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특별하게 평범한 가족에 대하여 - 2017년 내셔널 북 어워드 대상 수상작
로빈 벤웨이 지음, 이진경 옮김 / 상상의힘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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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조바퀴로 달리는 가족


아주 특별하게 평범한 가족에 대하여, 로빈 벤웨이, 2018.


  그레이스, 마야, 호아킨. 세 아이가 펼치는 이야기에 결국 눈물 흘리고 말았다. 아주 특별하게 평범한 가족이라는 제목은 책을 읽기도 전에 예상 전개를 가늠케 한다. 이 아이들이 모두 입양아라는 것, 더욱이 청소년 문학이란 특성이 더해져 그 결말도 예상가능하다. 어쨌든 가슴 따뜻하게, 모두에게 희망이 되는 이야기일 것이다. 그럼에도 세 아이의 시선에서 펼쳐지는 이 이야기에 뭉클 거릴 수밖에 없었다.

  친부모에게서 나와 서로 다른 가정으로 입양된 세 아이가 성장과정에서 겪는 혼란은 청소년들이 겪게 되는 일반적인 문제들을 집약시켜 놓았다. 하지만 미국이란 나라의 사회문화적 특성이 우리와는 무척이나 달라서인지 그 문제적 상황도 문제를 풀어가는 방식도 참 다르구나라고 느꼈다. 그것은 단지 청소년 문학이라는 이유이기 때문은 아닌 듯 보였다. 그런 면에서 입양에 대한 시각, 청소년들이 겪는 문제를 보는 방식이 위에서 내려보거나 사선으로 보는 우리네 문화적 특성에선 이런 소설의 분위기가 나올 수 있었을까 싶다. 제 아무리 청소년 문학이라도 말이다.

  자신이 입양아라는 것을 알고 살아가는 세 아이에게 닥친 문제는 10대에 임신을 한 그레이스의 혼란과 고통에서 시작한다. 오로지 자신만이 책임지고 겪어야 하는 임신과 출산의 고통, 그 상황에서 또래들로부터의 비난은 여자아이 그레이스에게만 집중된다. 그 시간 동안 아이의 아버지란 존재는 없다. 책임을 지지도 같이 비난을 받지도 않는 존재다. 자신의 아이를 자신처럼 제 손으로 입양시키는 결정을 해야만 했던 그레이스에게 생모에 대한 그리움과 궁금증은 필연적이었을 게다. 그렇게 자신의 혈연들이 가까운 곳에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그레이스는 형제들에게 메일을 띄운다.

  마야는 제 언니에게 온 메일을 받으며 동생이라는 귀찮은 존재가 아니라 의지할 수 있는 언니의 존재를 기뻐한다. 자신이 입양된 이후로 생긴 동생은 가족사진 속에서 자신을 뚜렷이 ‘다른’ 존재, ‘이방인’이라 느끼게 하는 존재다. 그럼에도 입양아에 대한 책자를 보며 자신을 어떻게 잘 키울까를 고민하는 부모님은 동성애자인 마야의 성향 또한 이해하고 수용하며 언제나 마야를 지지해주는 존재인데 이혼을 진행 중인데다 엄마는 알콜중독 증상까지 있다.

  세 아이의 맏이인 호아킨은 여러 번 위탁가정을 전전했다. 현재 위탁 가정의 부모가 자신을 입양하려 하지만 위탁 가정에서 겪은 폭력, 파양 그리고 불운한 사고로 인한 트라우마로 자신을 좋아하고 사랑해주는 사람들에게서 자꾸 멀어지려 한다. 그렇게 마음을 닫아 둔 채 자신의 역사가 없다는 사실에, 자신의 성장 과정의 사진이 하나도 없다는 그런 사실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스물이 되지 않는 아이들의 삶이 각자 처한 환경에 얼마나 영향을 받고 있는지 보게 된다. 그런 세 아이는 오랜 세월 한번도 만나지 않았지만 엄마가 같다는 이유로 모여 조금씩 조금씩 그들의 과거의 삶과 현재의 삶을 공유한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흐르고 엮이는 마음들이 무척 예뻐서 세 아이에 대한 응원이 넘쳐 오른다. 각자의 성장 속에서 상처받고 고뇌하며, 극복하는 과정에서 그들 부모, 양육자와의 관계 그리고 서로의 존재가 어떻게 영향을 미치며 내면의 변화를 일으켜주는지가 섬세하게 그려진다.


 “크리스마스에 모두가 자전거를 받았어요. 위탁아이들도요. 정말 큰 선물이었어요. 제 것은 두 바퀴 자전거였고, 전 어떻게 탈지를 몰랐어요. 그래서 위탁아빠가 보조바퀴를 자전거에 달아 줬어요. 그리고 저는 자전거를 타고 다녔어요. 넘어진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보조바퀴들이 절 멈출 수 있게 해 주었어요. 그리고 마침내 자전거 타기를 배웠어요. 그래도 전 보조바퀴를 떼지 못하게 했어요. 왜냐하면 그 느낌이 좋았거든요. 알겠어요? 보조바퀴가 절 언제나 잡아 줬어요. 그게 제가 그레이스와 마야에게서 느낀 것과 비슷해요. 넘어지려고 할 때 넘어지지 않았던 것처럼. 걔들이 함께 있었거든요.”


  어떨 땐 입양가족들에 대해 ‘특별하다’ 말하고 어떨 땐 ‘평범하다’ 말한다. 그것을 가르는, 기준은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그때의 특별과 평범이란 말이 가지는 의미는 같은 것처럼 여겨진다. 생물학적인 관계에 연연하는 한국문화, 그럼에도 ‘입양’은 잘 하는, 다시 말해 다른 가족으로 내 아이를 보내는 일은 국가가 나서서도 잘하는 이 나라에서 입양가족은 다른, 아니 ‘틀린‘ 가족이 될 것이고 입양이 자연스러운 다른 나라에선 가족구성이란 이름으로 평범할 뿐. 물론 개인의 성향이 가장 중요하게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되겠지만, 이런 포용력은 개인의 성향을 아우르는 사회문화도 바탕에 있을 것이다.

  이 책 속 세 아이의 부모들은 보통의 부모와 다르지 않다. 내 아이에 대한 애정이 넘쳐나고 다투고 싸우고 사랑하고 헤매고 그렇고 그런. 어른만 아이에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다. 이 여러 가족의 이야기에서 아이와 부모 상호간에 영향을 주고받음을 알 수 있다. 그건 사실 입양가족의 특징이 아니라 모든 가정의 특징이다. 특별히 입양가족이니까 어떠할 것이다라는 생각들, 그것이 특별과 평범을 가르는 기준이기도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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