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말 그대로 드라마키드였던 것 같습니다. 당시엔 지금처럼 영화관이 보편화되어 있지도 않았고 자라난 곳도 전형적인 농촌마을이었거든요. 요즘이야 케이블을 통해 다양한 장르의 드라마를 골라 볼 수 있게 되었지만 그 시절의 저는 다섯 시 즈음, 화면조정 시간을 기다렸다가 '독수리 오형제'나 '베르사유의 장미'부터 시청하곤 했던, 시골의 심심한 아이였어요. '전설의 고향' 하는 날에는 혼자 이불을 뒤집어쓰고 땀을 뻘뻘 흘리던 겁쟁이기도 했지요. 이제 귀신 안 나와, 해서 빠꼼히 얼굴 내밀면 바로 고 타이밍에 귀신은 저와 눈이 딱 마주쳐 낄낄대더라는. (하나뿐인 저희 오라버니는 애초부터 그런 존재였다는.-_-)

 친구도, 놀거리도 부족했던 시골에서 텔레비전은 친근한 벗이었고 그 때 그 시절의 드라마들 속에선 요즘의 가볍디 가벼운 드라마들에서 찾아보기 힘든 삶의 진면모를 엿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저는 지금도 문득문득 '순심이', '수사반장' 같은 촌스러운 드라마들이 그리울 때가 있답니다. 마침 태그 이벤트 덕분에 그 중 몇 편을 상기하게 되었고, 글을 쓰는 동안 지난날의 제 모습을 더듬어 볼 수 있는 따듯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 무수리의 정체성 : "아들과 딸"

 살짝 과장을 보태자면, 이건 저희 집 이야기였습니다. 후남이의 설움과 종말이의 히스테리, 공감백배 드라마였지요. 남들은 모태신앙이라고 하는데 저는 모태무수리였던 셈이죠. 그래도 남성우월주의 및 가부장제의 화신인 오라버니에게 치여서 막 자란 탓에 아무거나 잘 먹구, 아무데서나 잘 자구, 아무 남자나 좋아하구... (쿨럭;;) 유익한 점도 있었다고 생각해요. 남다른 선견지명으로, 저를 뒤꼍의 잡초처럼 대책없이 키워주신 부모님께 감사드리는 바입니다. 만약 요즘에 이러한 소재의 드라마가 나온다면 드라마보다 시청자 게시판이 더 재미있지 않을까요.

 



◆ 사춘기의 비망록 : "케빈은 열두살"

 땡그란 눈, 부드러운 곱슬머리, 케빈을 기억하시나요? 시청 시각은 아마 오후 여섯 시 무렵으로 기억되는데요. 저녁을 먹을 때 즈음, 평범한 케빈의 일상과 고민을 지켜보며 므흣해지곤 했지요. 저는 꽤나 조숙한 아이였고 사춘기에 대해 호기심이 많았습니다. 천재지변 마냥 엄청난 변화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일생일대 패러다임의 대전환이 일어나리라 고대했죠. 하지만 저의 사춘기는 대체 언제였던 것일까, 지금도 잘 모르겠어요. 세상의 모든 소년소녀는 특별해지길 원하지만 그 바람조차 지극히 평범한, 사춘기에 국경 없다는 진리를 여실히 보여주며 공감을 얻었던, 귀엽고 산뜻했던 드라마라고 생각해요. 개학날 아침, 처음 안경을 벗은 위니의 모습을 보고 뿅~ 마음을 뺏겨버린 케빈의 모습이 떠오르네요. 큰 눈망울, 긴 생머리 소녀에 대한 로망 역시 국경이 없나 봅니다. 프란체스카의 인기도 그 이유였을까요.-_-

 



◆ 이상형의 발견 : "TV 손자병법"

 서인석 아저씨 요즘 뭐하시나 모르겠어요. (혹시 아시는 분?) 만년과장 오과장(오현경 분)을 주축으로 한, 어느 회사의 자제과 사무실 사람들의 이야기였는데요. '유비'로 출연했던 서인석 아저씨는 당시 저의 이상형이었답니다. 원래는 그레고리 펙을 닮은 남궁원 아저씨를 좋아하고 있었지만 박하사탕 같은 서인석 아저씨의 자상함에 홀딱 반해버렸죠. 아마도 사람은 자주 봐야 정드나 봐요. 영화보단 드라마가 더 자주하니깐 빈도수로 어필했다는. 저는 소설 삼국지보다 TV 손자병법을 먼저 보았고, 나중에 소설을 읽을 땐 탤런트들의 특징을 오버랩하게 됐지요. 조조로 나왔던 장용 아저씨, 뺀질거리고 영악스러운 것이 아주 딱이었습니다 그냥. 요즘 젊은 탤런트에게서는 그만한 연기력과 집중력을 볼 수 없어서 참 아쉬워요. 그나저나 장비로 나와서 열연을 펼치셨던 김희라 아저씨가 편찮으시다니 제 마음이 다 아픕니다. 제가 서인석 아저씨 다음으로 좋아했던 분이었는데 말이죠.

 



◆ 미녀는 혐오식품을 좋아해 : "V"

 몸에 착 달라붙는 퓨처리즘 패션에 꿀떡꿀떡 들쥐를 잘도 집어삼키던 다이아나 기억하시죠? 처음 밝히는 건데, 초등학교 때 저의 별명이었답니다. 그 날도 어김없이 책걸상을 집어던지며 저와 사투를 벌이던 한 머스마가 그러더군요. "넌 쥐도 먹게 생겼어." "...... 너도 브이 보냐?" 외계인이 지구를 침공하는 이야기는 언제 봐도 흥미진진해요. 그리고 저는 소머즈도 예뻤지만 성깔 있는 다이아나가 더 미인이라고 생각해요. 

