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뻬 씨의 핑크색 안경
프랑수아 를로르 지음, 양영란 옮김 / 마시멜로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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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색 안경을 쓰고 노란 조끼


꾸뻬 씨의 핑크색 안경, 프랑수아 를로르, 2018.


  파리는 여전히 노란조끼 시위가 한창이다. 유류세 인상 반대에서 시작되었다는 시위는 최저임금 인상, 교육제도 개편 반대, 연금제도 개선 등의 정부정책에 반대하며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며 확산되고 있다. 파리 정부의 친기업 정책이 시위 확산을 가속화시키는 이유라고 하는데 내일 대규모 시위가 예고된 가운데 에펠탑을 비롯한 주요 관광지는 폐쇄조치가 이뤄졌다.

  파리의 정신과 의사 꾸뻬씨는 이 상황에서 어떤 색 안경을 쓰고 있을까. 꾸뻬씨는 행복과 불행은 어떤 안경을 쓰고 삶을 바라보는가에 따라 결정된다고 말한다. 항상 행복을 이야기하는 꾸뻬씨는 행복에 관한 답을 찾기 위해 ‘지금’ 그가 있는 곳을 떠나 여행을 한다. 다시 돌아올 파리의 노란조끼 물결은 어떻게 되어 있을지가 궁금해진다.


옛날 옛날에 꾸뻬 씨란 정신과 의사가 살았다. 그는 사람들한테 핑크색 안경을 만들어주는 일이 자기 직업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환자들이 주변을, 자기 자신을, 또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바꿀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건 이를테면 이들에게 새로운 안경을 만들어주는 일과 같다고 생각했다. 아니 꼭 새롭지는 않더라도, 적어도 환자들이 평소 끼고 있으면서 그들의 삶을 망치게 만드는 안경보다는, 삶을 덜 암울하게 덜 왜곡되게 보게 해주는 안경을 만들어주는 일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한 것이다.


  자신의 일에 대한 고민을 안고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삶을 통해 치유와 깨달음을 얻는 꾸뻬씨의 여행은, 생각은, 글은 고민을 안고 있음에도 가벼웁게 띄워올린 풍선처럼 느껴져서 맑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그래서 진중함에서 밀려난다. 멀리까지 가지 않아도 깨달을 수 있는 삶에서 흔히 부딪히는 문제들로 엄청난 통찰로 정신을 번쩍 들게 한다기보다 도덕교과서를 보는 기분이 들게 되는. 익숙하고 반복적인 알고 있지만 실천의 문제라서 그것이 소설의 형식을 빌려 이야기를 하고 있다 하더라도 감정의 정화로까지 이어지진 않는다. 이래서 비극 어쩌면 막장 요소를 열광하는지도 모르겠다. 확실한 감정을 드러내게끔 하니까. 아니, 행복의 문제는 단지 마음가짐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일지도. 개인적인 차원으로 깨닫고 반성하며 치유하는 일은 할만큼 한 것 아닌가 싶기도.


비록 젊지는 않지만, 꾸뻬 씨는 자아실현이 삶의 중요한 의미 중 하나이고, 앞선 세대와는 달리 이를 악물고 자신은 이미 운이 좋았다고 자위하면서 세상을 전혀 바꾸지도 못한 채 그저 자기 의무만 다하면 족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 첫 세대에 속하기 때문이었다. 그는 제랄딘에 비해서는 권태를 잘 견디지만, 부모님이나 다른 세상, 다른 시대에 속하는 동갑내기들에 비해서는 못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러니 자기 삶의 뭔가를 바꿔볼 작정이었다.


  파리 시위의 이유가 무척 익숙하다. 이번 시위가 파리에서 발생했을 때 ‘파리 테러’라고 들었던 듯하다. 유럽에서 테러는 생각보다 자주 발생하니까라고 생각했지만 곧 파리 폭력 시위, 과격 시위라는 제목으로 나아가더니 ‘노란 조끼’가 등장하면서 파리 시위, 집회라는 제목을 달고서 기사들이 연잇는다. 그동안 기사를 놓친 것인지 언론의 논조가 변한 것인지 모르겠다. 어떤 이들에게 정치란, 국민을 위한 정책을 위한 고민의 방식은 어떻게 빙빙돌아 항상 그 자리로 가는가에 관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결국 가장 센 것은 돈이 되는 건가.

  ‘세상을 전혀 바꾸지도 못한 채 그저 자기 의무만 다하면 족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 세대’. 삶의 뭔가를 바꿔볼라치면….  새삼 폭력없던 시위가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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