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보다 : 여름 2024 소설 보다
서장원 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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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소설 보다 : 여름 2024

서장원, 예소연, 함윤이, 문학과지성사, 2024-06-07.

 

  토미, 오스틴……. 소설 등장인물의 이름이다. 외국인인가 싶지만 이들 회사는 수평적인 문화를 지향하기 위해 서로를 영어 이름으로 부르는 회사다. 실제 IT 스타트업종에선 수평적인 조직 문화를 위해 이름을 부르거나 닉네임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고 들은 듯하다. 그런데, 서로를 부르는 이름은 왜 대체로 영어일까?


  토미는 회사의 수평적 문화방침이 자신은 편견없는 사람이라는 걸 증명하려는 사장의 허영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자신 또한 채용될 수 있었다고. 토미는 회사에서 업무 능력도 인정받고 회사 생활에 만족하지만, 트렌스젠더 남성으로서 어떻게해야 할지 모르는 어려움을 안고 있다. 그러니까 농담을 받아치는일에 서툴고, “어떻게 해야 괜찮은 남자로 보일 수 있는지, 남자로 인정받을 수 있는지잘 알지 못한다. ‘괜찮은 남성으로 인정받고 싶은 토미의 이 욕구를 오스틴에게서 발견한다. 오스틴은 소셜마케팅 팀으로 자신이 기획출연한 영상에서 재치있는 입담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유튜버다. 오스틴은 토미의 신장 164cm보다 작은 극소수의 남자이기에, 모델같은 비율을 가진 남자들을 찾아가서 인터뷰하며 그들의 외모를 띄우는 것이 업무이기에 오스틴에게 보다 더 동질감, 동지의식을 느낀다. 그렇기에 더욱 오스틴을 롤모델처럼 생각한다. 토미는 오스틴과 교류하면서 트렌스젠더로서 갖게 된 자신의 낮은 자존심을 회복하고 자신이 바라는 남성상을 형성해 갈 수 있을까?

 

  토미에겐 여자친구 혜령이 있. 둘의 관계가 으로 정리되고 마는 것, 이 둘 사이의 이름 불리기는 어떤 형태였을까.

  토미가 트렌스젠더이기 때문에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혜령은 토미가 트렌스젠더임을 알고 있기에 이들 관계의 종결은 그것 때문은 아니다. 끊임없이 남성으로서의 정체성을 확인받고 싶어하는 토미에게 혜령이 들려준 ‘10달러 스트립쇼얘기는 의미심장하다.

  대만의 한 술집에는 참가비 10달러만 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스트립쇼가 있다. 이 스트립쇼에는 노년의 퀴어 커플, 온몸에 타투를 새긴 사람, 깡마른 뇌병변 장애인, 가슴 아래 탑 수술 흉터가 남아 있는 트랜스 남성 등이 무대에 오르고 관객들은 이들에 대해 야유비난, 성적 타자화하지 않고 취약한 신체를 드러낸 이들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저자는 이 소설을 쓰게 된 이유를 이 스트립쇼에 대한 의문이었다고 말한다.

 

성을 상품화하지 않는, 보여지는 이를 타자화하지 않는 스트립쇼라니요. 그런데 며칠 디에 몇 가지 의문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참가자들은 이 공연을 통해 무엇을 얻을까? 만약 그 사람이 자신의 신체에 수치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 공연을 통해 수치심을 덜어낼 수 있을까? 자기 몸을 긍정한다는 것이 그런 다정한 경험을 통해 성취될 수 있는 일일까? 누구도 자신에게 매혹되지 않는데, 오로지 다정함만으로 프라이드를 가질 수 있을까? 그 대안적인 스트립쇼는 프릭쇼와 어떤 점에서 어떻게 다른가? 저는 이 질문들에 대해 명확하게 대답할 수 없었고, 그래서 이 소설을 쓰게 되었던 것 같아요.

 

  토미가 동경하는 오스틴은 성추행 논란에 연루되며 퇴사한다. 오스틴은 페미니스트를 혐오하는 발언을 하는데, 페미니스트에 대한 그의 몰이해와 편견이 얼마나 극단적인지를 보여주는 말, 딱 봐도…… 페미같잖아요. 페미니까 차인 거죠.” “머리가 짧으니까요.” 오스틴의 이 편견과 혐오를 단순하게 볼 수 없는 것이, 실제로 2023년 경남 진주에서 머리카락이 짧으니까 페미라며 편의점 여성을 무차별 폭행한 남성이 있었다(https://www.yna.co.kr/view/AKR20231105030200057). 오스틴에게 좋은 여자란 페미가 아닌이다. 성추행에 연루되어 퇴사한 오스틴은 새출발하고 싶어하며, 그러한 이유로 사지연장술을 받는다. 이 위험한 수술을 감행한 오스틴이 토미에게 말한다. 우린 그러니까, 전우 같은 거잖아요.”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에서 위험한 신체를 바꾸는 수술을 감행했다는 점에서 토미와 오스틴은 전우일지 모르겠다. 그러나, 토미는 이에 대해 확실히 선을 긋는다. 아니요……. 저는 다르다고 생각해요. 전혀 달라요.”

  자신이 바라는 남성상을 갖추었다고 생각한 오스틴의 열등감과 혐오를 알게 되면서 자신과는 다름, 자신의 동경과는 다름을 인식하는 토미가 자신에게 좀더 긍정적이고 자존감을 높일 수 있음을 기대해도 될까. 언젠가 혜령과 대만에 그 쇼를 보러 가기로 했지만, 혜령과는 헤어졌고 그 자신 홀로 그 쇼를 마주할 수 있을까. 수평적 회사 분위기를 조직하려는 대표에 대해 편견 없음을 증명하려 한다고 생각했듯 10달러 스트립 쇼를 이야기하는 혜령에게서 소수자에 대한 편견없음을 넘어 그들을 지지하고 연대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고픈 윤리적 강박이 있다는 느낌을 받고, 박수를 치고 있는 관객을 떠올리며 몹시 기분이 나빠졌던 토미. 그 쇼에 가게 된다면 토미는 무대에 오를까, 관객으로 있을까. 아니 그 쇼에 갈까?

 

  이름. 그러니까 나는 이 소설을 보며 이름에 대해 생각했다. 트렌스젠더로 법적 성별이 다른 토미에게 법적 성별 정정을 위한 절차로 인우보증서가 필요하다. 개개인에게도 사회에서도 토미는 자신의 존재를 증명’, ‘허락받아야 하는 존재다.

 

혜령은 인우보증서를 받을 만한 이런저런 사람들을 떠올리며 내게 이름을 불러줬지만, 나는 그때마다 고개를 저으며 그 사람한테 커밍아웃할 수는 없다거나 이미 연락이 끊긴 지 너무 오래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그 말은 모두 사실이었다.

 

  사람들은 각각 다르다. 그 다름을 고유한 특색이라 얘기하고 다름이 차별이 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절대적 진리라고 얘기하고 있지만, 어디 세상은 그러한가. 나와 다름을 이유로 끌리기도 하고 그 이유로 벽을 치는 세상이다. 토미가 사람들의 내면에 대해 보다 민감하고 미세하게 반응하긴 하지만, 온전히 위선적이지 않은 사람을 부르는 일이란 얼마나 어려운지 깨닫게 한다. 하지만 나또한 그 위선에서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을까. 타인의 이름을 부르는 일이 쉽지 않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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