 



◆ 힘맨이냐 히메나냐 : "천사들의 합창"

 팔등신의 착한 몸매에 길게 말아올린 속눈썹, 천사처럼 환하게 미소 짓던 히메나 선생님은 당시 모든 남학생들의 우상이었을 겁니다. 저야 물론 시도때도 없이 "넘흐 낭만쩍이야~"를 외치던 식탐공주 라우라와 유사했지만 언젠가는 히메나 선생님처럼 상냥하고 아름다운 선생님이 될거라는 꿈도 못 꾸냐(요). 그나저나 세월이 흘러흘러 선생님이 되긴 되었는데 아이쿠, 히메나가 아니라 힘맨이네요.-_-

 

◆ 나 돌아갈래 : "전원일기"

 더 이상 말이 필요없는 드라마죠. 산 69-1번지에서 출생한 저는 외딴집에 사는 산골소녀였답니다. 오죽하면 엄마가 저를 두고 외출하실 때, "엄마 없을 때 누가 오면 그냥 집에 아무도 없는 척 해라." 라고 하셨겠어요. 엄마는 일곱살이 되어 이웃 아이들도 모두 유치원에 가버리고 심심해하던 저에게 단호히 말씀하셨죠. "유치원은 덜 떨어진 애들이 학교 들어가기 전에 미리 공부하러 가는 데야. 넌 똑똑하니깐 그런 데 안가도 돼." 라면서 책만 잔뜩 빌려다주시더군요. 그래서 저는 새농민부터 시작해서 노벨문학상전집까지 다양한 장르의 책을 섭렵하게 되었고, 농번기가 끝나면 저희 윗방으로 모여드는 동네 아줌마들의 수다를 간식 삼아 무럭무럭 자라났습니다. 여러분이 보시기에 제가 어딘가 언발란스하고 그로테스크하다면, 그건 바로 어린시절의 대담한 학습환경 때문일 거에요. 저는 육두문자를 써가며 남편과 시댁 식구들을 욕해대는 아줌마들 틈에 끼어서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를 읽었으니까요.

 



◆ 불후의 키스 : "여명의 눈동자"

 철조망을 사이에 두고 여옥(채시라 분)과 대치(최재성 분)가 나눴던 절절한 키스씬. 아, 지금 생각해봐도 쵝오입니다. 이데올로기니 그런 어려운 말은 잘 몰랐지만 어린 제 가슴에 오롯이 새겨진 아름다운 장면이었는데 우씨, 나중에 대학 기숙사에 들어가보니 이게 웬일. 날마다 여명의 눈동자더군요. 11시 점오시간만 되면 기숙사 철문이 닫히면서 곧잘 연출되는 염장씬에 눈 버리고 맘 상하고. 안습 패로디 과부하 현상이었죠. 그리고 이건 아주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잘 안 되는 드라마도 채시라가 등장하면 잘 되는 것 같아요. 초콜릿 광고 속의 앳된 그녀는 수줍은 아기사슴 같았는데 해신의 '자미부인'을 보면서 과연 여우로구나~ 했답니다. 스크린의 전도연, 브라운관의 채시라. 제가 손꼽는 쵝오의 여우들입니다.

 



◆ 떡케익 같은 그녀 : "내 이름은 김삼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스칼렛 오하라 역으로 비비안 리 이외의 다른 여배우를 떠올릴 수 없듯이, 김선아는 곧 김삼순이었습니다. 그녀는 투실투실한 팔뚝으로 밀가루 반죽을 치대고, 밀가루 반죽 치댔던 그 팔뚝으로 현빈의 등짝을 쩍쩍 후려칩니다. 이제 우리나라 드라마들도 그처럼 진보된(?) 스킨십을 보여줄 때가 되었다구요. 병쭈가리 려원으로부터 현빈을 쟁취해나가는 그 과정이 뭇 신데렐라 드라마들에 비하여 상당히 솔직하면서도 현실적이었기에 삼순이 신드롬이 가능했던 것이겠죠. 가슴을 꽝꽝 때리며 심장이 딱딱해졌으면 좋겠어여...라며 눈물짓던 그녀는 곧 저의 모습이자, 또 다른 삼순이들의 모습이었을 겁니다. 대관절, 이제는 알아서 굳어가는 우리의 심장을 따듯하게 녹여줄 삼식이는 워디 있다니. 삼식아, 삼식이 이눔아 워딨니. (일용엄니 버전) 

 

  과거는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라는데, 위의 오래된 드라마들 속에 저의 분신과 로망들이 숨은그림처럼 숨어 있군요. 혼자 야밤에 빙글빙글 웃음이 납니다.

  Why this farce, day after day? (왜 이런 소극들이 나날이 반복되는가?) 오늘 희곡 시간에 읽었던 베케트의 Endgame에 나오는 대사입니다. 연극 속의 주인공들조차 무대라는 한정된 공간, 식상한 소극들에 불만이 있는가 보다, 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 난해하기 짝이 없는 희곡의 마지막 대사가 압권입니다. You... remain. 삶은 여전히 우리 몫으로 남아있고, 무대 위에 서 있는 우리는 내일의 드라마를 위해 또 다시 열심히 웃고, 울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닐까요. 고로, 인생의 명배우가 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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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7-12-12 2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님이 송강호씨를 직접 봤다는데...
얼굴이 그렇게 조막만하다더군요....캐빈은 12살을 보니 자연스럽게 천재소녀 두기와 초능력 소년 앤드류도 떠오른다는..

깐따삐야 2007-12-12 23:14   좋아요 0 | URL
송강호 오빠가 조막만하면 박해일 오빠는 손톱만하겠당. 아웅~ *.*
두기와 앤드류는 어떻게 자랐을까요. 어떻게 늙었을까요, 라고 말해야 하나.

Mephistopheles 2007-12-13 00:12   좋아요 0 | URL
두기의 경우 스타쉽 트루퍼스란 영화에서 성장체로 나옵니다.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8682)
여기 가보시면 포토쪽에 게슈타포 복장같은 걸 입고 옆얼굴 나온 사진이 있답니다.음...어릴때가 훨씬 이뻤습니다.
앤드류는 꽤 자랑스럽게 성장하여 여기저기 영화도 찍고 드라마도 찍고 합니다. (http://movie.naver.com/movie/bi/pi/filmo.nhn?code=2406)
키가 191이라네요..아 앤드류의 영화 중 조의 아파트는 명작입니다.^^

이잘코군 2007-12-13 0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씨, 나중에 대학 기숙사에 들어가보니 이게 웬일. 날마다 여명의 눈동자더군요"

아 제가 기숙사에 거주(?)하지 않은게 다행이군요. -_- 대학 때 씨씨 한번 못해봤는데...

