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파리 만개 마음산책 짧은 소설
김초엽 지음, 박지숙 그림 / 마음산책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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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에 이력을 명시하듯


해파리 만개

 김초엽, 박지숙 (그림), 마음산책, 2026-04-30.

 

쓸모없는 것은 정말로 쓸모없는 것일까

 

  짧은 소설집이라고 하나 그다지 짧은 소설은 아니다. 여섯 편의 소설이 실려 있는데 단편 분량이 넘는 소설도 있고 각각 제법 길이가 길다. 그런데 짧은 소설이라고 하고 있으니 짧다는 건 무언가 생각하게 된다. 읽고 나면 짧다라고 느껴지긴 한다. 스토리와 등장인물이 단순하기에 얘기의 길이가 짧다”. 그렇기에 캡쳐한 사진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순간적이고 특정한 단어가 둥둥 떠다닌다.

  김초엽 작가하면 광활한 우주를 떠올리는데 해파리 때문인지 전체적으로 바다가 연상되었고, 서두에 쓰여진 쓸모없는 것은 정말로 쓸모없는 것일까라는 문구 때문에 책을 덮는 순간까지도 쓸쓸함이 느껴졌다. 쓸모라니, 이 단어가 세상을 살아가는데 직간접적으로 받고 있는 압력을 대표하는 말 아닐까 싶다. 끊임없이 쓸모를 묻는 인간은 모든 것을 쓸모로 판단하고’, 모든 존재를 그에 맞춰 생각하기에 무용을 업신여긴다. 그렇다고 쓸모 쓸모하면서 얼마나 쓸모 있게 생을 살아가는지는 모르겠다. 쓸모를 따져가며 외치는 성과따위가 얼마나 이루어졌는지도 생각해 볼 일이다. 뜨악한 결과물을 성과로 포장하기도 하니까.

  모든 생물들이 제 쓰임이 있을진대 그 쓰임의 기준을 인간으로, ‘로 하기에 위기멸망이니 하는 말들도 솟아나는 것 아니겠는가. 그리하여 탈탈 털려 도구적 존재로 전락해버리는 수많은 존재들이 있다. 세상을 살아가는 일이 이다지도 어려울 일인가.

 

아까부터 너무 과한 해석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지만, 젤리는 무척 우울해 보인다. 사람들이 자신을 싫어하고 기피한다는 사실을 아는 것 같다. 어떤 기분일까? 꼭 필요한 존재였다가, 자신을 필요한 존재로 만들었던 바로 그 특성 때문에 모두가 자신을 피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면._젤리의 우울


  모래를 그러니까 우리가 모래하면 당연 떠올릴 그 모래에게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이는 누가 있을까. 네가 지닌 진짜 힘은 고정하는 힘이 아니라 바라보는 힘이야. 응시하는 힘이지. 너는 세상을 바라봄으로써 이 세계가 느린 숨을 쉬게 해.”

  “서로를 낯선 순간 속에 붙들어세상을 달리는 모래의 존재 때문에 이다지도 살아가기 어려운 세상에서 숨을 쉬는 것일지 모른다. 모래를 찾아 바다로 가는 것이 이러한 이유 때문인지도. 모래에 대한 이 정의만으로도 이 책을 계속 읽어갈 이유가 된다.

  하지만, 우주선에 불시착함으로써 끊임없이 눈물을 전파하고 있는 젤리들을 마주하게 된다면. 해파리들이 원하지 않을 만큼 계속 증식하고 있다면. 접촉하면 말과 생각과 느낌을 주입하는 끈적이를 마주하게 된다면. 이미 쓸만큼 써서 버린 것을 다시 마주하게 된다면이 소설은 이러한 존재들을 새로이 인식하는 이야기로 읽힌다. 과하게 표현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지만, 마치 존재에 대해 더 세심히 파악하여 특징을 찾아내 재활용방안을 찾아내는 것 같달까. 전시장에 전시하기 위해 이전의 이력을 명시하고 있는 과정 같달까. 이미 그것은 그들의 존재의 의미를 보였으므로, 충분히 다시보기 또는 재정의할 이유가 충분하다고.

 

천장 틈새로 보이는 도시의 골목이 해파리의 보랏빛으로 물든다. 해파리들은 기능이 없고, 쓸모가 없고, 그저 존재할 뿐이다. 하지만 그것들은 존재하기 때문에 무언가를 할 것이다._해파리 만개에 관한 기록

 

  앞으로도 세상엔 의도하든 의도치 않은 수많은 존재들이 탄생케 될 것이다. 잊히고 버려지는 그 존재가 가 아니게 되리라 장담할 수 없다. 이러한 존재들을 마냥 외면하고 살아갈 수도 없다. 누군가에겐 무섭고 두렵고 아름답지 않을 수도 있다. 힘있는 것들에 의해 쓸모없는 것으로 규정되어 버릴 수도 있다. 하지만 세상이란 또한 마냥 예측가능한 것만은 아니어서 우리가 마주하게 될 무수한 존재들은 어떤 쓸모로 되돌아올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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