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보다 : 겨울 2025 소설 보다
박민경.서장원.하가람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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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결같은 친절함에 대해


소설 보다 : 겨울 2025

박민경, 서장원, 하가람, 문학과지성사, 2025-12-10.

 

 

  경기도 어느 아파트 거실에서 뱀이 발견됐다는 뉴스를 봤던 날, ‘뱀이 있는 곳을 생각했다. 편안히 자고 있다가 손을 뻗었는데 이불 대신 뱀이 스르륵 지나간다면 나는 얼마나 기겁하며 떨고 있을까. 아파트 거실의 뱀 출몰 뉴스에 제법 놀랐는데 개미같은 것에 물려 흉터가 사그라지지 않은 상태라 더 그러했을지도 모르겠다. 애완동물로 뱀을 키우는 사람이 있다는 것쯤이야 듣고 본 바가 많지만 새삼 아파트가 좁고, 연결된곳임을 실감케 한다. 화장실 변기 주변에서 허물이 발견되었기에 변기나 배수관을 통해 이동했을 거라니, 변기에서 변기로 이동했을 뱀을 생각하면, , 더 생각하고 싶지 않다. 생각하고 싶지 않다면서 뱀이 있는 곳을 생각하다니.

  ‘은 소설이든 그림이든 딱히 긍정적으로 그려지지 않는다. 뱀들 종은 억울하다 하겠으나 그 이미지는 성경에서부터 가스라이팅된 것 같으니, 탓하려거든 성경으로 몰려가기를. 성경에서부터라업보인가.


  「뱀이 있는 곳을 읽고 난 후 이불 속에서 발견된 이 아직 더 남은 것처럼 불안감이 사라지지 않았다. 그러다가 내가 불안을 느끼는 이유에 대해 놀랐다. 계속 찝찝한 마음을 가진 채로 무언가에 휩쓸리는 마음은 늘 불편한데 그 불편함이 무엇이었는가는 작가의 인터뷰에서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작가는 이 소설의 아이디어를 얻은 것이 시장으로 간 성폭력(김보화, 휴머니스트, 2023)이라고 얘기한다. 성폭력범들이 법정에서 변호인을 고용하여 무죄감형을 만들어내는 행태에 대한 사실을 보여주는데 이러한 변호인들’, ‘대형로펌에 의해 또 한번 철저한 피해자가 된 하진이 소설에 등장한다.

  ‘하진은 직장 상사에게 성추행당했지만 무고죄로 맞고소 당하고 대형로펌에 의뢰한 성추행범은 변호인의 탁월한 능력으로 무죄를 받는다. ‘진실이나 정의따위보다 은혜로운 의뢰인이 주신 돈이 정의인 이들의 행태로 인해 퇴사하고 이전 직장 사람들과도 소원한 채 부모님이 계신 집에 머무르게 된 하진’. 무력한 나날 속 부모님이 비빌 언덕이 되어 주지 못한다는 생각을 갖게 되는 하진을 보고 있자면 동질감이 느껴지면서도 울화통이 터진다.

  이런 상황, 그러니까 뭔가 제대로 풀리지 않는 상황, 흔히 벗어날 수 없는 우환과 곧잘 이어지는 것은 점집으로 향하는 것이다. 딱히 진지하게 믿어서가 아니더라도 점집에서 듣게 된 말은 은근히 찝찝하게 들러붙는다. 하진 또한 그렇지 않겠는가.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닌 것을 거두어 태우고 굿을 벌이면 상황이 나아진다는데, 자꾸 생각하게 될 수밖에 없다. ‘집안에 그런 것이 있나, 없는데, 아니야 뭔가 있는데, 그래, 그거다, 그거하며 반드시 무언가가 그에 맞는 것이라고 찾아낼 수밖에 없다. 그것을 할아버지가 남긴 뱀술이라고 생각한 하진이 사촌 정인과 뱀술 처리-그리니까 뱀을 꺼내 묻고 명복을 빌어주기-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하진의 최선의 방법이 죽은 뱀들의 명복빌기이기에 드는 무력감, 나아가 그것이라도 해야할 절박함이 전해져 씁쓸하다. ‘하진한결같이 친철하며 하진의 친절함에는 스스로를 못나고 초라하게 느끼게 하는 어떤 것들이 있는 사람임에도 거대한 자본과 조직’, ‘악인에게 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 개인의 현실이라는 사실에 더욱 더. 아니다. 점사에 따르면 그것은 할아버지로부터 상속받은 업보다. 나도 모르게 물려받은 저주가 함께 한 유산. 문제는 할아버지의 뱀술 컬렉션은 하나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이미 오래전에 죽은 뱀들의 명복을 빌며, 뱀들이 할아버지가 한 행동을 용서해주기를 기도하는 하진정인의 바람은 이루어졌을까.


정인은 망연한 얼굴로 서 있는 하진을 달랬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마음 아니겠느냐고, 뱀들이 좋은 곳에 가도록 기도해주면 된다고. 하지만 정인은 스스로도 그 말들을 믿지 못했다. 정말 그뿐이라면 두 사람이 여기서 이러고 있을 이유가 없었다.

 

  뱀을 하나하나 꺼내 묻는 장면을 상상하며 내가 그들인양 이게 뭐하는 짓인가 하는 자괴감도 들지만, 이왕 그렇게 하기로 한 것 모든 일이 잘 마무리되기를 바라는데 그것마저도 쉽지 않게 전개되는 상황을 보며 하진한결같은 친절함이 뜬금 찝찝함으로 남았다. 그건 완전무결함의 다른 말처럼 여겨졌는데 강박같이 여겨져서, ‘하진이 좀더 세상에 대해 불친절했으면 하는 마음이 강했다. 세상의 모든 사람에게 굳이 친절할 필요는 없지 않나. 대형로펌과 같은 기득권 하에서 좀더 불친절하게 세상을 살기를 바라게 된다. 족제비가 물고 간 뱀 한 마리처럼 저주는 불길한 기운을 두른 채 주위를 맴돌 것이다. 마냥 기도만으로는 마음의 평안조차도 얻지 못한다. 세상엔 뱀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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