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보다 : 봄 2024 소설 보다
김채원.이선진.이연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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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혹적인 밤

이선진, 밤의 반만이라도



소설 보다 : 2024, 김채원, 이선진, 이연지, 문학과지성사, 2024-03-14.

 


그거 아니? 사람들은 누구나 밤을 갖고 태어나. 갓난아이 속에 갓 난 어둠이 있는 셈이지. 그런데 사람의 몸속에 밤이 심겨 있는 건 아주 잠깐뿐이야. 보통 사람들은 탯줄처럼 밤과 연결되어 있다가 밤에게 버림받아. 너도 그렇고. 그런데 나랑 내 딸은 버림받지 않았단다. 밤이 우리 안에 뿌리내리기를 선택했고, 내가 계속 밤을 품고 있기를 선택한 거야. , 내가 앞이 안 보인다고 눈에 뵈는 것도 없는 여자라고 생각하지? 천만에. 나는 네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지, 속에 무슨 꿍꿍이가 들어차 있는지 속속들이 들여다보고 있어. 다 내 밤 덕분이지. 그리고 너도 이미 잘 알고 있겠지만, 이담에 나는 내 딸한테 내 밤을 물려줄 거란다.“

 

  빛조차 감지 못하는 전맹인 엄마 미수 씨의 말이다. 보통 밤은 어두움이고 불길하고 불안정함을 대표하는 말이다. 다운의 엄마 미수 씨의 은 그렇지 않은 걸까. 제 아이에게 밤을 물려줄 거라말하는 저 자랑찬 언사라니. ‘이 장애를 말한다면 다운은 전맹인 엄마 미수의 장애를 고스란히 물려받았다. 한쪽 눈의 시력을 잃어가고 있었지만, 결국 제 엄마처럼 흰 지팡이에 의지하며 살아가는 다운이다. 엄마는 제 말을 잘 지킨 셈이다.

  어떤 존재에게 매혹됨은 그에 대한 많은 것을 닮고 싶게끔 한다. 사소한 하나라도 같은 것을 찾아내고야 말며 닮아지려 버둥거리게 한다. 어린 시절엔 동화 속 공주가 그렇게 부럽고 좋다고 하면서도 마녀에게 끌리게 된다. 겁먹어서 얼어붙은 건가? 마녀들을 매력적으로 그리며 기존 동화를 전복시키는 이야기들도 등장하고 있는데, 이들에 대한 속절없는 끌림은 결핍과 욕망에서 발현하는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이들 모녀의 이야기를 전하는 화자인 미숙또한 다운을 좋아하는 만큼, 이들에 대한 끌림이 있는 만큼 제게도 이 있노라(나한테도 있어요, 나만의 밤이“) 외치며 기꺼이 제 밤을 찾아내고야 만다.

  미숙의 밤들……. 미숙의 삶에 켜켜이 쌓인, 묻어둔 어떤 밤들. 어쩌면 미숙은 제가 가진 이 있기에 그 모녀에게 끌렸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제 삶 속 그 밤들이 마냥 어두운 채로 제 삶을 휘감지 않아도 됨을 알게 되었을지도. 조금씩 꺼내는 미숙의 이 미숙을 외롭고 힘들게 두지 않고도 미숙이 살아갈 수 있을 것임을, 혹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아가야 한다는 위로와 격려, 채찍을 얻었을지도 모른다.

  ‘을 힘있는 매혹적인 것으로 전환하는 그 순간에 느껴지는 아련함이 있다. 무서운 어떤 것에 대한 이미지가 그 또렷한 경계가 파스텔톤으로 바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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