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살아나기를 소명하며!

 

 

  『니체, 천 개의 눈, 천 개의 길』은 니체의 ‘철학’에 대한 이야기다. 저자는 니체가 가진 사상을 헤르메스가 되어 해석해주고 있다.  

  니체를 해석한다는 것은 니체가 천 개의 눈으로 보는 것과 같이 다양할 것이다. 니체를 해석한다는 것은 결국 누군가의 ‘의도’이고 그의 생각을 말하는 것이다. 따라서 니체가 말한 그대로를 토스하여 주는 역할이 아니라 니체가 말한 것을 두고 니체를 재창조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니체의 글을 해석하고 있지만 그 많은 니체의 글들 중 자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찾아 내어 그것에 대한 설명과 해석을 하고 있으니 결국 니체의 이야기가 아니라 니체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저자의 이야기가 아니겠는가.

  이 책은 니체에 관한 해석을 담고 있는 1부와 논문 형태의 글을 추린 베버의 정치학과 차이의 정치학을 담고 있는 2부로 나뉜다. 일단 이 책의 핵심인 1부는 저자 자신이 니체에 대해 가지고 있는 애정을 드러내듯 니체의 생각들을 잘 뽑아내어 전달하고 있다. 총8장으로 구성하여 1장 니체와 철학의 관계, 2장 니체의 계보학으로 도덕과 윤리의 문제, 3장 니체의 해석학과 니체에 대한 해석학, 4장 니체의 근대 정치 비판을 다루고 있다. 5장과 6장은 권력의지와 영원회귀, 7장은 초인 등의 니체 철학의 주요 개념을 다루고 있다. 마지막 8장은 니체 자신이 어떻게 변화하였는지를 니체의 저작을 토대로 말하고 있다.

  니체에 관한 총8장의 내용 중에서 가장 흥미롭게 읽었던 것은 2장이다. 니체의 계보학으로 도덕과 윤리에 관한 내용이다. 이 장에서는 특히 도덕과 관련하여 강자와 약자의 개념을 이야기하고 있다. ‘도덕’에 대해 평소 갖고 있는 생각과 맞물려 성큼성큼 다가온 부분이다.

 

니체의 철학에 대한 비판은 분명히 사유로부터 삶을 구원하기 위한 것이다. 염세적 사유의 굴레로부터 삶을 구원하는 것이야말로 니체의 비판이 지향하고 있는 바다. 그러나 이는 ‘철학을 비판하는 철학’으로서 니체 철학의 절반일 뿐이다. 왜냐하면 삶을 속박하는 사유가 비판받아 마땅한 것처럼 사유를 속박하고 있는 삶 역시 비판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삶이 구원되어야 한다면 같은 이유에서 사유 역시 구원되어야 한다. 더구나 순수한 사유의 체계가 거짓 연극에 불과한 것처럼 순수한 생이라는 것도 공상에 불과한 것이다(p49)

 

도덕학자나 도덕철학자에 대한 니체의 불만은 그들이 도덕을 형이상학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데에 있다(p61)

 

도덕은 자신의 행동 기준이 되지만, 동시에 타인에 대한 요구이기도 하다. 타인이 동의하지 않는 도덕은 타인이 동의하지 않는 진리보다도 훨씬 위험하다. 전쟁에 대한 공포나 공포 속에서 치러진 전쟁을 통해서 도덕은 일반성의 극대화를 요구한다. 도덕은 항상 ‘만인’을 대상으로 한다. 니체는 이렇게 말한다. “도덕 교사들의 허영심–도덕 교사들은 너무나 기꺼이 만인에 대한 처방전을 주려고 한다.”(p63 )

 

   이 시대의 가치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마냥 필요하고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던, 그 자체로서 중요한 도덕에 대한 비판적 시각, 그것이 어떻게 억압이 되는지를 볼 수 있는 장이다. 그리고 또한 그동안 강자는 위험하고 약자에 대해서는 이른바 선한 것이라 대비되던 이러한 관념들이 어떻게 ‘고정’관념이 되는지를 파악한다. 도덕이 노예가 되는 개념을 살펴보는 장, 그로 인해 약자들의 논리로 강한 자를 바라볼 수 있는 관점은 깊은 생각을 던져주기도 했다.