깐따삐야 2007-12-13 00:13   좋아요 0 | URL
저런. 저는 4년 내내 CC였는데. Couple Cutter라구.-_-

깐따삐야 2007-12-13 0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메피 오라버님은 태그는 물론 트랙백의 지존이삼!

순오기 2007-12-13 0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천사들의 합창, 우리 딸 어릴 때 열심히 같이 봤던 드라마... 이제는 히메나 선생님 같은 딸이 되기를 빌지요.

깐따삐야 2007-12-13 00:22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의 서재에 구경갔던 경험으로 비추어 보아... 분명히 그렇게 될거여요.^^

웽스북스 2007-12-13 0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각나네요 아들과 딸, 초등학교 때 했었나요? 에버그린이 잔잔히 흐르던 드라마...^^
천사들의합창은 책으로도 나와서 막 읽었었는데 ㅋㅋㅋ

깐따삐야 2007-12-13 18:32   좋아요 0 | URL
역시 동갑내기라 겹치는 부분이 있군요. 에버그린, 후남이 씬에서 종종 깔리던 노래.^^

웬디양님 매니아였구나. 전 책은 못 읽었어요. 마리아 호아키나, 진짜 막 때려주고 싶었었는데.ㅋㅋ


웽스북스 2007-12-13 19:41   좋아요 0 | URL
전 호르케도 싫었어요! 붕붕카만 타고다니면 다야? ㅋㅋㅋ

깐따삐야 2007-12-13 23:23   좋아요 0 | URL
아, 기억나요. 호르케. 마리아 호아키나하고 호르케는 아주 패키지로 재수 없었던 듯.ㅋㅋ

라로 2007-12-13 0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드라마 여왕을 자처하면서도 TV가 없는 관계로
제대로 본게 없네요,,그럼에도 불구하고
님께서 올리신 작품들은 다 익히 들어 알고 있는 것들!!ㅎㅎ
드라마와 로망의 관계 때문에 우리가 드라마에 빠지는지도..
그나저나 드라마를 통해 님의 성장기를 보는 듯해서 더 친근하네용~.^^

깐따삐야 2007-12-13 17:46   좋아요 0 | URL
드라마 여왕을 자처하면서도 TV가 없는 관계로...라니. 마치 개고기는 먹지만 불교신자라서요...처럼 들리네요.ㅋㅋ 근데 왜 TV가 없으실까요. 아이들 교육 때문에 그러신 건가.
재밌는 것은 최근에 본 것들보다 아주 어릴 적에 봤던 드라마나 영화들이 더 생생하다는 거에요. 그 때 뽕이니 그런 건 보지 말았어야 했는데 말이죠.^^




마태우스 2007-12-13 1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TV손자병법만 겹치네요 전 위풍당당 그녀랑 명랑소녀성공기를 최근에 재미있게 봤지요 유준상이 김지수랑 나온 태양은 가득히도 꼬박꼬박 봤던 기억이 납니다.
천국의 계단을 끝으로 드라마에서 은퇴...이유는 시간 맞추기가 너무 힘들어서요

깐따삐야 2007-12-13 18:00   좋아요 0 | URL
태양은 가득히, 천국의 계단은 저도 봤던 드라마들이에요. 김지수는 확 예쁘진 않지만 배우로서 참 좋은 목소리를 가진 것 같아요. 게다가 동종업계에 종사하는 샤프한 남자친구도 있고 말이죠. 천국의 계단은 무엇보다도 주제곡이 좋았어요. 보고싶다~ 보고싶다~ 다시 듣고싶네요.
마태우스님 요즘 많이 바쁘신 것 같아요. 그래도 촌철살인 유머본능은 건재하신 거죠? ^^


가시장미 2007-12-13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호호! 드라마 밑에 붙여진 타이틀이.. 더 재미있네요~~
정말 주옥같은 드라마가 참 많았네요. :)

저도 드라마를 참 좋아했던 것 같은데...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끊게 된 것 같아요.
요즘은 역사드라마도 제대로 안 보게 되었으니...
음.. 나중에 아줌마가 되면 다시 드라마에 매력을 느낄지도 ㅋㅋ

좋은 글.. 너무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

깐따삐야 2007-12-13 17:54   좋아요 0 | URL
역사드라마가 또 재밌죠! 전 대조영을 한창 재밌게 보다가 요즘 너무 신파로 나가길래 사알짝 멀어진 상태에요. 얼른 이해고와 한판 붙어갖구 발해를 세워야 할텐데 말이죠. (왠 딴소리여) 전 여전히 드라마가 매력이 있으니 아무래도 내 안에 아줌마 있다? ㅋㅋ

레와 2007-12-13 14: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완전 대박 공감 백배!!!!!


깐따삐야 2007-12-13 17:59   좋아요 0 | URL
레와님, 그러셨쎄여? 기분이 좋네요. 근데 저 요즘 힘들어요. 레포트 쓰랴, 태그놀이 하랴... 거울 보니 다크서클로 메이크업한 판다곰 한 마리가 야려보는데 아주 식겁했더랬죠. 레와님은 요즘 조금 뜸하신 것 같던데 어서어서 멋진 사진 많이 올려주시길.^^

비로그인 2007-12-13 2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V......전 다이애나를 좋아했었는데.ㅋㅋ
오, 천사들의 합창....매번 밥 먹으면서 봤는데. 정말 좋아했죠.^^
참, 전부터 느꼈던 건데, 저는 깐따님의 이미지 사진이 좋습니다.
저런 방 하나 있으면 좋겠어요.(웃음)

깐따삐야 2007-12-13 22:59   좋아요 0 | URL
역시 ET의 피가 흐르는 엘신님은 안목 또한 남달라 남달라. 어항에 든 금붕어를 꼴까닥하는 다이아나를 보며 므흣하셨을 거라 생각하니 야밤에 막 소름 돋고 좋네요. ㅋㅋ
천사들의 합창은 저도 주로 밥 먹으면서 봤는데 시릴로의 사랑을 받아주지 않는 마리아 호아키나만 나오면 돌 씹는 기분이었어요.-_-
음... 이미지 사진은 에드워드 호퍼라는 잘 모르는 분의 그림인데요. 문만 열면 풍덩~ 저도 저런 방 하나 있으면 좋겠네요.^^

