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지 말 걸 그랬다 


 이 엄청난 분량의 책을 쓴 저자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자료수집과 쓰는데 많은 시간

이 소요되었다고 하는데, 읽는 나 역시 그러했으므로 저자의 노고가 느껴졌다. 따지고 보면 하나하나 얼마나 공들인 것일까. 사실, 서두부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 부분에서 저자와는 다르게 팔레스타인에 감정이입해 탈무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저자가 그러했듯이 나는 유대와 유대인에 많은 매혹을 느끼지 못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전쟁에 관한 생각을 강하게 접어두고 탈무드의 내용으로 보고자하며 책을 읽었다. 쉽지 않더라는 것이 함정이었다. 관점이나 감정을 어디에 두느냐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꼈다.


p69 인류 역사에서 유대인은 제국을 세우지도, 대성전을 짓지도 않았다. 다만 그들은 모든 에너지를 인간성 연구에 쏟았다. 세상을 향해 끊임없이 질문하며 예지 습득에 힘써 왔다. 그것은 인내와 더불어 이스라엘 민족이 역사로부터 받은 또 하나의 선물이었다.


p103~104 수천 년에 걸쳐서 기록된 인간의 행동양식, 사고방식, 반응, 기쁨이나 슬픔, 고난, 성공이라는 것을 배움으로써 인간이란 도대체 어떤 것인가라는 전체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 인간의 능력이나 가능성이나 한도를 알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여러 나라로 흩어진 유랑인이 되어도 힘을 잃지 않고 늘 새로운 힘을 유지한 것은 오로지 유대인이 성서를 마음의 지주로 삼고 탈무드를 지력의 지주로 삼아서 배워왔기 때문이다.


  오래도록 익숙하게 들어 와 유대인을 남다르게 여겨 온 것이 바로 위와 같은 유대인의 상황일 것이다. 이 상황 속에서 영향력있는 수많은 인물을 배출했다는 것, 그것에 ‘탈무드’가 있다는 것이 유대인 정신과 탈무드를 뛰어난 경전으로 받들게 하는 요인이라는 걸, 그래서 탈무드가 신비로워 보일 것이라는 것. 어릴 땐, 랍비가 들려주는 우화의 이야기들을 접해서 조금은 그런 적도 있다. 우화는 항상 그러니까. 하지만, 성인이 되고 보다 방대한 탈무드를 접하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전쟁을 보고, 세계사를 조금 알고 세계경제를 조금 알고, 권력과 자본을 조금 알고, 그렇게 조금 알다 보니 내 세계가 너무 좁은 건가.

  세상 모든 나라들에서 자기들 나라 특유의 ‘탈무드’를 가지고 있다. 보편적이고 근본적인 원리와 원칙이 그 안에 담겨 있을 것이다. 다만, 유대인들이 그것을 보다 적극적으로 실천하고 있다는 것이 아주 결정적인 차이가 아닐까. 하지만, 읽다보면 탈무드는 도덕윤리와 가치보다 어째 ‘성공'철학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지.

  솔로몬 탈무드는 크게 총 15장으로 구성된다. 전체적으로 유대인과 랍비, 탈무드에 대한 소개가 1장과 2장에서 제시된다. 3장과 4장은 유대인의 경제적인 부분인 돈과 그에 따른 철학을 살펴본다. 5장과 6장은 유대인의 발상과 유대인의 정신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7장은 유대인의 세상살이, 8장은 유대인의 교육에 대해 말하고 있다. 9장에서 14장까지는 탈무드 우화를 이야기하고 있다. 9장과 10장은 각각 유대인의 예지와 지혜에 대한 우화를 11장은 걱정하지 말아라, 12장은 뿌린 대로 거두리라, 13장은 행복을 만드는 유대 사고방식, 14장은 불멸의 영원한 가르침이라는 제목으로 각각 제목에 맞는 우화들을 엮어 제시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15장은 토라를 이야기하고 있다. 이와 같이 솔로몬 탈무드는 1장에서 8장, 15장은 저자가 탈무드와 유대인에 대해서 서술식으로 설명을 하고 있다. 그러나 9장부터 10장은 우화들을 엮어 놓고 있다.

