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의 힘
조셉 캠벨 & 빌 모이어스 지음, 이윤기 옮김 / 이끌리오 / 200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신화의 힘(The Power of Myth)


조셉 캠벨‧빌 모이어스 대담, 이윤기 옮김, 이끌리오, 2003.



  이 책은 캠벨과 저널리스트 빌 모이어스와의 방송용 대담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처음 기획에서부터 책으로 엮을 의도를 가지고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저자인 캠벨 사후 대담의 내용이 책으로 출간되었다. 서문에서 빌 모이어스는 캠벨이 말하고자 하는 핵심적인 내용을 집약해서 서술하고 있다. 그리고 전체 8장으로 구성되어 각 장마다 모이어스의 질문에 캠벨이 답하는 형태로 이루어져 있다.

  1장은 현대 세계에서 신화가 가지는 의의를 설명하고 있으며 2장은 궁극적으로 신화가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게 해주는 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으며 3장은 과거의 신화와 의례에 대해서, 4장은 희생과 천복(天福)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5장은 영웅의 모험의 여정에 관해 이야기함 6장은 우주의 어머니인 여신의 신화에 대해 이야기하며 7장은 사랑과 결혼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며 8장은 영원의 가면에 관한 신화의 이미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대담 형식을 취함으로써 캠벨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모이어스가 명료하게 요약하거나 의문점을 질문하며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있어 읽으면서도 이야기를 듣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캠벨이 이야기하는 형태는 안타깝게도 나에게 아주 명료하거나 구체적인 각인을 주기 보다는 그 전체적인 아우라로 나를 감탄시켰다. 물론 문장 하나하나에 매료된 구절도 분명 있으나, 한편으로 생각하면 그 의미를 이해하는데 분명 모자랐기에 그가 던지는 메시지를 제대로 받아먹지 못했다는 아쉬움은 크다.

  하지만 비교적 내 삶과 대입하여 생각해 볼 수 있는 천복에 관한 것, 내면의 길에 관한 내용들은 쉽게 와 닿았다. 천복을 좇으면 어떻게 되느냐는 모이어스의 질문에, “천복에 이르게 된다”는 그 말. 참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말이었고 인디언에 관해 많은 이야기를 수집한 그 답게 인디언 추장이 자연에 대해 가지고 있는 편지는 인디언들의 삶에 대한 아쉬움과 더불어 더욱 되씹어 보게 된다.

  또한 캠벨을 신화학자로 부각하다 보니 간과했던 부분이다. 그 또한 종교학자이기도 했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그가 종교와 신들에 대한 이야기 역시 내가 종교인이 아니기에 주의깊게 읽혀지기도 했다. 그리고 에덴동산에서의 두려움, 신에 대한 이야기..다시 보니 마음에 드는 글들이 많다. 신화의 힘은 두고 두고 되씹으며 읽어 봐야 할 듯하다.


  이 책은 대담의 기록이다. 즉 작가가 하고자 하는 말을 글로써 전달한 것이 아니라 질문자의 질문에 대한 답변 형태로 캠벨이 자신이 전하고자 하는 바를 전달하고 있다. 글과 말이라는 것은 전달형태면에서 여러 가지로 다르다. 그렇기에 글로써 읽어내려갈 때에는 전달력이란 측면에서 약한 면을 드러내고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저자의 힘으로 온전히 이야기를 엮어 갈 때에는 자연스러운 흐름에 맞추어 내용을 정리할 수 있으나 대담은 질문자의 의도 또한 개입되어 때론 반복적이고, 때론 부연적으로, 때론 흐름과는 조금 동떨어진 형태로 이야기가 흘러가게 되기 때문이다.

  이 책은 빌 모이어스가 적절히 질문의 형태를 조절하며 대담을 이끌고 있다지만 이 책이 대표적인 신화입문서, 신화개론서 이야기된다는 것을 볼 때 보다 쉽게 일반인의 눈높이의 질문이 이루어지지 못한 점이 아쉽다. 즉, 개론서라는 것이 많은 내용을 다루기 때문이 아니라 보다 핵심적인 부분을 간결하고 쉽게 정리할 수 있다면 더욱 좋았을 듯한 느낌이 든다. 특히 이 책이 캠벨이 저술한 초기 저작물이 아니라, 캠벨이 많은 저서를 출간하고 생에 마지막 즈음 자신의 모든 저술에서 말한 바를 총체적으로 나타내고 있다는 느낌을 가지게 된다. 그리하여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 신화의 이미지, 신화와 인생, 신화와 함께하는 삶, 신의 가면 등의 내용이 각 장마다 조금씩 자리한 요약서의 느낌이 들었다. 그렇기에 이 책을 읽고서 오히려 다른 저서들을 살펴보아야 신화의 힘에 겨우 접근이 가능하다고나 할까.

  한편으론 저자가 살아 이 책의 출간을 주도했다면 지금의 형태와는 다른 정말로 신화의 개론서로서의 책을 서술했을 것이란 점에서 아쉽기도 했다. 의도적인 질문과 반박을 접어둔 채 오로지 그의 이야기에 대한 수용적인 자세로 책을 읽으려 하면서도 이해가 어렵거나 더한 답변이 요구되는 부분이 있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그저 신화에 대한 메타포, 그가 자신의 일생을 바쳐, 그의 천복으로서 임했던 신화에 대한 생각과 신념으로서 글들을 이해하며 읽었기에 책을 읽고 난 이후의 몽상적인 상태가 지속되다. 캠벨의 저작들을 보다 쉽게 이해하고 접근하기 위한 대담으로서는 오히려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차라리 좀더 '신화'의 의미에 대한 핵심적인 내용을들 뽑아내어 그것을 중심으로 한 질문과 경험에 대한 이야기로 풀어 갔으면 하는 생각이다.  방대함은 깊이에 대해 부족하게 한다. 이 책이 신화에 대한 이해, 개론서가 되어야지 조셉 캠벨이 그동안 쓴 책들의 요약 정리본은 아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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