웽스북스 2007-12-14 0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깐따삐야님 얼른 얼른 로망에 대해서 써주시지요 흐흐흐
로망에 대해 안쓰고 리포트 계속 쓰면 로망 생각나서 리포트 못쓸 걸요?
근데 로망에 대해 쓰고 리포트 마저 쓰면 이래저래 덧글 다느라 또 리포트 못쓰긴 하겠다 ㅋㅋ 그래도 나같으면 쓰겠다, 막이러고 ㅋㅋㅋㅋㅋㅋㅋ

깐따삐야 2007-12-14 00:02   좋아요 0 | URL
아무래도 웬디양님이 내 임자인 것 같어요. 나를 오물락조물락 잘도 휘두른단 말이지. 자기, 나랑 같이 안 살래? -_-

웽스북스 2007-12-14 01:27   좋아요 0 | URL
그래서 깐따삐야님 지금 로망 페이퍼 쓰고 있는 건가? 아흠~ 은근 기다리는 중이랍니다....^^

깐따삐야 2007-12-14 02:56   좋아요 0 | URL
웬디양 자러 간 것 같은데... 어쨌든 나랑 살거야, 말거야. 왜 대답을 피하는 거에욧? -_-

dolbate 2010-03-13 1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캐빈은 열두살 열세살은 순수함이 있는 나의 추억 입니다.
어린시절 캐빈과위니와 함께 웃고 울고 함께 격은 나의 성장통!
 

도서관에서 사각사각 이쁘게 연필 깎은 다음...
열심히 코박고 졸고 있던 와중에 부르~릉 친구로부터 문자.



"깐따삐야! ㅋㅋ 축시 써주는 거지?"

(올 것이 왔군.-_-)

"언젠데?"

"모월 모일 모시 반으로 잡았어. 올거지? 써줄거지?"

"글쎄. 가긴 가겠지만 축시? 자신 없는데..."

"안돼! 너가 축시 써주기로 했잖아. 너만 믿고 있었는데."

(나 메멘토잖여...)

"알쏘... 노력해볼게. 그치만 장담은 못한다."

"ㅋㅋ 고마워어! ㅎㅎ "



아주 좋아 죽네 죽어.
그나마 몇 되지도 않는 친구들이 냅다 결혼을 하는구나.
용용이(나처럼 빌빌대고 있는 싱글 친구) 말맞다나 날 풀리거든 하지 머하러 그 얇은 웨딩드레스를 벌써부터 꺼내입고 난리들인지.
용용이는 제 감기약은 못 사먹어도 몽몽이 예방접종은 시켜야 하고,
나는 레포트는 못 쓸지언정 시집 가는 친구 축시는 써줘야 하냐.
개주사와 축시, 어쩐지 사치스럽군. 
훌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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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7-12-12 0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대로 가다간 깐따삐야님의 온몸은 문신으로 도배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연필이야...축시연습할려고?? =3=3=3=3

깐따삐야 2007-12-12 01:52   좋아요 0 | URL
미워요. 창작의 고통으로 타이레놀까지 먹었는데. 쳇. 물러가라(요), 마당쇠.

Mephistopheles 2007-12-12 02:02   좋아요 0 | URL
괄호안의 (요)는 랩으로 보면 되겠습니까? 헤이 (요) 푸쳐 핸섭~

깐따삐야 2007-12-12 0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쿵! 아, 테트리스 쌓여. 증말.-_-

웽스북스 2007-12-12 10:37   좋아요 0 | URL
아하하하!!!! 테트리스~~~
요거요거 유행어로 만들어버려요

부킹이 안되는 컴퓨터 때문에 테트리스 쌓여요 ㅋㅋㅋ

이잘코군 2007-12-12 0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위에 빠뜨린게 있는데... "열심히 코박고 (침을 흘리며) 졸고 있던 와중에" =333

깐따삐야 2007-12-12 23:07   좋아요 0 | URL
쓰-읍.-_-;;

가시장미 2007-12-12 1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깐따삐야님.. 친구분들이 결혼을 하세요?
저는 되게 어리실꺼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가보네요. 으흐
축시!!! 그런 것도 하는군요!
낭만적이고 로맨틱한 결혼식이 되겠어요. ^-^*

근데 테트리스 너무 웃겨요! ㅋㅋㅋ

깐따삐야 2007-12-12 23:10   좋아요 0 | URL
되게 어리실꺼라고 생각하신 이유가 몰까요. 제가 좀 유치해요.-_-

가시장미님이 J님과 결혼하실 때도 제가 한편 써드리죠.(저 메멘토인 건 아시죠? ㅋㅋ)


미미달 2007-12-12 1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그리도 좋을까요?
누군가를 좋아하던 감정을 겪어본지가 오래인터라 쩝.
요즘은 주로 증오의 감정을 품고 살아가고 있지요. ㅋㅋㅋㅋㅋㅋ

깐따삐야 2007-12-12 23:11   좋아요 0 | URL
미미달님, 정말 좋을 때군요. 부러워요. 전 이제 누가 좋지도, 밉지도 않으니 이걸 어쩝니까. ㅋㅋㅋㅋ
 

  내가 어딘가 좀 부족하고, 나이 들었다는 것을 실감할 때는 S와 데이트를 할 때이다. S가 슈퍼주니어라면 얼마나 좋겠냐만은 S는 올해 5학년에 다니고 있는 외사촌 동생이다. 세월의 갭으로 인해 그녀의 잽싼 사고력과 현란한 제스처, 신선한 아이디어를 따라잡기엔 두뇌와 근력이 모두 달린다. 그녀가 내게 자주 하는 말 중의 하나는 "언니는 참 오죽잖아." 인데 그녀의 어투 그대로 하자면 "언닌 진짜 으짓잖어." 이다. 아마도 우리 엄마가 내게 하는 지청구를 듣고 따라하는 것 같다. 이번에 단발머리로 자른 내 머리를 보곤 사정없이 비웃어주더니만 말아톤의 초원이 흉내를 내며 언니의 별명은 이제부터 초원이야, 라고 명명했다. 그녀와 함께 있다보면 나는 오분도 채 안 되어, 어딘가 좀 많이 모자란데다 데려갈 남자 하나 없는 대책없는 노처녀로 자리매김한다. 어떨 땐 함께 놀기 위해서가 아니라 혼나기 위해 만나는 것도 같다. 이제는 이러한 SM 구도에 완벽하게 적응이 되어버려서 그래도 언니도 머 나름 귀여운 데가 있어, 라고 말해주면 나는 눈물 콧물 뒤범벅이 되어 황송해할 지경에 이른다. 단순한 내가 조금이라도 눈을 빛내며 좋아하는 기색을 비추면 "그걸 또 곰방곰방 믿냐?" 라며 깔깔대곤 하지만. 

