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의자 위의 노인 윌 듀란트의 철학이야기

 

 

 

   철학이야기는 철학사에 이름이 남은 15명의 철학자들의 사상과 그들의 생애를 기술하고 있다. 저자 스스로 “이야기”라는 제목을 달았듯이 이 책은 철학가들이 얘기하는 철학을 설명하고 해석하는 것보다는 철학가들의 생애와 그들의 철학적 주제에 이르게 되기까지의 영향과 과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어쩌면 그가 ‘이야기’라고 하게 된 이유는 이 책은 월 듀란트의 강연 원고를 기초로 제작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저자가 이야기를 풀어 가는 철학자 15명,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베이컨, 스피노자, 볼테르, 칸트, 쇼펜하우어, 스펜서, 니체, 베르그송, 크로체, 러셀, 산타야나, 제임스, 듀이다. 월 듀란트는 이들 철학자들이 철학사에 영향을 준 인물이라는 점을 전제하고 이들을 중심으로 당대 철학사조와 배경을 설명하고 철학사상에 대해 언급한다. 그리하여 오랜 철학의 역사 속에 달랑 15명의 철학자들은 너무 적은 것 아닌가 생각하기 전 간간히 철학사에 이름을 내민 이들의 이야기가 소개되고 있다. 그리고 역시 15명의 철학자들의 생애를 중심으로 그리고 그들이 저술한 책을 중심으로 각각의 철학자들의 철학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그리고 이들에 대한 비판으로 마무리 짓고 있다.

  월 듀란트의 문체로 철학이야기를 읽는 맛은 각 개별 철학자들이 주장하는 철학에 대한 이해를 높여 주었다. 저자가 이렇게 적절하게 철학자들의 논리를 이어주는 것이 좋았다. 물론 철학자 개인에 대한 선호도에 따라 관심도가 달라지는 장이 없다고는 못하겠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동일한 패턴으로 철학자들의 이야기를 풀어 나가고 있기에 특정한 장이 좋았다 말하는 것보다는 전체적으로 좋았다라고 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특히 저자가 밝혔듯 ‘이야기’들이 좋았다. 철학자들의 생애에 대해 알지 못한 것을 따로 찾아보지 않고 소개를 해주고 있고, 특히 철학사조의 탄생과 저술과도 연계시켜 주고 있기에 나름 공감이나 이해가 더 빨랐다는 생각이 든다. 그저 이 책을 저술하기까지의 노고를 어떤지를 아는 터라 이렇게 쉽고 편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내용을 엮어 가는 저자에게 놀란다. 모든 장이 저자의 각고의 노력이 숨쉬고 있는 장이다. 개별 철학자들의 생애를 더욱 더 궁금하게 만들고 그들의 철학책을 읽고 싶도록 만든다. 도대체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되어 찾아보자라는 느낌이 아니라, 감탄과 함께 찾아보고프게 만들기에 저자에게 이 책이 많은 부와 명예를 주었던 것을 의심하지 않게 된다.

  책을 읽어가며 서양의 지혜에 비해 편하게 읽힌다는 느낌이었다. 이것은 서양의 지혜를 읽은 후 반사이익일까. 러셀의 문제일까, 월의 능력일까, 나의 문제일까. 아니면 번역의 덕일까. 하나의 책이 여러 번역가들에 의해 번역된 경우 어떤 책을 선택할 지에 대한 고민을 해결해 주는 것 중의 하나가 출판사와 번역가에 대한 것이다. 보통 여러 번역본을 비교하고 끌리는 문장에 따라 책을 선택한다. 책을 선택한 것은 아니고 주어진 것이긴 하지만, 잠시 다른 번역본을 살펴보니 이 책의 번역이 편했다. 정영목 번역가가 번역한 책들을 여러 번 읽어서인지 그의 번역체에 익숙해졌는지도 모른다. 어쨌든 내가 하고픈 이야기는 결국, 이 책을 편하게 읽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이 월 듀란트의 이후의 삶을 경제적으로 편하게 해준 이유가 아마도 그것의 힘도 있을 것이다. 또한 이미 많은 출간이 이루어진 책이 왜 또 번역되어 출간되는지도 알 수 있을 듯싶다. 어쩌면, 인간은 늘 수많은 철학문제를 인생에서 뗄 수 없는 모양이다. 거기서 나름 인생의 지혜와 위안을 얻는 모양이다. 좀 더 쉽고 편하게 써내려간 철학이야기가 삶에서 철학을 가까이 하고 싶어 하는 이들의 손을 잡아 주었다.


   이 책은 월 듀란트가 성인노동자들에게 강의한 내용을 바탕으로 이루어졌다. 그렇기에 그는 보다 쉽고 재미있고 의미있는 내용이 전달되도록 주력하였을 것이다. 사변적인 철학보다는 이들 철학자들의 생활들에 대한 이야기로써 철학을 이야기하는 형태의 구성이 되었을 것이다. 상당히 매끄럽게 책이 읽혀지는데 저자는 이 책을 쓰기 위해 아주 많은 시간 노력했기 때문이다. 각 철학자들의 철학 원전을 500번이 넘도록 읽고 이것을 집필하는데도 3년이 소요되었다고 하니 오랜 시간 동안 쌓아온 그의 지식과 이것을 사람들과 나누고픈 그의 열정과 애정이 보다 잘 전달될 수 있었던 듯하다. 각 철학자들이 주장하는 철학이론들이 어떠한 배경에서 나올 수 있었고, 그것이 철학가들의 삶과 어떻게 연관이 되는지를 파악할 수 있어 철학책을 소설책 읽듯이 읽을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라 본다.

  그러면서도 모든 철학자들의 철학사상에 대한 비판을 얻고 싶은 이 기분은 뭘까. 그렇기에 비판의 장이 나오면 나도 모르게 흥분이 된다. 그런데 월 듀란트는 몇몇 장에서 이것을 생략하고 있다. 그에게 특히 애정을 준 철학자라도 비판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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