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해결해 줄 거야

 

 

  시간이 해결해 줄 거야, 이 말은 체념, 포기, 전진 중 어디에 더 가까운가를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 어쩌면 망각하라는, 이 말은 정녕 효과적인가. 효과적이란 건 또 뭔가. 말을 한 이의 위로라는 진심에 방점을 두고 의미는 관용어로 제쳐둔다고 해도, 시간이 해결해 줄 거라는 말은 늘 헷갈릴 수밖에 없는 문장이었다.

  그러나, ‘조국의 시간을 통해 시간이 해결해 준다는 의미에 대한 깨달음을 얻는다. ‘시간어떻게 수용하고 활용하는가는 결국 위로받는 이가 해야 할 몫이라는 걸.

 

 

2021년 출간된 이 책은 2019년부터 벌어진 검찰개혁사태에 대한 기록, 사건일지다. ‘검찰개혁에 대해 광기처럼 쏟아졌던 기록보도를 대척점에 두고서 공권력의 가감없는 조작과 기본적인 사실조차도 서술하지 못하는 언론의 행태를 고스란히 알려주고 있다. 개혁에 선봉에 선 이를 소멸시키면서 조작이 어떻게 가능한지, 얼마나 잘 이루어지는지를 보여주고 있는데, 세상에 일이 그것뿐인 양, 세상이 무너질 일인 것마냥 속보 전쟁을 벌이던 언론이 최근 사실진실에 여전히 입닥치고 있는 상황에서, ‘시간이 해결의 첫 걸음은 사실에 대한 기록이 첫 걸음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나도 잊혀지기 전에 어떤 상황에 대한 것을 기록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복기하는 것이 괴로운 일이 될지라도, ‘거짓말왜곡’, ‘조작을 너무도 자연스럽게 하는-누군가에 대해, 그것이 어떻게 쓸 거라는 것은 우선 제쳐두고- 무식한 이를 위해서.

 

나는 죽지 않았다. 죽을 수 없었다. 진심으로 나를 사랑하는 사람, 나의 흠결을 알면서도 응원하고 지지하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버틸 수 있었다. 생환(生還), 그것이면 족했다.

 

  ‘공소권 없음으로 상황을 종결지으려는 이들이 있다는 이야기에 이 구절은 떨리는 문장이 되었다. ‘죽지 않았다는 것. 죽을 수 없었다가 더 맞을 듯하지만, 이런 일련의 사태를 겪은 이를 나로 대체한다면 나는 과연 버틸 수 있었을까.

 

수모와 모욕을 당한 후 기소가 이루어지고 여전히 재판을 받고 있지만, 김주대 시인이 저를 위해 쓰고 그린 문인화(文人畵) 속 글처럼, “죽지 않고 살아 돌아왔습니다.” ‘공소권 없음을 바랐던 사람들의 은밀한 희망과 달리, 죽지는 않았습니다. 촛불시민 덕분입니다. 날벼락처럼 들이닥친 비운이지만, 지치지 않고 싸우겠습니다.

  저자는 광복절 특사로 사면되었지만, 검찰의 조작으로 이어지고 연결된 이 사건은 사면으로는 부족함 또한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사안을 판단하는데 있어 조국을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그 사람의 사실과 진실에 대한 정보 수집 능력, 사건의 본질을 이해하는 능력과 의지를 볼 수 있게 된다. 한마디로 입만 나불대는 인간인가, 아닌가. 정녕 분노해야 할 때가 언제인지는 제대로 아는 자인지, 내뱉는 정의가 얼마나 가소롭고 편협한지를. 또한 잘 몰라서라고 하면서 끊임없이 잘못된 사실에 근거하여 판단하고 평가하는 이들도 마찬가지다. ‘잘 몰라서가 아니라 잘 알아도조국뿐만 아니라 모든 사안에 대해 그렇게 판단하고 평가한다. 그들 마음 속에 정의라는 것은 비틀려 있거나 애당초 내게 이익이 되는 것, 내가 손해되지 않는 것이라고 정의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래 문단처럼, 보수인사들의 부정과 비리에 그토록 관대한 것은, 결국 그들 자신과 같기 때문 아니려나.

 

    왜 언론은 보수인사들의 부정과 비리에 이토록 관대한가. 왜 진보인사는 배우자와 자녀는 물론, 사돈의 팔촌까지 털려가며조리돌림을 당하는가. 언론들이 보도 경쟁을 하며 전국적인 사안이 되는 경우는 보수언론과 진보언론 가릴 것 없이 다 함께 뛰어들 때다. 그런데 보수언론은 진영논리라는 개념조차 없어서 보수인사의 부정비리에는 쉽게 눈감고, 진보인사의 부정비리에는 사력을 다해 달려든다. 진보언론은 진보인사의 부정비리를 보수인사의 그것과 똑같이 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과적으로 진보인사의 부정비리는 보수언론과 진보언론이 합세해 금세 전국적 사안이 되지만, 보수인사의 그것은 묻혀버린다. 족보를 뒤지는 연좌제 성격의 추국행 보도는 보수언론의 전매특허이므로 보수인사에게는 적용될 일이 없다. 보수언론의 파렴치와 진보언론의 염치가 언론 보도 불균형의 주요 원인이다. 뻔뻔한 보수보다는 부끄러워할 줄 아는 진보가 때렸을 때의 타격 효능감도 더 클 것이다.˝

   

- 이재성, #그런데 윤석열 장모와 부인은?, 인권연대, 발자국통신(2020.5.28.)

 

  저자의 새로운 책들이 출간되고 있다. 최근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의 출발점에서 온전히 해결되어야 하고, 이해되어야 하는 시간이 바로 조국의 시간아닌가 싶다. 2025년의 8.15는 새롭게 다가오는데 끔찍했던 최근 몇 년 동안이 쉬이 보상될 수는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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