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었다고?

 

 , 임금님은 벌거벗었다!

 어떤 이야기들은 옛날 옛적에로 시작한다. 하지만, 현재진행형인 이야기를 알고 있다. 이 이야기도 시간이 지나면 옛날 옛적에로 시작하며 전해질 것이다. 다만 동화가 아니라 사실’, ‘실제 사건이라는 전제를 달고서. 그럼, 이런 이야기를 하면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이 되는 건가?

  어릴 적부터 그림책, 동화책, 애니메이션 벌거벗은 임금님을 봐 왔지만 제목에 맞게 임금님은 완전히 벌거벗은 적이 없었다. , 팬티 하나는 걸치고 있었다…….

  그동안 벌거벗은 임금님에 맞는 적절한 캐릭터를 찾지 못했는데, 마침내 완벽하게 딱 맞는 인물을 찾아냈다. 안데르센의 동화가 허구의 이야기가 아니라 얼마나 현실을 잘 보여주는 예언서인지 새삼 깨달으며. 1837년 작(원제, Kejserens nye Klæder)이라는데 2025년에 벌거벗은 임금님을 맞닥뜨릴 줄이야.

 

  그 옛날 우리의 임금님은 참으로 무능하고 사치스러웠고 나랏일에는 관심도 없었다. 관심을 가진다고 나랏일을 잘하는 건 아니어서, 관심을 가지고 한 일은 특히 더, 망하게 하는데 탁월한 능력을 보였다. 그런 임금인지라 온갖 것을 끌어모아 제 주머니를 채우기에 급급했는데, 입어도 티도 나지 않는 명품옷도 해당되는 품목이었다. 제가 임금이니만큼 그 권위를 위해 명품 옷을 주문했다. 평소 임금이 하던 것처럼 삥땅에 최적화된 재단사가 선택되었고, 필연인지 채택된 브랜드명은 멍청한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는 옷이었다. 재단사는 옷을 만드는 시늉만 하다가 옷을 완성했다고 내밀었다. 옷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점검한 그 누구도 문제점을 찾아내지 못했고, 마침내 완성된 옷이라고 내밀어진 옷을 본 임금과 그 주위 관료들은 보이지 않는 옷을 칭찬해대다 제 멍청함을 감추려한 것인지 드러내려 한 것인지 전국민에게 명품 옷을 선전하기 위해 행사를 기획했다. 멍청한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는 옷이라니, 임금의 옷을 보지 못한 그 누구도 자신의 멍청함을 드러내지 못하고 환호만 질러댔다. 이때, 어떤 꼬마가 말했다. “어랏, 임금님이 옷을 벗었네?“

   몇 개월 전이었다면 이 꼬마는 잡혀갔다. 보이지 않는 옷을 볼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는 능력자가 넘쳐나는 세상이었을 테고, 꼬마의 석방을 외치며 임금 네 옷뿐만 아니라 너 또한 명품이 아니라고 말하는 이들은 고난을 겪고 있을 세상. 거짓 명품, 짝퉁의 시대에 네네, 옷이 보입니다요라고 말하는 이들이 줄줄이 비엔나처럼 끊이지 않고 나오는 것을 본 건 충격이었다. 여전히 그들은 존재하고, 아직도 옷이 보인다고 외치고 있다. 이들을 벌거벗은 임금님 속 그 신하라고 생각하며 답답함을 좀 털어내고 적잖은 조롱을 섞어 웃어본다.

  여러 보도를 보건대, 임금님이 옷을 벗었다는데 옷만 벗은 게 아니라 바닥에 드러누워 난동까지 피웠다는데, 생각할수록 피식피식 웃음이 났다. 그 모습을 굳이 구체적으로 상상하고 싶지는 않았는데, 이렇게 벌거벗은 임금님이란 동화가 생각이 나, 다행히 순화된 그림으로 그 모습을 대체하며 웃음 짓는다.

  


  특정한 누군가로 인해 이 버전 그림책 표지가 제목이란 너무도 안 어울린다고 생각하는데눈에 띄는 부분이 있었다임금의 행차에 오토바이와 차량이 등장하는 바로 이 장면옛날 같으면 마차와 말들이 등장했겠지만요즘은 이 모습이 맞겠지벌거벗은 임금님을 태운 차가 요란하게 지나가는 이 그림이 눈에 익다.





   정시 출근한 건 이틀밖에 안된다는 어느 임금 기사에 기가 찼었는데 그 많은 나날들을 빈 차들만 보냈다는 기사들이 생각난다. , 알면서 그런 것은 제대로 제 때에 보도하지 않는 건가. 그 많은 신하들과 다를 리 없는 언론종사자들! 그들은 임금님의 옷도 보이고 진정 임금도 볼 줄 아는 능력자들이었던가. 생각하니 전해져야 하는 이야기 버전은 이 그림처럼 차량에 없는 임금이 그려진 모습이어야 하겠다.

  정당한 절차와 체계를 망가뜨릴 줄 아는 임금은 역시나 끝까지 할 줄 아는 것만 하는구나 싶어, 안쓰러움도 더한다. 그러나, 부끄러움은 내 몫으로 두지 않으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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