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이야기, 삼국유사



 아, 사진과 함께 만나는 삼국유사는 아주 옛날 삼국의, 신라의 모습을 현재 속에서 찾아보는 감흥을 배가시켜주었다. 잠시 잠시 글의 여운을 느끼게 해주는 사진이 너무나 아름답게 자리잡아 이 책이 더욱 빛났다고 책장을 덮으며 생각한다.

  유사(遺事)는 이전의 역사서와 기록에 빠졌거나 자세히 드러나지 않은 사실을 말한다. 이 이름에서 보듯이 삼국유사는 삼국사기, 해동고승전 등 기존 사사의 기록을 보완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일연은 삼국사기를 국사(國史)라고 하여 정사로 인식하고 인용하고 있으며 해동고승전의 기사도 10여 군데 인용하여 받아들이고 있다. 삼국유사는 이러한 사서들에 빠져 있는 분의 사료들을 다방면에 걸쳐 수집하여 일연의 의도에 맞게 새롭게 구성하고 있다.

  삼국유사는 서문이 없고 동기를 보여 주는 글이 따로 전하지 않는다. 1278년 이후 일연이 73~76세 무렵 운문사에 주석하면서 본격적으로 편찬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그의 문도들도 다수 참여하였는데 민간에 전해지는 고기(古記)들을 비롯 사지, 금석문(金石文), 고문서, 문집과 승전류의 책 등 자료를 광범위하게 수집하고 직접 답사하여 보고 들은 전승이나 설화들을 채록하여 서술하였다. 또한 시기적으로 삼국유사는 원의 간섭을 받고 있던 시기에 서술된 책이다. 몽골의 30여 년에 걸친 침략에 맞서 싸우다가 결국 굴복하게 된 상황에서 민족의 위기에 대응하여 정신적인 측면을 강조함으로써 그것을 극복하고자 하는 정신 사관을 보여준다고 할 것이다. 이것이 가장 잘 드러난 것이 기이편의 서문이다. 여기서 일연은 우리 역사와 전통에 대한 자긍심을 내세우고 있다. 이는 고조선조에 천신의 자손이 최초의 국가를 세웠다는 단군왕검 신화에서 파악해 볼 수 있는데, 일연은 이를 기록하면서 중국의 요 임금과 같은 시기에 시작되었다고 서술하고 있다. 그러므로 정사 중심의 삼국사기에서 누락되거나 고쳐서 기술된 사료들이 삼국유사에서 그대로 전하는 경우가 많다.

  이 책은 삼국유사 내용을 번역하고 있지 않다. 삼국유사를 해설하고 있다. 저자의 차례 역시 삼국유사가 쓰여진 순서를 밟고 있다. 삼국유사의 내용을 발췌하며 그와 관련된 배경을 설명하고, 일연에 대한 설명이나 의도, 작가의 의견 등을 피력하고 있다. 그가 설명을 하고 있는 부분은 우리가 궁금해 하는 부분을 잘 찾아내어 잘 정리해 주고 있으며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생각하게끔 만들어 주고 있다.

  그리고 이 책에는 글만큼이나 아름다운 사진이 첨부되어 있다. 역사서를 뒷받침하기 위한 객관적 자료로서의 사진이 아니라 그 하나하나라 아름다운 시로 보이는 사진이다. 더구나 그 사진은 저자가 직접 찍은 것이 아니라(저자가 찍은 사진도 드물게 있더라만), 사진가가 따로 있다. 그러니 이 책은 삼국유사를 지은 일연과 그 삼국유라를 현대적으로 풀어간 고운기, 그리고 삼국시대의 흔적과 현 시대의 접점을 찾안 양진, 이 세사람의 각각의 이야기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삼국유사가 삼국사기에 비해 좀더 재미있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하지만, 마냥 옛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사실 현대에 사는 사람으로서 가지는 여러 의문점이 있기 마련이다. 그러한 의문점들을 저자가 잘 이야기해주고 있어 만족스러웠다. 그런데 그러한 의문에 대해 풀어가는 방식이 논문에서 나타나는 딱딱하고 건조한 문체가 아니어서 좀더 편안하게 읽을 수있었다. 또한 곳곳에 보이는 저자의 시인의 향내가 감성적인 느낌에 젖어 들게 하면서 같이 여행을 떠나는 듯한 기분을 들게 했다. 논리적이고 객관적인 부분을 잊지 않되 지난 역사의 흔적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힘이 있다. 굳이 내가 보완할 점을 어찌 찾으리오. 오히려, 책이 이렇게 끝나버리는 것이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삼국유사가 이야기가 많은데 왜 여기서 끝나버리는지, 왜 이 이야기만 뽑아서 쓰고 있는지 등등, 그러한 점이 아쉽다고나 할까. 저자는 삼국유사를 시리즈로 엮어 내고 있으며 또한 다양한 버전으로 이야기를 풀어 나가고 있다. 그 수많은 이야기를 이 한권에서 나타내기는 어려웠으리라 생각하면서도. 그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서든 다른 저작물들을 읽어야 하는 걸까 하는 생각. 그러다 보면 삼국유사를 매개로 쓴 또다른 책들과 이 책의 차별성 또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작가 자신이 다양한 버전으로 정리하여 이미 삼국유사를 읽어 가는 방법을 찾아가고 있으니 보완할 부분으로 얘기하겠다고 하는 것이 이미 그가 새롭게 편찬한 책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삼국유사에 나타나고 있는 시와 관련된 부분만을 뽑는다거나, 설화만을 뽑는 것, 인물별로 정리하여 이야기 해보는 것, 논쟁적인 부분을 추려서 이야기 해보는 것 등. 하나의 원전이 다양한 이야기를 품고 있을 때 거기에서 파장되는 이야기가 무수하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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