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없게도 국수 - 인생의 중심이 흔들릴 때 나를 지켜준 이
강종희 지음 / 비아북 / 201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살다보면 나도 모르게 서글퍼지는 날이 있다. 누군가 대놓고 내 등짝을 후려치는 것이 아닌데도  나는 늘 등짝을 후려맞고 있는 기분이다. 하루 하루가 그렇게 이어가지는, 가느다란, 삶. 어이없게도...

  이런 삶을 알아주는 것마냥, 누구나가 다 그렇게 살고 있다는 외치듯이 이런 제목이 눈에 띄었다. '어이없게도'. 그래 삶은 어이없지. 국수가닥들이 모여 삶을 위해 기도하듯 한자리에 모여 있다. 자주 먹던 구포국수같은 표지에 정말 내 삶보다 어이없구나 싶게 웃음이 나왔다. 이건, 국수를 소개하는 책인가.

  그러나 '인생의 중심이 흔들릴 때 나를 지켜준 이'라는 문구에서 이건, 국수종류를 소개한다거나 어느 맛집따위를 소개하는 책이 아니구나 싶었다. 그리고 마주한 모리국수에서 원초적인 삶의 느낌과 마주했다. 아, 점점 작가의 이야기에 빨려 들어간다.

  작가는 자신이 면식범이라 '면'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고 했지만, 어이없게도 이것은 삶에 관한 이야기였다. 그러니까 삶은 국수였다. 작가는 인생의 곳곳에서 무수한 사람들을 만났고 그들과 함께 인생의 희노애락을 겪었다. 작가는 줄기차게 자기는 국수를 좋아해서 그 날의 국수들을 기억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하지만, 결국 그녀는 사람을, 그 추억을 기억하고 싶었던 거다. 그녀는 짐짓 그립고 가슴 아린 어느 날을, 그리고 누군가를 떠올리며 자신의 지난 인생들을 다독이고 있지만 드러내놓고 그들이 그립다, 그때의 기억이 생생하다 말하지는 못하는 거다. 국수를 빌려 그 이야기를 전한다.

  삶의 어느 고개에서 마주한 그들과 그들과 함께 나눈 국수 속에 작가의 인생이 녹여난다. 그들이 국수가 작가의 인생에서 어떠한 힘이 되었는지 위로가 되었는지 이 어이없는 국수를 통해서 만날 수 있다. 그리고 돌아보면 작가가 먹는 국수 한그릇마다 나의 인생도 실려 있다는 생각을 들게끔 한다.  뜨거운 국수이든 차가운 국수이든 인생의 누군가와 만나 후루룩 면발을 삼키며 이야기 속으로 젖어들고 싶게 만드는 책이다. 긴긴 밤, 끝없이 면발이 생각나게 하는 책이다. 그러니까, 삶은, 국수다.  


p21. 누군가가 그랬다. 생선은 낯설고 잔인하다고. 육지의 생명인 나와 다른 세계, 비밀의 바다에서 온 생명을 먹는 행위는 나라는 존재의 생명을 직시하는 행위다. 낯설고 원초적인 바다의 존재, 생선이 그득한 국수 냄비 안에서 우리는 무엇을 발견했던가.
`버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