 그러나 이번에 만난 그녀는 여전히 상콤발랄함에도 불구하고 전에 비해 학업의 부담으로 다소 지쳐보였다. 영어와 수학, 학원을 두 군데만 다니기 때문에 다른 초등학생들에 비해선 적은 편이지만 엄청난 숙제량과 따라가기 힘든 수업 수준에 버거워하고 있었다. 좀더 좋은 환경에서 공부시킨다는 명목으로 부모가 전학을 시켰고, 이사간 동네의 새 학원에 들어간 탓에 진도가 맞지 않아 골머리를 썩고 있었다. 학교 성적이 좋은 그녀임에도 불구하고 새로 들어간 학원에서는 벌써 중학교 과정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그렇듯 헤매고 있는 것도 어쩌면 당연했다. 그래도 언니가 명색이 영어 선생이라고 간간히 질문을 해오는데 명색이 영어 선생이란 사람이 "야, 벌써 이런 걸 왜 해? 언니는 이런 거 중3 때 배웠어." 라고 말했다는. 그러자 그녀로부터 돌아오는 말이 명언이었다. "언니, 이젠 시대가 바뀌었잖아. 이렇게 하지 않으면 다른 애들보다 뒤떨어지게 돼 있어." 어린 것이 버얼써. 하지만 나도 지지 않고 응수했다. "야, 언니가 예전에도 말했지만 너는 공부보단 예체능에 소질이 있다니깐. 싫은 거 억지로 하지 말고 너 좋은 거 해. 너 좋은 거. 사람은 자기가 좋아하는 걸 하고 살아야 행복한 거야." 그러자 그녀로부터 돌아오는 말이 또 가관이었다. "언니, 우리나라에서 예체능으로 성공하기가 얼마나 힘든지 알아? 난 그냥 열심히 공부해서 선생님 할거야. 초등학교 선생님. 안정적이잖아." 옆에 계셨던 엄마는 너는 어떻게 초딩인 동생만도 못하냐고 혀를 차셨지만, 나는 그렇듯 예쁘고 재주 많은 그녀의 입에서 시대니 안정이니 하는 말들이 나오는 것이 참 안타까웠다. 몇 년 전만 해도 짱구는 못말려, 명탐정 코난을 같이 보며 웃고 행복해하던 그녀였는데 점점 다른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같이 좋아할 땐 언제고, 이제는 영화마을에 가도 유치한 애니메이션은 별로란다. 만약 계속 고집을 피우다간 주먹과 함께 지청구가 날아오기 때문에 나는 그냥 그녀가 고르는대로 기다렸다가 순순히 대여료만 지불하고 나오는 정도.

 별로 궁금하지도 않은 원더걸스와 소녀시대를 비교 설명 해줄 때를 보면 역시 초딩은 초딩이구나, 싶다가도 그렇듯 깜짝깜짝 놀랄 때가 있다. 나는 미용실에 가도 그냥 멍하니 있다가 견습미용사의 마루타가 될 때가 많은데 그녀는 단지 앞머리를 자르러 갔을 뿐인데도 어찌나 설명을 세세하게 하던지, 저런 점은 반드쉬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시내에 나갔다가 계란빵 리어카 옆을 지나치면서 "계란빵은 좀 느끼하지 않냐?" 라고 큰 소리로 말했다가 또 한대 맞을 뻔 했다는. "언니는 지금 계란빵 리어카 옆에서 그런 말을 하면 어떻게 해. 한참 팔고 있는데 눈치 없이." 생각해보니 그녀의 말이 너무도 옳아서 눈치 젬병인 나는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싶었다면 오버고, 정말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라더니 당장에 S언니~ 라고 부르고 싶을 지경이었다. 결국 주말 내내 그녀가 너무도 존경스러웠던 나는 S의 얼굴이 작게 보일 수 있도록, 그녀가 시키는대로 카메라 앞으로 내 얼굴만 냅다 들이밀어 주시고 친오라버님께서 장착해 놓은 무수리 모드로 급, 전환해 궂은 일 마다하지 않고 그녀를 보필했다. 아무리 심한 욕을 들어도 카드를 박박 긁었으며 맛있는 것들을 계속 입에 물려드렸다. "언니만 돈을 다 써서 어떡해..."라고 말하면서도 깍쟁이 S의 지갑은 한번도 열리지 않았다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았던 것이 한 가지 있는데 내 차가운 손을 그녀가 꼬옥 잡아주었다는 것. 겨울만 되면 손끝이 꽁꽁 어는 나를 위해 그녀는 나와 다니는 동안 내 손을 놓지 않았다. 그리고는 정말 진심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언니도 얼른 좋은 남자 만나야 할텐데..." "하핫, 고마워." "근데 있잖아, 왠지 그러기 힘들 것 같지 않아?" -_-;;