   절판된 이 책을 찾기 위해 중고서점을 비롯하여 온-오프라인을 뒤져봤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 당장 내 주위에선 10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그리고 지난 10년 동안 변경연 사람들은 이 책들을 찾았을 텐데 소명출판사는 재판 작업의 욕구가 없을까 생각했다. 기사를 보니 소명출판사가 창립된 이후부터 가장 많이 팔린 책이 이 책이라 한다. 우와, 놀랍지 않은가. 음, 역시 책이 잘 읽히더라니 생각했는데, 가장 많이 팔린 이 책의 부수는 6,000권이라고 한다.

   어떤 책으로의 인도는 철저한 전도자가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이렇게 절판되고 세상에 많이 퍼지지 않은 이 책으로 인도받은 것은 어떤 의미가 있는가를 생각해 보게 된다. 확실히 니체가 이 세상에 미친 영향은 크다. 많은 이들이 니체를 ‘해석’하고 있고 다양한 니체 관련 저서들이 끊임없이 출간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러나 니체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정확히 ‘그것’이었다고 우리는 정확히 알 수 있을까? 심지어 니체의 초인은 히틀러의 철학 도구로 활용되기도 하였으니 어떠한 생각이 누군가에게 어떻게 읽혀지는지는 니체가 스스로 자신의 철학이 무엇인지를 말하는 것만큼 중요한 문제로 보인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며 저자의 시선을 따라 가다가 불편한 느낌을 받지 못했다. 그건 ‘니 생각일 뿐이야’라거나 ‘어떻게 이것을 이렇게 생각할 수 있지?’하는 거리감을 느끼지 못할 만큼 충분히 자연스럽게 저자의 해석에 녹아들었다. 세상을 바라보는 천 개의 시선과 주름들이 있듯이 이 책도 니체에 관한 다양한 ‘관점’과 ‘해석’ 중의 하나이겠지만 니체의 입을 빌려 전하고 있는 저자의 생각들을 불편하지 않게 동조하게끔 하고 있다는 점이 일단 좋았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 또다른 철학자들을 중구난방으로 끌어들이고 있지 않다는 점, 핵심적인 부분들만을 추려서 개념과 철학의 전달이 간명해서 좋았다.

원저자의 책을 해석하고 있다고 하기에 니체의 글의 ‘원문’들이 많이 인용되어 있지 않다는 느낌이었다. 아마도 그래서 이것은 니체에 관한 해석이란 느낌보다는 저자의 생각들을 주장하는 것이란 느낌을 더 가진 듯도 하다.

   다만, 읽고 나서 ‘불충분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는데 그것은 아마도 원체 니체가 써내려간 글들이 많기에 말 그대로 ‘모자라다’는 느낌의, 다른 부분도 필요하다는 점이 우선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책의 구성이 뭔가 다르게 되었으면 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그에 대한 구체적인 것은 아직 어렴풋하다. 사실, 읽는 글에 대해서는 명료하게 받아들였는데 책의 구성적인 면에 대해서는 니체의 방대함 때문인지, 명료함은 덜 느꼈다. 니체에 대한 전체적인 조망에서 구체적이고 핵심적인 내용으로 파고들어가는 형태이든 개념을 잡고 전체적인 조망을 보는 형태이든 니체의 윤리학, 정치학, 니체의 해석학, 니체의 종교학, 니체의 자연학 등으로 그의 철학을 정리 요약하여 이해하고픈 욕구로 마치 리포트를 쓰듯이 니체의 사상과 철학의 핵심 개념들을 이런 형태로 정리하고픈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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