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에게 권하는 인문학 - 대한민국 보통 가족을 위한 독서 성장 에세이
김정은.유형선 지음 / 휴머니스트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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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바꾸고 싶어-엄마는 바뀔까요?


 책은 ‘읽어야 하는 것’이라고 사람들은 생각한다. 특히 아이들에겐 어릴 때부터 독서습관을 길러줘야 하고 권장목록과 유명인의 추천도서 목록을 행복을 향한 열차 티켓을 거머쥐는 것처럼 수집한다. 하지만 이것도 한때다. 초등학교, 고등학교를 거쳐 마침내 대망의 대학교를 입학하기까지가 대한민국의 최종 독서의 종착역인 까닭이다.

  독서에 대한 열의가 정말 있는 것일까. 그렇다고 하기엔 한국인의 독서량과 독서시간은 가히 참담하다. 또한 책읽기 책에 대한 선호도가 높거나 방송에 등장한 책이 갑자기 베스트셀러가 된다거나 베스트셀러니까 읽어야 한다는 형태의 독서가 전반적인 흐름이다. 유명인이 추천한 책의 줄거리를 읽고 그들의 감상을 내 것인 양 하는 어느덧 과시가 되어버린 이 나라의 독서판.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라 의무화되고 강박에 휩싸인 우리나라의 독서문화가 점점 사람들을 책에서 멀어지게 하는 게 아닐까. 우리의 책읽기에 대한 욕망이 있다면 그것은 정말이지 라캉이 말한 타자의 욕망은 아닐까. 

  독서에 대한 순수한 열의를 방해하는 것은 자연스럽게 형성되어야 할 책에 대한 관심이 우리나라 특유의 교육과 맞물려 ‘학습’으로 인식되면서 오히려 독서에 대한 잘못된 관념이 형성된 탓이기도 하다. 학습을 떠나서도 책이 인생의 진리이며 모든 문제점을 해결해주는 것처럼 얘기되는 현실에서 ‘나’는 그것을 찾지 못했을 때 오는 참담함도 더해진다면 독서에 대한 열망은 감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헬조선이란 ‘생계’를 위한 지극히 전투적인 사회에서 책에서 위로받기엔 책과 함께 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요인이다.

  어쩌면 타인의 독서경험과 추천목록을 찾아 읽기는 이렇게 형성된 독서습관 탓에 아직도 ‘내 경험’을 찾지 못한 이들의 독서습관 형성을 위한 노력일 것이다. 독서를 통해 새로운 인생의 전환을 느낀 이들의 진정성있는 경험을 공유하고픈 이유일지도 모른다. 왜냐고, 여전히 독서에 대한 울렁증과 강박증이 남아 있지만 그래도 그 강박을 완전히 버릴 수 없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독서를 하고 싶은 열정의 첫 단계일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우린, 어떤 형태로든 정말로 책을 ‘잘’ 읽고 싶은 건지도 모른다.


