속에서 저자 에커만을 마주할 수 있어서 좋다.

 괴테의 말들은, 그의 수많은 작품 속에서도 우리가 알 수 있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작품을 통해서도 알지 못하는 많은 공백들을 저자가 10년 동안 대신 물어 줌으로써 괴테를 통해 그 작품들이 창작되고 그에 대한 여러 감흥들을 엿볼 수 있던 것 또한 좋은 부분이었다. 결국, 아닌 듯해도 이 작품은 괴테라는 넘을 수 없는 바위를 조금씩 조금씩 두들겨 대는 저자를 통해 사람들 가까이로 바위가 이끌려 올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이 책은 연도순으로 괴테와의 대화를 기록하고 있다. 처음부터 일기 형태로 기록되었기도 하였고 괴테와의 만남의 순간들에 대한 기록이기에 어찌 보면 연도순의 일기 형태가 가장 무난한 구성인 듯 보인다. 그리고 이 형태로 구성된 것은 당시의 이야기의 맥락에 따른 내용이해를 제고할 수 있다는 점이 주요하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 이러한 연도별 기술에서 1부와 2부의 나뉨은 어떤 의미가 있는가. 서술 형태의 변화가 있는 것도 아니고, 괴테와의 만남에서 극적인 사건 변화로 구분지은 것도 아니다. 대화의 주제에 따른 구분도 아니다. 단순히 연도상이 절반 정도를 나눈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러한 부의 나뉨은 별 의미가 없다. 물론 3부는 1, 2부 후에 또한번 출간된 것이라 전체적으로 기록하지 못했던 날들에 대한 추가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하니 예외로 한다고 해도 역시, 거기에다가 3부로 덧붙이는 것은 좀 어색하다. 차라리 3부의 내용이 다른 서술 형태이라면, 주제를 달리한 묶음이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다. 그렇기에 3부의 내용들은 1부와 2부 사이에 연도와 날짜에 맞추어 각각 삽입한다면 전체적인 전개가 매끄럽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물론 3부에서 참고한 소레의 기록에 대한 표기도 하면서 말이다.

  저자는 인쇄되지 않은 괴테의 편지와 일기 등을 연도별로 검토하면서 편집과 출판에 관한 사항들을 정리하며 다양한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그는 모든 편지들을 다 실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그 이유로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개별적인 구절들은 선행하고 있는 구절들이나 나중에 나오는 구절들에 의해서 비로소 그 진정한 가치가 드러나고 확연하게 이해되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전체를 출판하기에 무리가 따른다면 부분 부분 베껴 해당 연도별로 묶는 방법도 제시하고 있다. 또한 수신인과 연도별 정리 방법 중에서 연도별을 선호하는데 그 이유는 같은 시간대에 활동했던 이들의 관계를 드러내고, 그 편지를 쓴 이들이 처한 상황과 일을 여러 측면에서 조명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결국 그가『괴테와의 대화』에서 사용하고 있는 연도별 기록은 이러한 자기 의견을 적용한 책인 것이다.   

  하지만, 이 책 자체가 연도별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기에 또 다른 형태의 구성을 제안해 본다. 바로 주제별로 대화의 내용을 분류하는 방안이다. 아마도 이것은 『괴테와의 대화』라는 제목에 부제를 달아야 할 지 모르지만 그 이야기가 나온 맥락의 이해를 떠나, 주제에 대한 심층적인 이해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고려될 만하다. 특히 『괴테와의 대화』가 담고 있는 괴테의 무수한 생각들을 총합적으로 정리하여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아주 유용하리라 본다. 여기에 에커만이 생각한 바 있는 정리 방식이 유용한 지지를 해준다.


      결국 우리는 다음과 같이 견해의 일치를 보았다. 예술과 관련된 모든 경구들은 예술에 관한 글을 모은 책에다가 자연과 관련된 글들은 모두 자연과학 편에, 그리고 윤리와 문학을 다룬 글들은 마찬가지로 또 그런 것들만을 모은 책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괴테와의 대화』1권, p725)

 

   이러한 형식을 고려한다면 다방면의 주제로 이야기가 이루어진 만큼 다양한 주제로 나눠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큰 카테고리 나뉜다면 다음과 같은 형태로 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문학, 철학, 자연과학, 정치학, 종교학

 둘째, 괴테의 문학과 자연과학에 대한 소고

 셋째, 고전론, 희극론, 배우론, 작가론, 시론, 정치론, 괴테의 작품비평


  특정한 주제어를 발췌하여 그에 따라 서술하면 다음과 같은 내용을 선별하여 논의를 전개할 수 있을 것이다.


      고전적인 것과 낭만적인 것

      개별적인 것과 보편적인 것

      데몬적인 것과 오성

      작가의 생산성과 창조력

      이념과 소재

      정신과 자연과학

      인간 존재와 신


  이와 같은 내용이 반복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이를 중심으로 세부적인 내용들을 전개하면 핵심 내용들을 이해하는데 보다 유용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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