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 - 아직 행복을 기다리는 우리에게 곰돌이 푸 시리즈
곰돌이 푸 원작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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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우~잔소리


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아직 행복을 기다리는 우리에게 


  어린 시절의 동화, 만화를 다시 보는 일은 옛 기억이 떠올라서, 그때의 감정에 젖고 싶어서일지 모른다. 곰돌이 푸에 관한 관심은 그 연장선이었을 거다.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책이었지만, 생각했던 것에 미치지 못해서 ‘멈춤’보다는 주루룩 책장이 넘어간 책. 다만, 곰돌이 푸와 친구들의 그림을 들여다보며 위로받았다. 그림책마냥 그림들이 좋았다.

  하필이면 이 책을 읽기 전 『긍정의 배신』을 읽은 것이 영향을 미쳤는지도 모르겠다. 아니, 모르긴 해도 그럴 것이다. 게다가 긍정적이기보다는 차라리 부정적인 편이니 행복한 일은 매일 있다는 곰돌이 푸와 만나 대화를 한다면 우리의 대화는 ……이 길어질 것이다. 그래도 한번쯤은 곰돌이 푸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에 공감하기도 하겠고 또 때로는 딴지를 걸기도 할 것이다. 어쨌든.

  이 책은 스토리가 있지 않았다. 그냥 곰돌이 푸의 그림을 배경으로 어쩌면 익히 아는 에피그램을 시화전처럼 담았다. 그렇기에 왜 곰돌이 푸가 하는 말인지는 모르겠고 페이지마다 담긴 문구들은 그냥 보기에 좋은 말 정도로 여겨졌다. 어쨌든 이런 문구들은 마음에 확 와닿아 실천해 나가면 좋은 것이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면 ‘잔소리’와 다를 리 없는 것 아닌가. 나이를 먹어서만은 아니겠지만 좋은 말도 쇠귀에 경읽기와 같음을 오래도록 실천하고 있는 중이다.

  어쩌면 아, 하며 감탄하게 되는 경구들이 있기도 하다. 하지만 페이지를 넘기다보면 앞에 한 말들에 대해 다른 문구가 나와 앞의 말을 반박하는 형태가 된다. 매일 행복하게 살기 위해 그런 자세를 견지하기 위한 좋은 생각들을 일러주는 방법이라도 상황이 늘 같지 않을 터이니 당연한 일이라고 봐야 할까. 그러나 여기, 상황은 주어지지 않았으니 인생은 이런 건가 싶어진다. 언제나 갈등이 존재하고 상반된 견해가 존재하고 있는. 어쩌면 절대적으로 딱 들어맞는 문구란 없는 것인지도.

  삶의 방향을 설정하고 태도를 설정하는 힘이 굳건하다면 흔들리지 않을 수도 있겠다. 그렇지 않아서인지 마냥 좋게 말하는 이 메시지에서 웃음이 난다. 아니, 어릴 때였다면 좋았으려나. 나이듦은 온갖 좋은 말에도 딴지걸고 싶은 건지, 그렇지 못한 생에 대해 한탄하고 싶은 건지, 곰돌이 푸의 마음을 기꺼이 받아주지 못해 미안해지기까지 하다.

  전체적으로 행복을 위해서 보다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라는 메시지가 들린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아닌 타인의 의견과 타인의 상황에 귀기울이고 받아들이라는 반복된 메시지를 보낸다. 그렇지. 세상살이는 타인과의 관계맺음에서 오는 경쟁과 갈등과 어울림이니까. 오로지 자신에게만 집중하기 어려울 것이다. 정말 행복한 일은 매일 있는가라는 물음보다도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야 하나, 그러니까 하루를 소소한 것에서 행복을 느끼며 살아야 하는가 싶다. 그러니까 내 스스로 생각하는 ‘행복’이란 기준이 무엇이든 좀더 오바스럽게 ‘행복’거리를 만들고 강박적으로 행복하다 생각하면, 정말로 그 하루는 행복한 것인가 싶은.

  곰돌이 푸는 내게 긍정을 심어주고 더 좋은 하루를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을 텐데 그 마음을 알아주지 못해서, 그냥 미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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