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첫 번째와 두 번째 고양이 - 2019년 제43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윤이형 지음 / 문학사상사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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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제도와 인간

그들의 첫 번째와 두 번째 고양이, 문학사상사, 2019-01-18.


  제법의 고양이들이 거리를 배회했다. 울음소리가 격렬한 밤이 지나면 길 어딘가에 죽어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한 적 있다. 아직까지 죽은 고양이를 본 일은 없었기에 고양이에 대한 혐오를 실천하는 사람은 동네에 없구나 생각했다. 반려묘를 키우는 이들이 많은가 하면 고양이를 싫어하는 특히 길고양이를 혐오하는 사람들도 많다. 길고양이에 대한 혐오는 길고양이를 돌봐주는 사람을 향한 혐오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런 때면 고양이보다도 그 사람에 집중하게 된다. 반려묘의 두 번째 죽음에서 시작하는 이 소설 역시도 고양이로 시작하며 고양이에 관해 이야기할 것 같지만 결국 사람의 이야기다.

  윤이형의〈그들의 첫 번째와 두 번째 고양이〉는 이혼한 부부의 이야기를 통해 결혼제도 속에서의 인간의 삶을 이야기한다. 각자 살아온 가정과 사회에서 삶에 대한 인식과 태도를 달리 형성해 온 남녀가 만나고 헤어지는 과정에서 움켜쥐려는 것과 벗어나려는 것을 보여준다. 그것은 일견 결혼이라는 제도 하에서 새롭게 형성되는 가치와 ‘나’를 재정립하는 과정으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어쩐지 이 과정은 새롭게 느껴지지 않는다. 결혼이란 사람을 늘 같은 형태로 몰아넣는다는 생각이 든다.

  <대니>는 아이돌봄 로봇에 관한 이야기다. 대니는 아이를 돌봄에 있어 결코 지치지 않는 에너자이저로서 설계된 감정도 인지하는 완전한 인공지능로봇이다. 자신처럼 아이돌봄을 수행하는 할머니와의 공감과 연민, 유대와 애정이 이야기의 중심에 있다. 멀리서 할머니를 처음 보았을 때 자신처럼 로봇인줄 알았다가 다른 모습을 찾아내고 그래서 ‘아름답다’ 느끼는 대니는 이십대의 모습을 하고 있다. 할머니는 곧 칠십이다. 대니는 할머니가 아이들 돌보는 모습을 보며 자신과의 차이점을 이렇게 말한다.


할머니는, 견디고 있었어요. 저는 견디지 않아도 되거든요.


그런데 할머니는 그렇지 않았어요. 할머니의 어떤 어려움은 없어지지 않는 것 같았어요. 견디는 거죠, 그런 건?


  살아가는 일이 견딤이라는 것을 배우게 된 것은 언제부터인지 모르겠다. 하루하루를 견딘다는 말이 주는 씁쓸함은 크다. 프로그램화되어 있는 대니가 느낄 수밖에 없는 인간의 견딤이, 고통이 아이돌봄에 관한 것이든 늙어감에 관한 것이든 영원히 그것에 머물러 있을 수밖에 없는 존재에 관한 것이든 할머니뿐만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며 인지하는 대니에게서도 느끼게 된다.


저에게는 매 순간이, 말하자면 사람들이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과 같아요. 농구공을 돌대에 넣는 것과 같죠. 나를 필요로 하는 누군가가 있고 그 사람을 행복하게 해요. 그게 저의 기쁨이에요. 그다음은 없어요. 기쁘지만, 없어요. 그래서 저는 움직여요. 만약 한 사람을 돕지 못해 어려워지면 다른 곳으로 가서 다른 사람을 도와요. 그럼 어려움은 없어져요.


  각각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작, 자전작의 작가는 윤이형이다. 두 이야기의 바탕은 결혼과 육아가 크게 자리한다. 생각하면 제도는 그 모든 것을 ‘대니’화하는 것일 지도 모른다. 필요로 하는 모든 이들에게 공평하게, 제도 그 자체는 어디에도 흔들림없이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 존재하는 것. 그러나 제도란 항상 완벽한 것이 아니기에 보완이 필요하고 냉정과 감성이 함께 필요로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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