 완벽한 S는 어쩌면 만만한 나를 상대로 스트레스를 풀고 있는 건지도. 이 나이에 대충 어벙벙하게 사는 것도 때론 힘든데, 그 어린 나이에 그처럼 야무지고 옴팡지게 살려니 얼마나 피곤하겠는가. 그녀로부터 이야기를 듣다보면 아이들의 인간관계 또한 정치색이 짙다. S를 비롯해서 요즘 아이들이 자꾸만 더 영악하고 냉정해지는 것은, 어떤 정확한 논리에서라기보다 어른들로부터 무작위로 답습한 생존방식의 영향이 크다. 제대로 된 실체를 모르면서도 가만히 있으면 안될 것 같은 막연한 초조와 공포에 등떠밀려 김밥이나 닭꼬치를 손에 쥔 채 학원으로 내몰리는 것이다. S는 그런 살벌한 세상에 속해 있다가, 이 나이를 먹고도 맛있는 것 이외에는 큰 욕심이 없어 뵈는 나를 보면서 위안을 얻고 가는 것일까. "아... 정말 학원 다 폭파해버리고 싶어." 우리 사이에 오갔던 많은 말들 중에서 그 말이 가슴에 콕, 걸렸고 어쩌면 그것이 도도한 S의 은밀한 진심인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나는 까칠한 그녀가 겁나먼 학업의 여정을 마칠 때까지 그녀의 닳지 않는 샌드백으로서 맡은 바 기능을 다해야겠지. 팔자려니 하면서도 대체 내가 무슨 죄냐고, 이 썩을노무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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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07-12-10 2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구,,,,우리 딸하고 동갑이네요~~~.
근데 S양에 비하면 제 딸년은 넘 어리버리 한거같아욥!!!
이 험난한 세상을 어찌 살까나!!
더구나 대한민국에서 예체능으로 성공하기 힘든다는데,,,,에구에구

깐따삐야 2007-12-10 23:40   좋아요 0 | URL
저도 어리버리했고, 지금도 어리버리하지만 사는 데 큰 불편함은 없더라구요. 그다지 위로가 되는 말씀은 아닌 듯 하지만요.-_-;;

이잘코군 2007-12-10 2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주워들은게 너무 많은, 그걸 자기 생각으로 착각하는 어린이의 현실... -_-

깐따삐야 2007-12-10 23:45   좋아요 0 | URL
이 나이에 애만도 못하다는 소리를 들어야 하는 현실...-_-

Mephistopheles 2007-12-10 2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가 수퍼주니어...하나로 성이 차지 않으신다는 말씀..??
S와 깐따삐야님은 옹주마마와 깐상궁 구도 같습니다.

깐따삐야 2007-12-10 23:57   좋아요 0 | URL
역시 메피님은 빠르셔. 훈남이야 다다익선이죠. 옹주마마와 깐상궁... 딱이네요. 파하하핫.-_-

웽스북스 2007-12-11 0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S가 보통이 아니네요 정말
어쩐지 발랄한 뒤로 속상함이 묻어나는 글이네요....

저도 예전에 중학생 사촌동생에게 HOT오빠야들에 대한 칭찬과 장우혁이 군대를 가면 안되는 이유에 대해 지겹도록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ㅋㅋ 소녀시대는 한번도 본 적이 없어요 ㅋㅋ

깐따삐야 2007-12-11 00:55   좋아요 0 | URL
발랄함 뒤의 속상함, 끄덕끄덕.

ㅋㅋ 정말 소녀시대를 본 적이 없으시다구욧? 웬디양님 너무하다.-_-

웽스북스 2007-12-11 01:19   좋아요 0 | URL
제가 좀 너무하죠 -_- TV도 잘 안보는데다가 가요프로그램은 고등학교 졸업하고는 거의 한번도 본 적이 없나봐요 ;; ㅋㅋ 그래도 원더걸스는 검색해서 봤었어요. 챙피하게 '원더걸스 소희'라고 검색했다는 ㅋㅋ

깐따삐야 2007-12-11 0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웬디양님 앞으로 그대의 페이퍼를 더욱 꼼꼼히 읽어야겠다는.-_- 하긴 머 근데 슈퍼주니어 동생들 이름도 아직 다 모르는데 원더걸스니 소녀시대가 알게 뭐야.ㅎㅎ

치니 2007-12-11 0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래도 깐따삐야님, 정말로 착하신가봐요! ㅋㅋ

깐따삐야 2007-12-11 20:09   좋아요 0 | URL
S양 말로는 맹하다는데요? 저 보고 화이트헤드라고 하길래, 아니 이 어린 것이 어떻게 화이트헤드를 다 알지 했는데 머릿속이 아-무 생각 없이 하얘서 화이트헤드래요. 끙.

레와 2007-12-11 1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썩을노무 세상..=.+

깐따삐야 2007-12-11 20:10   좋아요 0 | URL
레와님, 그쵸? 아웅 냄새.=.+

미미달 2007-12-11 1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달이(성은양)아녜여? ㅋㅋㅋㅋㅋ

깐따삐야 2007-12-11 20:13   좋아요 0 | URL
그러고보니 성은양도 S양이네. 거의 맞먹죠. 우리 어린이들은 말이져~ 하면서 능청떨던 깍쟁이 미달이.ㅋㅋ 근데 미미달님은 왜 미미달이에요? 미달이랑 관련이 있는 것인가. 궁금~

미미달 2007-12-11 21:54   좋아요 0 | URL
그...그건 말이죠...
고1때 반 친구가 저보고 미미인형 같다고 해서
넘 좋아서 제가 스스로 이렇게 닉넴을 만들었지여. MIMIDOLL -_- ㅋㅋㅋㅋ

깐따삐야 2007-12-12 0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으음... 어쩐지 난 도우너를 닮았더라는.-_-
 



  첫눈에 반하는 로맨스, 천재 소년, 아름다운 음악, 해피엔딩, 그리고 로빈 윌리엄스까지(이 영화에선 안쓰러운 악한으로 등장하여 눈길을 끔), 대중의 심중을 건드릴만한 거의 모든 요소를 갖춘 영화였다. 한편으론 그렇듯 모든 것을 담으려다 보니 스토리의 비약이 심하다는 오점을 남겼다. 첼리스트와 록커라는 닮은 듯 다른 세계의 운명적인 이끌림, 십년이라는 긴 세월을 초월하는 가족애, 마치 자신의 미모를 악용하는 미인처럼, 음악의 아름다움을 잘 알고 그것을 자본화 하려는 악당, 줄리어드와 저잣거리를 아우르는 천재적인 음악성... 이러한 간극의 파고에도 불구하고 영화에 몰입할 수 밖에 없는 까닭은 어떤 '간절함'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주인공 소년, 에반(프레디 하이모어 분)은 말한다. "부모님은 나를 원했을 거에요. 하지만 그들은 길을 잃었을 뿐이에요." 스치듯 지나는 저 대사가 내내 여운으로 남았다. 누구라도 우리에게 저만치 따듯한 희망을 걸어준다면, 당신은 다만 길을 잃었을 뿐이라고 다독여 준다면, 숨을 쉬는 일이 조금은 더 편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살다보면, 보이는 절망 앞에서 굴복하는 것은 쉬운 반면에 보이지 않는 희망 속에 자신을 던지는 것은 그렇듯 쉽지가 않다. 하지만 그것이 허황된 비약일지언정, 해피엔딩을 위해서라면 단 2%의 희망이라도 한번 쯤 걸어보고 싶은 것 또한 사람의 마음인지도. 

