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네가 사랑한 정원 - 화가이자 정원사, 클로드 모네의 그림과 정원에 관한 에세이
데브라 N. 맨코프 지음, 김잔디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6년 3월
평점 :
절판


모네의 가장 아름다운 명작


모네가 사랑한 정원 - 화가이자 정원사, 클로드 모네의 그림과 정원에 관한 에세이

데브라 N. 맨커프 (지은이), 김잔디 (옮긴이),  중앙books(중앙북스), 2016-03-30.

 

 

  86세에 사망한 모네는 생애만큼 많은 이야기가 있다. 거기다 2,500점이 넘는 그림을 떠올린다면, 그만큼 모네의 이야기는 많을 테다. 그래서 모네에 대한 책을 보면 본 적 없는 그림이 계속 나온다. 모네 생애와 작품을 이야기하는 저자마다 지면이 허락하는 한, 대표적인 것 이외 더 소개하고픈 그림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모네에 대한 책은 한 두 권으로는 미진한 느낌이다. 물론 모네뿐만이 아니라 다른 것도 그렇겠지만. 모르는 것이 약이고 아는 것이 힘이라는 말도 있지 않나. 조금 아니까 아직 힘이 되지 않는다.

  이 책은 모네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공간 정원을 중심으로 한 모네의 그림과 그에 얽힌 이야기를 담고 있다. 모네는 인생의 마지막 29년을 정원에서 보냈다고 하는데 이 정원은 그냥 있는 공간이 아니라 모네가 창조한 공간이다. 모네 자신 정원은 나의 가장 아름다운 명작이라고 말했고, “자기 그림을 이해하려면 백마디 설명보다 자신이 직접 가꾼 정원을 보는 게 낫다고 말했을 정도다. 모네의 정원을 가본 많은 이들도 모네의 정원에 대해 찬사했다. 어떤 이는 모네를 이해하려면 정원을 보라고, 그림보다 정원이 낫다고 했을 정도다.

  처음 모네가 정원을 가꾼 곳은 1871년 파리와 떨어진 아르장퇴유다. 이곳 테라스에 화분을 놓고 화단을 장식, 정원을 배경으로 그림을 그렸다. 이때 정원을 배경으로 한 가족들을 그리며 마음의 안정을 얻었다. 이때의 정원은 전원주택에서 꽃을 가꾸는 것처럼 소소한 형태였고 대규모의 정원으로 확대하게 된 건 지베르니에 정착하고서다. 1883년 파리 북서쪽 작은 마을 지베르니에 처음 정착하고서도 모네는 빛을 그리는 화가로 자연 풍경을 그리기 위해 노르망디 해안, 루앙, 리비에라 등으로 여행을 다녔다. 곧 자신의 정원에 자신이 그리고픈 세계가 있음을 발견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그 세계를 위해 정원을 창조했다


그는 화단을 색과 높이에 따라 분류한 뒤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대규모의 정물화처럼 꾸몄다. 강렬한 자연광 아래에서 꽃을 관찰하여 싱그러운 색채의 향연을 표현했다. 무성한 풀과 나무, 꽃을 심고 굽이치는 둑을 만들었으며 구불구불한 길을 내어 물의 정원을 조성했다. 

 

  이렇게만 보면 실제 모네가 정원을 창조하기 위해 들인 노력이 가늠되지 않는다. 모네는 정원과 관련한 서적을 찾아 읽는데 시간을 더 들였고 정원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카유보트와 소설가 옥티브 미르보, 비평가 귀스티브 프루아 등)과 교류하고 온실을 두 개나 만들고 정원사를 여섯 명 고용했다. 1893년 초 초지와 연못이 있는 땅을 추가로 구입해 앱트 강의 지류인 루강이 더 잘 흘러 나가도록 공사를 감행했다. 이 과정에서 이웃들의 다툼과 복잡한 행정절차를 모두 감내하고 말이다. 그리하여 모네의 정원은 물의 정원이라고도 불린다. 모네는 습지와 같은 이 땅을 밝은 색 수련이 잔잔한 수면에 떠 있고 주위에는 갈대와 버드나무, 아이리스가 자라는 연못정원으로 바꾸겠다는 구상을 실현시켰다.

  모네는 19세기 후반 자포니즘(Japonisme)‘의 열풍 속에 우키요에에 매료된 대표적인 화가다. 우키요에는 모네의 화풍과 정원 조성에도 영향을 미쳤는데, ’물의 정원은 우키오요에 판화에 등장하는 전통 풍경과 일본식 아치형 다리를 본따 설계하였고, 로저 마르크스가 당신이 미술계에 미친 영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말해달라고 하자, 내가 어떤 부류에 속하는지 꼭 찾아내야겠으면 옛 일본식이라는 정도로 해두시오.”라고 말했을 정도다.

  모네의 대표작으로 수련연작이 꼽힌다. 이 정원의 수련을 관찰하여 그린 것인데 아이러니하게도 모네는 관상용으로 수련을 심었을 뿐 그릴 생각은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한순간 수련에 매료된 모네는 어느 순간 갑자기 연못에서 황홀한 광경을 보았다. 나는 바로 팔레트를 집어들었다.”고 말한다. 이렇게 만장일치로 평단의 호평을 받은 <수련> 연작이 탄생한다.


