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보다 : 겨울 2024 소설 보다
성혜령.이주혜.이희주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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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미는 愚美[최애의 아이]


소설 보다 : 겨울 2024, 성혜령, 이주혜, 이희주, 문학과지성사, 2024-12-09.

 

 

  딱히 열광적으로 연예인의 팬이 된 적이 없는 나로서는 한국 특성으로 대표되는 아이돌의 세계에 놀랄 따름이었다. 열광적이라고 한다면 관련된 콘텐츠를 보는것만이 아니라 굿즈라고 표현되는 상품을 소비하는 것이라거나 팬덤으로 활동하는 것을 말한다. 사실 아이돌 팬덤은 경계 너머의 세계인 것처럼 생각하기도 했다. 그 경계를 넘어가는데 뭔가 조건이 필요한 것 같다고(조건보다는 진입장벽인가), 그 조건이란 대표적으로 나이라고 생각하기도 했고. 암튼.

아이돌 팬덤에 대한 관심과 인식 전환이 된 계기는 누가 뭐라 해도 12·3 불법계엄 이후 남태령의 밤일 것이다. 눈오는 날의 키세스 군단, 응원봉. 그리고 응원 문화의 선도적인 영향을 미치는 BTS 아미들까지.

  하지만 세상은 넓고 급변하며, 사람은 너무나 다양하기에 어떤 상황이 어떻게 일어날지 모른다. 소설 보다 : 겨울 2024에 수록된 최애의 아이우미와 같은 아이돌 팬도 있으니까. ’팬덤의 분위기와 지향하는 바가 있을지언정 개개인의 팬의 마음은 또 다를 테니까.

예전에, 커다란 스케치북 한 면을 모두 연필로 검게 칠하고 가수의 이니셜대로 지우고 있더라는 어떤 학생 이야기가 생각난다. 우미는 고무지우개 위에 유리의 이니셜을 새기고 회의 시간에도 유리의 이름을 반복해서 적는 아이돌 유리의 팬이다. 애정하는 연예인에 대한 팬들의 행동은 소소하게는 크게 다르지 않은 듯하다. 하지만 우미는 다르다. 하긴, 그런 이야기로 이루어진다면 소설이 나아가겠는가. ’우미의 다름‘. 우미는 미성년이 아니며, ’최애아이돌 유리의 팬으로서 다른 것을 꿈꾼다.

  최애 아이돌의 연인이 되는 것은 아이돌 팬이라면 한번쯤은 꿈꿨을 것이다 그렇기에 아이돌의 연애나 결혼 기사가 파파라치든 공식적인 연예기사로 보도되면 그 아이돌의 생명력은 끝인 경우도 허다하다. 우미는 연인이라는 환상대신 현실적으로 가능한최애 아이돌 유리의 아이를 갖는 것을 꿈꾸고, 이룬다.


그렇게 남자 앞에 서는 걸 두려워했던 순간이, 여자로 평가하는 눈빛과 마주치면 등골이 오싹해져 움츠리고 다녔던 자신의 이십대가 생각나 슬퍼졌다. 거기에 대한 반발로 미소년을 사랑하게 되었는지 모른다. 그렇게 인이 박여버린 높은 미적 기준이 거꾸로 자기 자신을 슬프게 했다. 스스로를 사랑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쳐버렸고, 그 기회는 앞으로도 오지 않을 것이다. 진짜 비참하지? 그런데 이렇게 비참한 내가 사랑할 수 있는 아이를 가졌다는 건 얼마나 행운인가. 다른 누구도 아닌 유리의 아이를.

 

  우미의 이 꿈이 가능한 현실, 에 놀랍지만 우미의 이러한 독백을 보건데, 우미가 아이돌 유리를 애정하고 유리의 아이를 가지고자 하는 것은 순수한 애정이 아니라 에 대한 강박관념이 이루어낸 집착으로 보인다. 아름다움을 트로피처럼 갖추고 싶은 우미는 愚美가 아닐까. 아름다움에 대한 어리석은 생각을 갖고 있는. ’아름다움을 트로피처럼 갖고 싶은 우미가 있다면, 역시 그 욕망을 걸머쥐는 법을 아주 잘 아는 또다른 이들이 우미의 대척점에 있다. 욕망에 관한 탁월한 쟁취능력이 갖추어진 익숙한 그들-정치인이라거나 권력층이라 일컬어지는 혹은 남성이라 대변될 수 있는-, 어쩌면 기득권이라고 할 수 있는 그들. 그들이 만들어 놓은 사회환경, 그들만의 공고한 카르텔, 시스템.

 

우미와 같은 화이트칼라 계층에 소시오 패스 비중이 높은 건 드문 일이 아니다. 나라 곳간 빼먹는 건 눈감아도 공병을 훔친 기초 수급자 노인은 실형을 주는 판사를 생각하면 이해가 갈 것이다.

 

  처음부터 최애아이돌에 대한 우미 행동의 의외성은 소설 마지막까지도 이어진다. 단순히, 요즘 넘쳐나는 한국형 아이돌 산업에 대한 이야기로, 이에 대한 어린 학생들의 행태를 다루는 건가 싶은 이야기는 현실과 판타지를 섞어 놓은 채 이야기를 따라가는 독자를 기겁하게 만든다. 이 그로테스크한 상황에 그저 놀라워하고만 있기에는 그저 개개인을 소시오 패스로 격앙하여 이야기하기에는 자기들만 인간인 줄 아는 역겨운 인간들이 너무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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