 무엇보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음악'이다. 어쩌면 '소리'라고 하는 편이 나을지도 모르겠다. 에반에게는 그냥 지나쳐도 좋을 소리란 없고, 부모를 찾는 막막한 여정의 이정표처럼 작용하는 것 또한 소리이다. 아직 서로를 찾지 못했지만 마치 서로가 서로를 부르는 것처럼, 밴드싱어인 아버지 루이스(조나단 리스 마이어스 분)의 노래, 첼리스트인 어머니 라일라(케리 러셀 분)의 연주, 아들 에반의 지휘가 오버랩되며 하나의 선율처럼 조화되는 장면은 단연 압권이었다. 소리는 약속처럼 서로를 부르고, 음악은 운명처럼 서로를 엮어준다. 위저드(로빈 윌리엄스 분)는 말한다. "음악은 사람들을 이어주는 하모니란다." 그는 악당임에도 불구하고 Wizard of OZ처럼 에반을 부모에게로 돌려보내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셈. 역시 헐리우드의 영원한 삼촌, 로빈 윌리엄스는 칼을 휘두르고, 고함을 질러대고, 수십 개의 피어싱을 하더라도, 어린이를 위한 휴머니스트란 사실엔 변함이 없는 것 같다.   
  
 아, 에반의 아버지로 나오는 조나단 리스 마이어스가 넘흐넘흐 멋지더라는. 기타를 치며 노래하는 그의 모습에 나는 문득 젊은 날의 이완 맥그리거를 떠올리며 잠시 흐뭇했다. 음악영화에 관심이 있으시거나 '찰리와 쵸콜릿 공장'의 찰리를 다시 보고 싶어하는 어린이들, 또는 조나단 리스 마이어스라는 훈남의 재발견에 공감하시고 싶으신 분들은 이 영화를 선택하셔도 밑질 게 없겠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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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7-12-09 2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이 영화 보았어요. 노래, 하모니, 소리.... 환상의 조합이었죠. 스토리의 비약에도 불구하고 보고 있으면 행복해지는 그런 영화였어요. 몹시 아름답게 보였답니다. ^^

깐따삐야 2007-12-10 10:06   좋아요 0 | URL
아, 마노아님도 보셨군요. 여류 감독이라 그런가요. 서사의 재미보다는 감성 건드리기에 초점을 두었달까. 무엇보다 음악의 힘이 컸어요.^^

Mephistopheles 2007-12-09 2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단 음악이 주제인 영화들은 한방 먹고 들어가긴 하더라구요.^^
귀를 즐겁게 해 줄 요소는 충분히 있고 훈남이나 미소년까지 나온다면 시각적 만족감도 동반되다 보니..^^

깐따삐야 2007-12-10 10:09   좋아요 0 | URL
그렇죠? 음악영화치고 몹시 실망했던 경우는 드물었던 것 같아요.

웽스북스 2007-12-10 0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훈남의 재발견에 저도 휘둥글 ㅋㅋ

깐따삐야 2007-12-10 10:09   좋아요 0 | URL
근데 극중 역할이 애아버지라 좀 그렇더라는. ㅋㅋ

이잘코군 2007-12-10 1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옥상씬이 제일 좋았다는.

깐따삐야 2007-12-10 22:21   좋아요 0 | URL
그럴 줄 알았다는.

라로 2007-12-10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아그들 이끌고, 아기 유모차 태워서
사람들이 쑤군거리는것에도 불구하고
용감하게 봤다지요~.ㅎㅎㅎ
전 생각만큼 좋진 않았어요,,,넘 기대했나봐요~.^^;;;
하지만 제 아이들이 넘 좋아라 하더라구요~.ㅎㅎㅎ
훈남인 조나단 리스 마이어스는 미션 임파셔블에서부터
제가 "오호~ 훈남인걸?"했다지요~ㅎㅎ(훈남 귀신)
제가 넘 늙은건지, 부모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젊어지는걸 보면서
뭔지 모를 아뭏든 그런 느낌이 들어서 그랬어요,,,ㅎㅎ암튼(아우 표현의 무능력ㅠ)

깐따삐야 2007-12-10 22:27   좋아요 0 | URL
아이들과 함께 보셨군요.^^ 저와 같이 보았던 어린이는 nabi님처럼 이 영화가 별로였나 봐요. 좀 지루해 하더라구요. 역시 훈남으로 인해 하나되는 우리.ㅋㅋ

라로 2007-12-10 2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옥상씬에서,,,,거리에서 기타치던 사람이 라빈윌리암스였던거 아시나용???ㅎㅎ
우연의 일치가 넘 지독하죠???ㅎㅎ

제 아이들은 넘 좋아하면서 보든디,,,^^;;;;

깐따삐야 2007-12-10 22:54   좋아요 0 | URL
그래요오오? 몰랐어요. 악당 위저드씨 알고보니 좋은 일 많이 했네요.^^ 저랑 같이 영화 본 꼬마는 곧 제 페이퍼에 등장합니다. 고고씽~

순오기 2007-12-21 2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영화보고 나름 좋았는데, 페이퍼는 안 썼다는... ㅎㅎ
저토록 간절하면 기적이 일어난다는 희망이라도 있어야 살맛나지 않겠나 변호하고 싶은 심정이었어요. ^^

깐따삐야 2007-12-22 00:02   좋아요 0 | URL
그쵸? 희망이 간절하면 기적도 가능한가 봐요. 그러리라는 희망이 또 있어야 절망 속에서도 꽃이 피는 거고. (법정 스님 오셨네 그냥-_-)

프레이야 2007-12-22 0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치포인트,에서 조나단 넘 멋있던걸요^^
기타 치는 저 아이도 훈훈하네요. 역시 영화보다 훈남에ㅎㅎ
이 영화는 아직 안 봤네요.