로저 마르크스는 예술 잡지 <가제트 데보자르(Gazett des Beaux-Arts>에서 많은 지면을 할애하여 평단이 가장 대담하다고 평가한 요소를 소개했다. 모네는 <수련> 연작을 그리면서 지상의 닻에 얽매여 있던 풍경을 자유롭게 풀어주었다. ˝이제 더 이상 땅도 하늘도 그 어떤 제한도 존재하지 않는다. 잔잔하고 비옥한 물이 캔버스의 들판을 완전히 덮고 있으며 빛이 넘쳐흘러 녹청색 잎의 표면에서 활기차게 뛰논다. 화가는 원근법의 피라미드식 선이나 단일 초점을 추구하지 않고 의도적으로 서양의 전통적인 회화규칙에서 벗어났다.˝

 

  모네는, 언제나 기존 질서에서 벗어났다. 평단이 그에게 우호적이지 않았을 뿐. 모네의 기본을 달라질 리 없는데 평단이 변한 건가. 시간의 흐름과 모네의 끝없는 열정과 노력의 결실이 빚어낸 것일테다. 인상파를 조롱하던 때, 루이 르루아의 평론이 실린 때가 1874년이고, <수련> 연작이 전시되던 때는 1909년이니 무려 35년의 시간이 흐른다. 물론, 그 사이에 모네는 런던의 안개 연작도 <건초더미(1890~1891)> 연작도 호평을 받았다.

 

유명 신문 <르 샤리바리>의 평론가 루이 르루아는 모네의 작품 <인상:해돋이>를 풍자하여 인상주의자들의 전시회에서 이렇게 썼다. “대체 뭘 그린 걸까? 어디 보자. ’인상이라고? 나도 그럴 줄 알았다. 나 역시 인상을 받았으니까. 그렇다고 이 그림에 인상이 존재하는지는 의문이다.” 조롱하는 의미로 한 말이었지만 르루아의 발언은 화가들의 모임에 인상파라는 명칭을 부여했고, 인상파 화가들은 이후 11년에 걸쳐 전시회를 일곱 번 더 개최했으며 1886년에 마지막 행사를 가졌다.

 

  ’인상파화가로서 찰나의 순간을 화폭에 담고 자연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 빛의 흐름을 표현하려 했던 모네는 강렬한 햇볕에 노출된 탓에 극심한 눈의 피로와 고통이 있었고 백내장 진단을 받는다. 수술 후에도 심한 부작용을 겪으며 심리적으로 위축되기도 한다. 잘 보이지 않거나 사물의 색이 왜곡되어 보이는 현상을 겪는 건 자연을 그리는 화가로서 얼마나 충격적이고 고통스러운 일이었을까. 그럼에도 모네는 기억과 감각에 의지해 붓을 놓지 않고 계속 그림을 그린다.

  이때 그린 그림들을 보면 이전에 그렸던 색채보다 훨씬 강렬하다. 원래 그의 붓터치처럼 거칠고 생략된 표현도 더욱 두드러진다. 이때 모네가 그린 그림들을 많이 보게 되니 비로소 모네가 추상주의의 선구자라고 불리는 까닭을 이해할 수 있었다. 한 두 그림만으로는 알 수 없는 변화된 그림의 색채, 그 색채의 강렬함이 노년 모네의 고통 강도 같이 느껴진다.

  모네의 그림과 정원이 유명해지고 이곳에 많은 화가들이 모네와 교류하고자 찾아들었다 한다. 그리하여 화가마을이 형성되었다고. 이들 중 모네가 교류한 사람도 있지만 전혀 교류하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 한다. 오랜 시간 이웃에 살면서도 전혀 교류가 없을 수는 있지만, 모네의 정원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 크고 모네에 대한 유명세도 있었을 텐데, 굳이 관심두고픈 세계가 아니었는지, 단순한 사람 사이의 인사들도 없이 완전한 단절이었는지, 특별히 그러한 관계가 된 연유도 쓸데없이 궁금해진다. 세상을 살면서 마음맞는 사람을 만나는 일, 마음을 나누는 일, 사람과의 교류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끔 한다. 이웃과의 일을 떠나 모네 자체는 오랜 생을 사는 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았던, 모네를 돌보아 준 이들이 많았던 건 모네의 복일 게다.

  꽃을 좋아하고 사랑한 모네가 죽을 때 관에 검은색 천이 덮여 있어서 이것을 걷어내고 창문에 걸려 있던 화사한 꽃무늬 커튼을 덮었다고 하는 일화가 있다. 꽃을 사랑한 모네가 마지막 쥐고 있던 꽃은 무엇일까 했는데 모네의 이런 당부가 있었다고 한다.

 

꽃이나 화환은 절대로 원하지 않아. 꽃으로 장식하는 건 헛된 일이야. 내 정원에 있는 꽃을 이런 일에 쓰려고 꺾는 건 신성모독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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