'엄마 바꾸고 싶어!' , 큰 아이의 절절한 외침


  강박적으로 독서의 필요성을 머리로 알고 있지만 절절하게 실천으로 옮기지 못하는 이들에게 이 가족의 독서 경험을 공유하기를 권한다. 한 가족이 함께 독서를 하며 성장해 가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이 가족도 심상치는 않다. 아빠는 파업 중이고 엄마는 직업병으로 백수이자 병원을 오가고 엄마와 오랫동안 떨어져 있던 아이들은 엄마와의 거리감에 힘들어하고, 마침내 엄마를 바꿨으면 좋겠다라고 하기까지. 헬조선사회에서 살아가는 한 가족의 안타까운 상황이 절절하게 다가오는 상황에서 이들 가족이 서로 공감하고 소통하는 방식은 정말로 독서에서 이루어졌다. 이 경험은 이 가족만의 ‘특별’한 경험으로 차별적이고 아름다워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분명 ‘이 가족이 특별한 것일 뿐이야’라는 생각은 책을 읽으며 은연 중에 전혀 특별한 그들만의 경험으로 보이지 않는다. 책을 읽어내고 소통하는 탁월한 엄마, 아빠의 글솜씨 때문이기도 하고 아이들에게 전전긍긍하는 엄마, 아빠의 모습이 읽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은 가족 모두가 저자이다. 아빠와 엄마와 두 딸이 함께 읽고 나눈 독서의 경험이다. 그들이 읽은 책을 통해 현재 느끼는 감정과 어려움을 책 속의 등장인물을 내세워 이야기한다. 어쩌면 이들 가족이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이 탁월한 것이기도 하겠다. 책 속의 이야기를 나의 것으로 대체하여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은 그리고 마침내 가족이 ‘가족’으로 똘똘 뭉치는 광경은 오히려 파업이 해결된 지 아닌지를 잊어버리게 만든다. 그만큼 큰아이가 엄마를 이해하는 것과 엄마가 아이의 재능과 관심을 아이의 기준으로 이해하는 과정이나 작은 아이가 언니와 비교하지 않고 스스로의 꿈과 자신감을 길러가는 과정이 더욱 흥미롭다고나 할까. 가족생활에서 중요한 요인이 물론 경제적인 부분이지만 그래서 위기인 아빠의 ‘파업’은 어느새 뒷전으로 물러나는 상황이 된다. 그것은 수많은 위기의 한 요인일 뿐이며 이들이 위기를 헤쳐나가는 방법을 알아 가기에 더 이상 위협요인으로 작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파업하는 아빠, 아픈 엄마, 서로가 낯선 가족들"


  책의 서술자는 엄마인 것 같다. 문체나 이야기의 흐름이 그렇다. 주제에 맞추어 그들이 읽은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주제마다 아빠의 편지가 따로 있기에 그런 생각도 들었다. 그들의 가족 토크쇼에서 들은 이야기지만 이 책에서의 ‘서술자’ 측면에서 아빠의 역할에  의문을 가지며 책이 출간되기까지 직접적인 집필자인 엄마에게 공이 크다라고 한다고. 하지만 저자인 엄마는 이 책의 전반적인 기획과 출발이 아버지에게서 나왔고 문체의 통일성을 위해 톤을 맞춘 것이라며 아빠의 역할이 적지 않음을 강조했다. 흐뭇한 광경이다.

  저자의 말처럼 단순하게 글쓰기로 엄마, 아빠, 아이들의 공을 구분한다는 것은 우스운 일이다. 농담반 진담으로 이 책은 다 엄마가 한 거야라고 생각했는데 생각할수록 아빠의 지분이 커져가고 있었다. 아빠의 역할을 무시할 수 없는 결정적인 이유가 무얼까. 그것은 이 가족의 전체적인 가치와 철학을 이끌어가는 데 아빠의 생각이 차지하는 부분이 크다는 것이다. 가정이나 국가나, 핵심적인 가치와 목표 아래 다양한 형태의 일들이 이루어진다. 어떤 가치와 철학을 가지느냐가 한 가정을, 한 나라를 만들어간다. 그런 면에서 이 집안의 큰 가치가 흔들리지 않게 올곧게 지켜갈 수 있도록 하는데 흔들림없었던 ‘아빠’에게 박수를 건넨다. 아빠의 기본적인 가치와 엄마의 가치와 행동력이 맞물려 이 가정의 독서관이 형성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다.

 각자의 역할들을 충실히 해내고 그리고 어려움과 위기 속에서 서로를 알아가기 위한 노력들이 만들어 낸 결실이다. 이 책은 단순히 이 가족이 어떤 책을 읽었다는 것이 아니라 이들 가족들의 경험이 녹여나 그들이 읽은 책들이 더욱 빛나는 듯하다. 유쾌하고 독특한 이 가족의 이야기들을 들으며 강박이 아니라 자연스러움과 진정성이 얼마나 큰 소통이 되는지를 느껴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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