  각 장마다 소제목을 두고 있고 소제목에 또 다시 하위 범주의 제목을 두어 내용을 전개하는 형태로 이루어져 있다. 내용을 보다 보면 저자가 한 단락 정도의 내용에도 소제목을 제시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것은 단락의 내용을 나타내는 핵심의미라고 할 수 있겠는데 이와 같이 핵심의미를 단락마다 마다 제시하고 있어 내용에 대한 명확한 이해와 요점을 파악하게끔 해준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로 인해 전체적으로 복잡하고 산만한 느낌이 들게 한다. 탈무드의 우화들이 각각이 제목을 가지고 있으므로 이러한 형태가 전체적으로 제시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탈무드에 대해 지금까지 알아왔던 것이 우화이다 보니, 자연스레 다양한 랍비들의 이야기, 우화부분을 재미있게 읽었다. 어릴 적 보았던 우화들도 있고 처음 접하는 우화들도 있었다. 그러나 이들 각각의 우화에 대해 나름의 결론과 해석은 나의 몫이기에 내가 부여한 우화의 해석을 쫓으며 즐겼다. 비교적 인상깊게 남았던 부분은 유대인의 경영원칙인 78:22의 법칙에 대한 설명이다. 유대인들의 부자철학은 유대인의 특성을 대표적으로 나타내주는 부분이란 생각이 들었다. 앞서도 얘기했듯이 탈무드가 다른 나라의 그것과 차별적인 것이 바로 이 부분인 듯이 느껴지니까 더욱 그럴 것이다. 유교적인 틀에 묶인 우리나라에게 상인에게 가지는 생각이 다르기에 그 다름으로 유대인의 금전에 대한 생각들이 재미있게 읽혀지기도 했다. 원체 유대인의 경제관념을 부각하는 부분이 많다 보니 어쩌면 이것이 특징인가, 인식해서 일수도 있겠다. 이 부분은 3장이다. 3장 중 유대인의 기본 법칙에 대해 언급한 부분은 다음과 같다.


유대상술의 기본 법칙에 ‘78:22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엄밀히 말하면 ±1의 오차가 있으므로 이는 때에 따라 79:21이 되기도 하고 78.5:21.5가 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정사각형과 그에 내접하고 있는 원의 관계를 생각해 보자. 정사각형의 면적을 100이라 한다면 그에 내접하는 원의 면적은 약 78이 되고 나머지는 22가 된다. 또 공기의 성분이 질소 78에 산소와 기타가 22인 비율로 이뤄져 있다는 것은 너무나 잘 알려진 사실이다. 사람의 신체도 수분이 78, 기타 물질이 22의 비율로 이뤄져 있다. 이 ‘78:22의 법칙‘은 인간의 힘으로는 도저히 어떻게 할 수 없는 대자연의 법칙이다.

이 법칙 위에 유대인의 상술이 성립되어 있다. 세상에는 ‘돈을 빌려주고 싶어하는 사람’과 ‘돈을 빌려쓰는 사람’이 있는데, 그 중에는 ‘빌려주고 싶어하는 사람’이 단연코 만다. 은행은 많은 사람들로부터 돈을 빌어다가 일부 사람들에게 빌려주고 있다. 만일 ‘빌려쓰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으면 은행은 당장 문을 닫는다. 이를 유대식으로 말하면 이 세상은 ‘빌려주고 싶다는 사람’ 78에 ‘빌려쓰고 싶어하는 사람’ 22의 비율이 성립한다. 이와 같이 돈을 ‘빌려주고 싶어하는 사람’과 ‘빌려쓰고 싶어하는 사람’ 사이에도 ‘78:22의 법칙’은 존재한다. 무슨 일이든지 성공률은 78이고 실패율은 22인 것이다. 실패율 22을 생각지 말고 나도 하면 78이 성공률 속에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좌절하지 말아야 한다(p249).

