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없는 밤


책을 지키려는 고양이, 나쓰카와 소스케, 아르테, 2018.


  “책 값 비싸도 너무 비싸…성인독서율 역대 최저”

  글쎄,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좀처럼 수긍이 쉽지 않다. 아시아경제 5.28일자 기사는 문화체육관광부가 2월 발표한 '2017 국민독서실태조사' 결과를 인용, 일반도서(교과서,수험서,잡지,만화 등을 제외)를 한 권이라도 읽은 성인 비율 59.9%로 성인 10명 중 4명은 1년 동안 단 한권도 읽지 않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나아가 소비자의 59.2%가 책값이 비싸다고 인식하고 있어 낮은 독서율로 이어진다고 하고 있다. 최근 도서정가제 폐지청원도 있었는데, 도서정가제가 독서를 막는다는 이유였다.

  책값이 비싸기 때문에 독서하지 않는다는 게 정말일까. 책의 종류와 페이지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대체로 12,000원 정도의 책값. 영화 한편 값이다. 이렇게만 생각할 땐 내게 영화비는 너무나 비싸다. 그럼에도 영화는 몇십만, 몇백만, 몇천만 영화가 생겨나고 한달에 수십편의 영화를 보거나 같은 영화를 몇 번이고 반복해서 보는 이들도 있다. 이들에게 영화비는 비싸지 않을까. 물론 영화비는 통신할인 등등의 할인가를 적용받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물론 어떤 책은 비싸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상하게 책에 대한 인식 자체가 오래 전부터 늘 ‘비싸다’고 인식되는 분위기인 것 같다. 어떤 식으로든 책값에 관해서는 인색하다.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는 것은 필수적인 것으로 인식되는 듯 당연하게 이루어진다. 기꺼이 6~8천원의 커피값을 지불한다. 그보다 저렴한 커피도 있지만 비싼 커피를 선택하는 이들이 전혀 줄지 않는다는 점, 커피는 어쩌다 먹는 것이 아니라 매일매일, 하루에도 몇 잔을 소비하고 있다. 하지만 오래도록 책값은 그런 대우를 받은 것 같지 않다. 늘 과한 가격이라는 멍에를 뒤집어썼다. 과도한 교육열에 비해 책을 대하는 태도는 항상 뜨뜨미지근, 탐탁치않은 것을 마주하는 형태다.

  언젠가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한 나라의 위대한 작가의 탄생은 그 작가를 알아보는 독자를 가졌기 때문이라는. 우리나라의 독서율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정녕 책값 때문인가. 책을 읽어야 한다, 독서의 중요성, 이런 학습은 있었겠지만 사람들 마음에 자연스럽게 가 닿도록 이루어지는 일이 과연 있었나 싶다. 일찌감치 강요로 이루어진 ‘책 읽어라’. 그러면서도 책을 사서 주는 일이 없거나 도서관에서 책을 접할 수 있도록 해주지 않았다면 아이는 어떻게 책을 읽는 습관을 형성할 수 있을까. 어떻게 책을 읽을 것이며 책을 좋아할 수 있게 될 것인가. 독서가 학교 진학을 위한 도구로 인식되는 행태에서 책, 책, 책, 독서, 독서, 독서라는 외침이 공허하게 들린다. 책을 읽어야 한다고 말하고, 읽어야 하는 이유를 말하고, 좋은 이유를 말하는데 너무 천편일률적인 대답들이 나온다. 바로 정답이네 하면서도 아쉽다.

  심지어 신비하게도 말을 하는 고양이조차도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랄까, 그것에 대해 특별하고 신비한 것을 들려주지 않는다. 책을 지키려는 고양이는 책을 지키려는 강아지보다 더 어울리는 모델이긴 하지만 그 고양이가 이끄는 미궁에 들어갔다 나왔지만 속이 시원하지는 않았다. 엄청 유명한 일본작가로 이름이 각인되어 있었는데 이 책은 동화책 느낌이 들긴 했지만, 만족스럽진 않았다. 책값이 비싼지 싼지에 대한 논쟁이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인가. 정말로 책이 사람의 인생을 구하는 것이라면 이 정도의 책값을 과연 ‘비싸다’ 할 수 있을까. 왜 하필 나는 하고많은 취미 중에 ‘이토록 비싼’ 취미를 가지게 되었는지. 취미의 영역이라서인지 책값이 비싸서 책을 읽지 않는다는 이 조사에 굳이 민감해질 것은 또 무언지. 아니, 아는 이들의 책이 안 팔려서인가. 책이 잘 팔리지 않는 시대, 책값이 비싸서 안 읽는다는 소리를 듣는 시대에 책이라는 주위에 머물고 있다는 자괴감인가. 어쨌거나 자본주의 사회, 팔리는 상품이 되어야 하는 시대에 팔리지 않는 상품을 붙잡고 있어서 기분이 가라앉는다.

  이 책 속의 말하는 고양이 얼룩과 책방 소년 린타로는 책을 가두는 자, 책을 자르는 자, 책을 팔아치우는 자를 만난다. 그저 책을 소유하려 하고 읽은 권수로 포장하려는 지식인, 책을 음미하기보다 줄거리만 대충 훑어보는 학자,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책에 집착하며 책을 팔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출판인을 만난다. 이들을 책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경계해야 할 유형으로 꼽는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이런 사람들로 인해 책의 판매는 늘어가겠지.

  책을 읽는다는 것이 어떤 의미를 주는가를 생각하게끔 하는 계기가 되긴 하지만, 더불어 이 할 일 많은 시대에 왜 책을 읽고 있나, 싶은 생각도 하게끔 한다. 뜬금 한량없는 자조가 일어나는 밤. 나를 데려갈 고양이 한 마리 없고. 나는 나홀로 이 미궁에서 빠져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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