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리스!


 


 어린 시절을 채워줬던 앨리스의 세상은 환상이었다. 모험 가득한 세상에서 앨리스처럼 살아보고 싶었던 그 시절에는 앨리스가 우상이지 않았을까. 세월이 지난 지금 앨리스는 낯선 얼굴을 하고선 다른 이야기를 한다. 아니 익숙하게 알고 있는 이야기를 한다. 앨리스의 입에서 나오기에 어색한 말, 그런 말들을. 너만의 길을 그려 보라 하지만 이런 말들을 웃으며 전하는 앨리스가 어린 시절의 그 앨리스일까. 지금의 모습을 과거로 이어간다면 어린 시절의 앨리스는 어떻게 토끼 굴 속으로 뛰어 들어갔을까.  꼬마 앨리스의 성장이 가짜처럼 보여서, 생기없는 인형처럼 보여서 방긋 웃으며 건네는 앨리스의 말들을 덮고 기억 속 앨리스를 꺼낸다.    


  그곳엔 앨리스보다 더 흥미를 돋우는 수많은 캐릭터를 만난다. 모두 말재간이 넘쳐나기에 앨리스가 왜 그 세계에서 빠져나올 수 없었는지를 여실히 느끼게 해주는 그 캐릭터들. 그러고보니 앨리스 덕분에 트럼프 카드가 친숙하게 느껴졌던 것도 같다. 수많은 동화책 속에서 왕과 왕비, 공주의 등장하는데 앨리스에서는 여왕이 등장하는데 무지 희화화되어서 흥미진진했던. 새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보니 기억보다 앨리스의 나이가 너무 어리다. 열 살은 되었을 나이라고 생각했는데 일곱 살. 아직 초등학교도 들어가지 않은 아이다. 그 나이의 내가 지녔던 호기심과 모험심은 어디에 있을까. 지금 보면 곳곳에 보이는 풍자가득한 이야기를 어떤 식으로 이해하며 읽고 보았던 건지 새삼 성인이 되어 보는 동화의 느낌은 참 새롭다. 어쩌면 어릴 적엔 이보다 훨씬 축소된 내용의 그림책을, 동화책을 읽었던 것일 게다. 이 책이 완역판이라고 하니까.

 

 모험을 멈추지 못한 앨리스의 겨울 여행은 거울 속으로의 잠입이다. 거울 나라로의 여행은 마치 수수께끼 가득한 질문을 받은 것처럼 흥미진진하다. 저자가 수학과 교수라는 사실, 그리하여 수학공식처럼 전개되는 이야기라는 점이 더해지고 그 오묘한 말들의 조합들에 빠져 거울 나라의 앨리스의 책장을 넘기는 재미가 쏠쏠하다.

  루이스 캐럴. 본명은 찰스 도지슨. 오래도록 루이스 캐럴에 길들여져 옥스퍼드 대학교 수학 교수 찰스 도지슨이 앨리스를 탄생시킨 이름으로는 참으로 어울리지 않게 느껴진다. 그가 창조해낸 이야기는 어린 아이들과 함께 한 자리에서, 즉석에서 만들어진 이야기이고 즐거이 들은 아이들 덕분에 책으로까지 출간될 수 있었다. 생각해보면 아이들이 의미없는 의성어와 의태어의 반복에 얼마나 즐거워하는지가 생각난다. 그런 점을 루이스 캐럴은 잘 캐치한 듯하다. 그러면서 자신의 전공과 잘 맞물리게 이야기를 만들어 나갔다.

  앨리스를 따라, 앨리스인 것처럼 모험의 세계 속으로 들어가 그 어떤 상황에도 당황하지 않고 말발도 죽지 않은 일곱 살의 앨리스. 새삼 생각하니 그 나이대의 아이들이라면 두려워하지도 이것저것 재지도 않은 채 하는 말에 귀기울이고 이상한 것을 이상타 말하며 정의감에도 불타오르는 앨리스와 같은 모습일 거라 싶다. 그 아이는 어디로 갔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