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루시 바턴 루시 바턴 시리즈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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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휘어잡는


내 이름은 루시 바턴,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문학동네, 2017.


  불현듯이 들이차는 상념. 그것은 바쁘게 서둘렀던 마음을 휘어잡고 속앓이를 하게 한다. 굳이 현재에 영향력을 행사할 리 만무한데도 과거의 기억이 가지는 힘은 크다. 때로는 타인의 이야기를 듣고 말하고 생각하는 것은 내 이야기를 생각하기 위한 전조가 아닌가 싶다. 여기, 소설 속 루시 바턴 역시도 그러한 생각을 하는 것 같다. 글쓰기에 대한 갈망은 그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팠던 열망이다. 루시의 삶은 기억의 프리즘을 통해 보아도 아프다. 그 아픔을 루시는 자신의 존재를 일깨워주는 것이었다고 말한다. 


외로움은 내가 맛본 인생의 첫맛이었고, 늘 그 자리에, 내 입안의 틈 속에 숨어 있다가 자신의 존재를 일깨워주었다.


  오래 전 오래 병상에 머물렀던 날, 어머니가 들려준 이야기를 회상하는 것에서 시작하는 이 소설은 과거와 현재, 루시와 루시 주변을 둘러싼 사람들, 엄마 고향 사람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오간다. 기억 속 이야기는 소설가가 된 루시의 소설 속 이야기 같기도 하다.


“픽션 작가로서 작가님의 일은 무엇인가요?” 그러자 그녀는 픽션 작가로서 자신의 일은 인간의 조건에 대해 알려주는 것, 우리는 누구이고 우리는 무슨 생각을 하고 우리는 어떤 행동을 하는지를 말해주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모든 삶의 이야기를 자신의 이야기라고 루시는 외친다. 모든 생은 감동을 준다고 외친다. 루시가 타인의 생을 감동적으로 바라볼 수 있었던 것은 그 자신이 루시라서가 아니라 ‘소설가 루시’이기에 그런 건 아닐까 생각했다. 대체로 타인의 이야기를 흥미있게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이 만든 것이라고. 그러다가 생각해보니 그 자신의 삶에 박힌 그 씁쓸한 모든 기억에서 외로움을 인생의 첫맛이라 기억하는 이라면 외로움을 짝지우기 위해서라도 타인의 삶에 눈이 갔을 거라 싶다. 그러니 루시가 생각하는 방식이, 타인의 삶을 기억하고 그들의 삶을 껴안으려는 그 마음이 루시를 소설가로 이끌었구나 싶다. 모든 생이 감동이라 여기는 그 마음이란, 어떤 것일지. 소설가가 아닌 그저 한 사람의 ‘루시’로서 그 마음을 따라잡을 수 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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