 

  다시 탈무드를 읽게 되면 그때는 또 다른 마음이 들게 될까. 머리가 크지 말았어야 했나. 어릴 적 아동과 청소년들이 알고 있는 그 수준의 탈무드 우화만 기억하고 있을 걸 그랬나. 탈무드를 읽는 유대인들의 이스라엘 땅을 찾은 것을 마냥 축하해 줄 수 없음을 안타까워하며...... 탈무드에서 보라는 것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마음을 추스르며 이 책이 조금은 정리가 되면 어떨까 생각해봤다.

 

1. 유사 내용의 카테고리 재분류

 탈무드의 내용을 보면 전체적으로 반복되는 패턴의 느낌이 든다. 그것은 유대인의 지혜를 이야기하며 유대인의 금전에 관한 탁월한 철학을 논하면서 지혜의 내용들이 금전의 내용과 연결되는 부분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많은 책의 내용이 유사한 내용을 한데 묶어 장을 통합하면 장이 줄어들어 보다 간결한 형태로 이루어질 것이다.


 

2. 제목 및 소제목 형태의 통일성

  솔로몬 탈무드는 제목이 많다. 각 장을 나누기 위해 15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그 각 장에서도 소제목으로 분류한데 이어 거기다가 단락단락마다 제목을 뽑아서 제시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소제목을 포함한 제목만으로도 내용을 알 수 있을 정도로 제목만으로도 많은 페이지를 차지한다. 그러나 이 제목의 형태가 전 장에 걸쳐 통일적이지 않다. 물론 특성에 따라 적절한 제목을 붙이겠지만 각 장의 제목만이라도 그 형태를 통일적으로 이어간다면 보다 더 체계적인 느낌이 들 것이다.

  아래 보는 바와 같이 어떤 장의 제목은 서술형, 의문형 종결어미 형태로 제시한다. 어떤 제목은 명사형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것을 서술형태이든 의문형태이은 명사형이든 통일적인 체계로 정리한다면 제목에서 느끼는 복잡함이나 산만함이 경감될 수 있을 듯하다. 예를 들어 ‘불굴의 방패, 절대의 가치는 무엇인가’, ‘유대 부자철학은 무엇인가,’ ‘유대 역정의 발상을 찾아라’로 한다거나 간결하게 ‘유대인이해’, ‘유대정신’ 이런 형태로 말이다.

3. 책의 집필 의도 고려한 우화 삽입

  저자는 유대인과 유대인의 철학에 매혹되어 여러 탈무드를 모아 재정리하였다고 했다. 그러나, 저자의 매혹이 어떤 부분이었는지 특히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 무엇이었는지에 관한 논점이 점차 흐려진듯하다. 탈무드와 유대인에 대한 설명이 중심이었는지, 탈무드의 우화를 얘기하는 것이 중심이었는지 말이다. 처음 시작에서 9장까지는 우화가 설명 속에 제시되어 있다가 9장 중반부터는 우화만 제시되고 있다. 우화를 소개하고 이에 대한 설명을 하려고 했다면 조금 더 설명 부분에 우화를 삽입하여 제시하는 것이 더 좋았을 듯하다. 그리고 많은 우화들은 따로 탈무드 우화로 책을 낸다거나 아니면 솔로몬 탈무드에서 독립적인 장으로 제시하여 소제목으로 분류하여 엮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4. 탈무드 우화의 출처 제시

  솔로몬 탈무드에는 많은 우화들이 몇 장에 걸쳐 삽입되어 있다. 저자가 많은 책들을 참고하여 이 책을 저술하였던 만큼 책 전반에 대한 참고문헌이나 자료의 출처가 명시되었으면 한다. 특히 우화들도 그 출처들이 궁금해진다. 1,000페이지 분량의 책을 저술하면서 저자의 목소리가 충분히 녹아들었겠지만 설명과 의견들을 분리하여 좀더 이해를 높일 수 있도록 각주를 통해 설명을 첨가하였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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