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스 캐럴의 이야기



Alice-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거울 나라의 앨리스 

루이스 캐럴, 존 테일러 (그림), 마틴 가드너, 북폴리오, 2005.


  어느 누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이야기에 주석이 필요하다고 생각할 수 있었을까. 수많은 판본이 나오고 여러 갈래로 세계로 이야기가 번져갈지언정 그 기본적인 틀은 굳건하고 그렇기에 간단하게 보이니까 말이다.

  주석달린 앨리스를 보면서 일찌감치 다층적인 말재간을 부리는 앨리스의 세계가 더욱 확장되었다. 그 시대의 배경에서 이야기를 다시 생각하게 되고 작가의 생각, 표현의 의미를 더 알게 되니까 말이다. 모자장수와 삼월 토끼는 영국의 양대 정당을 가리키고 겨울잠쥐는 국민을 상징하는 것처럼 이 이야기는 온갖 정치 풍자가 가득하다는 것도. 특히 『거울 나라의 앨리스』를 더욱 풍부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에 의의를 둔다. 『거울 나라의 앨리스』의 그 심오한 수학적 계산의 형태는 그냥 이야기로만 흘리기엔 아깝고 흥미있는 요소니까 말이다. 그에 더해 어린 시절엔 이야기 자체에 관심을 가졌다면 작가에 대한 관심도 높아간다.

  직장 상사 리델 학장과의 교류는 학장의 가족과의 교류로 이어진다. 학장의 세 딸들과 함께 정원에서 뱃놀이 등을 함께 즐겼다고 하는데, 둘째 딸의 이름이 앨리스 리델이고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이 둘째 딸을 모델로 지어진 이야기다. 당시 세 살 꼬마라고 하는데 아이는 이 이야기를 다 이해했을까. 세 살 아이에게 자신과 함께 놀아주고 자신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은 좋은 사람일 것은 분명하다.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도도새처럼 내성적이고 말더듬는, 그리하여 사람들 앞에 나서기를 꺼려하는 루이스에게는 이야기를 들려 달라 조르고 함께 즐겁게 놀 수 있는 마음 편한 아이들이 소중했음은 분명한데, 어찌 그런 소문들에 휩싸이게 됐을까.

  널리 알려진 대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아이들에게 요청받아 즉석에서 들려준 이야기다. 후에 삽화를 그려 넣어 앨리스에게 책으로 선물했다고 전해진다. 자신의 아이가 아니라 직장 상사의 아이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고 다시 책으로 선물을 할 정도라면 루이스는 아동문학에 대한 남다른 재능을 뒤늦게 발견한 건 아닐까 생각해보지만 그전부터 루이스는 다양한 방면으로 재주를 드러냈다. 수학자이자 논리학자로서의 역할, 성직자, 사진가, 시인 등 예술적 감성이 가득하게 넘쳐난 수학 교수였다. 루이스에 대한 좋지 않은 소문-아동성애자, 롤리타 콤플렉스-으로 이야기가 흘러가게 된 것은 유달리 아이들을 모델로 한 사진을 찍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아이들을 향한 집착과도 같아 보이는 사진과 언행들이 루이스의 기록에 제법 드러나고 이를 놓고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소문들이 흐르고 넘치고 그렇기에 루이스는 사진찍는 일도 그만두었다고 한다.

  루이스는 앨리스에게 지속적으로 편지를 보내긴 했던 모양이다. 앨리스의 어머니가 이 편지들을 모두 불태웠고 의절하기까지 했다고 하니 말이다. 그 사이에 어떤 일이 있어서인지 알 길 없다. 루이스의 일기 중 의절하던 날들의 이야기가 루이스 가족에 의해 찢겨 있었다는 점이 더욱 궁금증을 당기게 된다.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기에, 어떤 글이 쓰여 있었기에. 물론 루이스가 다른 소녀들과 사이에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던 적도 없었고 그런 소녀들에게서 불편한 이야기가 나왔던 적은 없다 한다. 루이스가 주욱 독신이었던 것 때문에도 소문이 보태진 것일까. 결국 동화 이야기보다 작가에 대한 궁금증을 더 떠올리고 있다.  

  이 책을 보다 보면 이것이 동화가 아니라 어른을 향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든다. 수없이 달린 주석들,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며 읽기란 재미있기도 하지만 그거 자체에 매몰될 때가 있다. 덧달린 이야기에서 느껴지는 흥미. 그런데 무언가 안타깝다. 루이스의 인생이 어떨지도 모르면서 그냥 고독하고 외로움에 휩싸인 느낌이 들기도 했다가 루이스에 대한 소문을 겹치면 마냥 섬뜩한 느낌에 휩싸이기도 한다. 이런 이야기를 만들어 낸 루이스와 현실의 찰스 루트위지 도지슨의 간극, 두 개의 자아를 가진 것만 같은 한 사람의 생애. 그리고 이상한 나라로 거울 나라로 간 앨리스의 이야기를 재밌게 즐기면 될 터인데 외적인 부분에 솔깃해지는 가운데 그 상황의 중심에 있었을 실존 인물 앨리스가 느꼈을 감정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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