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구본형과 함께 일상에서 빛나는 나다움 발견하기 - 딸의 아름다운 변화 이야기
구해언 지음 / 예지(Wisdom)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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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로를 헤매는 그대에게

 

아빠 구본형과 함께, 구해언, 예지(Wisdom), 2018.

 

   변화해야 할 때 변할 수 있음은 중요하다. 하지만 변화는 항상 급박하게, 원하지 않음에도 해야 하는 것처럼 인식되어 온 느낌이다. 그래서인지 변하지 않는 것에 더 많은 수식어와 무게감을 두었지 않은가 싶다. 변하지 않음이 지니는 가치처럼 변화의 가치 또한 진중한 무게를 지닌다. 무엇보다 변화라는 말은 실행력을 안고 있기에 무게감이 있다. 언제부터 사회가 ‘변화’에 대한 가치를 두게 되었을까.

   변화를 위해서는 준비성이 필요함을 깨우쳐 능동적으로 행동하게끔 한 구본형의 ‘변화경영사상’은 업무에서만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인간관계에서 유용하고 필요한 메시지를 전해주었다. ‘변화’를 항상 급박하고 어쩔 수 없기에 하는 소극적이고 부정적인 형태가 아니라 적극적이고 긍정적으로 ‘변화’의 가치를 다시 생각하게끔 한, ‘변화’를 이루어내는 방법을 세상에 널리 알린 변화경영사상가 구본형의 5주기다. 그 사상이 현실에서 오롯이 이루어가는 과정을 지켜본 딸이 5주기를 맞아 기억의 책을 내었다.

   딸은 아빠와 함께 살던 집이 영원히 다른 사람에게로 가게 되는 상황에서 현실적인 상실감을 가진다. 슬픔으로 침잠하는 대신 딸은 아빠와의 기억이 가득한 그곳을 되돌아보는 여정을 시작한다. 익숙했던 집을 하나하나 되새기며 기억 속 아빠와 함께 했던 날들을 떠올리는 그 과정은 애틋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어쩔 수 없이 집을 정리해야 하는 현실적 압박감을 가지며 ‘잊기 위한’ 과정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은 ‘어떻게 살아왔는가, 어떻게 살아갈까’에 관한 되새김의 과정이었다. ‘꿈과 현실, 그 사이의 깊은 심연에 건강한 다리를 놓아라.’ 아빠의 말씀처럼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미래를 굳건하게 살아가기 위한 자신의 가치를 세우는 과정이었다.

   딸은 맹목적으로 아빠의 말을 소환하지 않는다. 늘 보던 정원의 나무 마다마다, 함께 걷던 동네 산책길에도 아빠의 기억은 어리어있었다. 딸은 일상생활에서 실천하며 보여주었던 아빠의 메시지를 해석하고 다시 자신의 상황에서 재해석한다. 그렇게 자신이 살아가야 할 뿌리를 다지며 나만의 가치로 만들어내는 과정은 이 책이 아빠의 이야기가 아니라 구본형의 딸이 아니라 ‘구해언’이라는 자신의 궤적을 그리는 모습으로 대치된다.

   이승욱과 김은산은 『애완의 시대』에서 “정서적인 지체와 정신적인 미숙함의 문제를 제대로 성찰해보지 못한 채 미성숙한 어른으로 살아가게 될” 세대들에 대해 걱정한다. 젊은 세대는 부모에게 ‘길들여진’ 존재이고 부모 세대는 그들 사회에 ‘길들여진’ 존재라고. 배불리 먹기 위해 ‘순응하는 국민’으로 살아온 세대들은 물질적 풍요로움을 유산으로 남겨주고 정신적인 유산을 남겨주지 못했다. 그런 면에서 저자는 남들보다 풍요로운 유산을 물려받은 셈이다.

   하지만 유산을 어떻게 활용하는가는 전적으로 유산을 받는 이, ‘자신’에게 달려 있다.  저자는 자신을 소심하고 주눅들어 있던 아이라고 얘기한다. 다른 사람보다 뒤처지고 있다는 조급함에 불안하고 초조해 하며 살았다고. 감정의 부침 또한 심해 자괴감에 빠져 있던 나날들 또한 많았다고 말한다. 그런 저자가 의지하던 아빠가 돌아가셨을 때 깊은 우울에 빠지지 않고 이렇게 책을 낼 수 있었던 것을 보면 얼마나 오랜 시간 동안 스스로를 단련시켜왔는지를 느끼게 한다.

 

꿈을 가지고 사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것은 사람을 살아 있게 하고, 일상을 전혀 새로운 날로 바꾸어 준다. 그러나 한편으로 사람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증거가 필요한 존재다. 즉, 꿈을 이루기 위한 한번의 행동에는 유통기한이 존재하기 때문에 결과물을 만들어 낼 때까지 끊임없이 움직여야만 멋진 계획이 나의 현실이 된다. 그것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저주이자 희망이다.

 

   삶에서 어려움을 느낄 때마다 해결치 못한 고민에 힘겨울 때마다 딸은 아빠에게 의지했다. 아빠는 특별하게 가르치는 말 한마디 없이도 문제를 해결해가도록 이끌어 주는 존재였다. 이제 아빠를 잃은 딸은 아빠의 말 한마디를 아리아드네의 실타래 삼아 이 세상의 미로를 당장 빠져나가려 애쓰지 않고, 그 미로를 탐색하며 즐기며 나아가고 있었다. 책 속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은 초조하지 않다. 다감하고 굳건하다. 

   아빠가 준 실타래를 쥐고서 자신이 보고 듣고 느끼며 탐색하며 삶을 다져가는 저자의 정신적인 성숙함을 보고 있으면 젊은 세대에게 가지는 불신의 눈을 거두라고 말하고 싶다. 또한 저자가 배우고 느낀 것들을 다른 이들에게 널리 퍼뜨리기를 응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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