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 - 더 나은 오늘은 어떻게 가능한가 인류 3부작 시리즈
유발 하라리 지음, 전병근 옮김 / 김영사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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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손같은 소리하고 있네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 유발 하라리, 2018.


  내가 지금 이 세상을 살고 있는 것은 21세기가 나를 간절히 원했기 때문이다.

라고, [킬리만자로의 표범]은 노래하고 있다. 20세기에서 그린 21세기는 상상하지도 못한 일들이 벌어지는 곳이었을지언정 무조건 살기좋은 세상이었다. 진보와 발전이란 거부할 수 없는 단어였고 기대감을 가속화·극대화시켰다. 하지만 21세기는 20세기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진보와 발전이란 제한적인 단어였고 어제에서 이어진 문제는 지속적이다. 미래라고 불린 사회가 현재가 된 지금 문제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이 존재하고 그에 대한 해결 방안도 마찬가지다. 누군가의 시각은 영향력을 갖는다. 유발 하라리도 대표적이다.

  인류가 직면한 커다란 질문은 “인생의 의미는 무엇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고통에서 벗어나느냐”라고 유발 하라리는 말한다. 그러니까 현재, 인류는 고통에 처해 있다는 말이겠다. 그 고통의 주원인이 그토록 21세기에 기대하던 기술혁명이라는 점은 또다른 아이러니긴 하지만 결국 익숙하게 겪어왔던 대로 기술혁명은 인간소외를 급격히 부추긴다. 총체적으로 보면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가지는 한계라 말할 수 있으며 유발 하라리는 그 한계를 극복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21세기의 전례 없는 기술적, 경제적 파괴에 대처하기 위해 우리는 새로운 사회적, 경제적 모델을 최대한 빨리 개발해야 한다. 이런 모델들은 일자리보다 인간을 보호한다는 원칙을 따라야 한다. 많은 일자리들이 따분한 고역이고 구할 가치가 없는 것들이다. 아무도 현금출납원을 평생의 꿈으로 여기지는 않는다. 우리가 집중해야 할 것은 사람들의 기본적인 필요를 충족시키고 사회적 지위와 자존감을 보호하는 일이다.


  마르크스는 자본주의의 한계로 도태된다며 사회주의·공산주의 체제로의 이행을 주장했고 자유민주주의는 ‘공산주의식 복지 제도’를 도입하여 마르크스가 한계로 지적한 부분을 수정하며 지속해 왔다. 물론 궁극적으로 추구하고자 하는 목적은 다르지만 말이다.


점점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한 가지 새로운 모델은 보편기본소득제UBI다. UBI는 정부가 알고리즘과 로봇을 지배하는 억만장자들과 기업들에 세금을 물려서 그 돈을 모은 개인에게 기본 필요를 충당할 만큼의 급료를 제공하는 데 사용하자고 제안한다. 이것이 빈곤층에는 실직과 경제적 혼란에 대비한 완충 역할을 할 테고, 덕분에 부유층은 포퓰리즘에 의한 대중의 격분으로부터 보호받을 거라는 구상이다.


  유발 하라리도 ‘보편기본소득제’를 제안한다. 항상 예산을 두고 다툼을 벌이는 국회는 선발시에는 ‘복지’를 부르짖으며 그것이 유용하다고 활용한다. 하지만 그 이후 실행은 복지예산을 삭감하는 것에서 보듯이 대중의 격분에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것이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이고 유용하게 흘러간 패턴이기 때문일 것이다. 대중의 격분 역시도, 쉬이 사라졌으니까. 자유민주주의를 완벽히 포장해주는 것이 복지제도이다. 복지제도를 이렇게 갖다 쓰는 한 자유민주주의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그래서 어떤 이는 복지제도를 혐오했다. 그것이 이용당하고 버려질 것이기에. 목적이 무엇이냐를, 본질을 파악하지 않으면 결국 당하고 만다.

  목적을 정하는 것도 인간이기에 어쩌면 유발 하라리의 인간의 겸손을 외치는 목소리도 수긍은 간다. 하지만 ‘겸손하세요’라고 해서 겸손할 수 있다면 인간의 고통이 있을 리가 없다. 유발 하라리의 말에 귀기울이고 맞다고 감탄하며, 무릎을 탁 칠 수 있으면 좋으련만 어렵지 않은 글임에도 왜인지 명징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자아성찰과 자기반성의 명상과 자기계발서로 바뀌는, 마무리되는 장르에 당황하지는 않지만 허한 것은 어쩔 수 없다. 유발 하라리의 생각과 글에 대한 매력은 책이 출간될 때마다 하강곡선을 그리게 된다. 그렇다고 해도 책이 나오면 읽게 되겠지. 결국 나도 늘같은 유권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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