깐따삐야 2007-12-22 00:19   좋아요 0 | URL
오... 그 영화에도 나오는군요? 못 봤는데 꼬옥 봐야지!
dvd로 나오면 함 보세요. 가족이 함께 보는 영화로 좋을 것 같아요.
날이 추워지니 훈남을 기반으로 한 영화 선택이 주종을 이루네요.ㅋㅋ
 
햄버거에 대한 명상 - 제7회 김수영 문학상 수상 시집 ㅣ 민음 오늘의 시인 총서 22
장정일 지음 / 민음사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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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때 장정일을 좋아했었다. 지금도 그가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예전만큼 그의 책을 즐겨 읽지는 않는다. 애정이 있었기에 실망도 있었던 셈. 이문재의 경우도 그렇고 장정일 또한 초기시집에서 이미 가장 신선하고도 완벽한 경지를 보여주었던 것은 아닐까, 하고 조심스런 발언을 해본다. 그러나 생존해 있는 작가들이기 때문에 조만간 근사한 책을 들고나올 수도 있겠지. 장정일은 근래에 희곡집을 한 권 낸 것 같은데 안 그래도 이 장르에 관심이 있던 터라 읽어봐야겠단 생각이 든다.  

 99년도. 군에서 휴가를 나왔던 한 선배는 나에게, "너한테 잘 어울릴 것 같은 시집이라서 너에게 주려고." 라고 말하며 이 시집을 건네주었다. 나는 곧 젊은 시인의 거침없는 언어와 발랄한 상상력에 도취되었다. 이 사람, 어쩌면 천재일지도 몰라. 시종일관 감탄하면서. 사실 나란 사람은 안과 겉, 사고와 행동의 어긋남을 스스로도 인지할 만큼 모순되는 인간인데 당시의 선배는 나를 꽤나 전위적인 후배로 보아주었나 보다. 오해였지만 내가 아직도 그 말을 기억하는 것을 보면, 아마 나는 그 오해 속에서 숨은 이상을 발견하곤 잠시 행복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로부터 멀리 떠나온 지금, 사심없이 치열해질 수 있는 것도 한철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떤 판단을 할 때 그것이 타협이기 보다는 겸손이었으면 하는데, 대관절 그 경계란 것이 모호하기도 한데다 스스로의 기만은 아닐까 싶어 갸웃거릴 때도 많다. 이젠 더 이상 치열해지지는 못하고 치열한 성찰에만 열을 올리는 것 같아 장정일을 다시 읽으며 내내 부끄러웠다.     


지하인간

- 장정일

내 이름은 스물 두 살
한 이십 년 쯤 부질없이 보냈네.

무덤이 둥근 것은
성실한 자들의 자랑스런 면류관 때문인데
이대로 땅 밑에 발목 꽂히면
나는 그곳에서 얼마나 부끄러우랴?
후회의 뼈들이 바위틈 열고 나와
가로등 아래 불안스런 그림자를 서성이고
알만한 새들이 자꾸 날아와 소문과 멸시로 얼룩진
잡풀 속 내 비석을 뜯어먹으리

쓸쓸하여도 오늘은 죽지 말자
앞으로 살아야 할 많은 날들은
지금껏 살았던 날에 대한
말없는 찬사이므로.

 


※ 안습 패로디

서재폐인

- 깐따삐야

내 별명은 깐따삐야
한 이 년 쯤 어리버리 보냈네.

알라딘이 즐거운 것은
재주꾼 알라디너들의 톡톡튀는 빼빠질 때문인데
이대로 코 박고 잠들어 버리면 
나는 알라딘에서 얼마나 부끄러우랴?
자책의 콧방귀가 콧구멍을 비집고 나와 
눈꺼풀 아래 꾀죄죄한 다크서클을 우롱하고 
알만한 알라디너들이 자꾸 도망가 즐찾삭제와 악성댓글로 얼룩진 
알라딘 속 내 서재에 발을 끊으리 

피곤하여도 지금은 쉬지 말자
앞으로 써야 할 많은 빼빠는
지금껏 써왔던 빼빠에 대한
말없는 협박이므로.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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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07-12-08 2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깐따삐야님 완전 센스쟁이! ^^

깐따삐야 2007-12-09 21:08   좋아요 0 | URL
웬디양님, 나... 괜찮았어? ㅋㅋ

미미달 2007-12-09 0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물 둘을 한 달도 안 남긴 지금 저 시를 알게 되다니.
셤끝나고 당장 책 읽어보아야겠시와염. ^^

깐따삐야 2007-12-09 21:14   좋아요 0 | URL
그럼 지금 스물하고도 고작, 하나란 말이군요. 참으로 놀라운 나이가 아닐 수 없소. 부럽당.-_-

로쟈 2007-12-09 17: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첫시집이 유고시집이라는 게 장정일의 지론이므로 이후의 '실망'은 당연한 거 같습니다. 대신에 작가는 '희곡'에 전력하고 있으므로 기대는 그쪽으로 모아야 할 거 같아요...

깐따삐야 2007-12-09 21:11   좋아요 0 | URL
로쟈님, 제 서재에선 아마 처음 뵙죠? 올리시는 좋은 글들 잘 읽고 있답니다. 첫시집이 유고시집이란 말, 근사하게도 들리는데 어쩌면 그것이 시인의 운명 같기도 하네요.^^ 희곡집이 나온지는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꼭 한번 읽어보려고 합니다.

치니 2007-12-09 1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 요즘 깐따삐야님 , 물 오른 빼빠질, 재미납니다.

깐따삐야 2007-12-09 21:13   좋아요 0 | URL
추어탕집에 애들 좀 풀어봐야겠어요. 대체 그 날, 내 탕에 미꾸라지 말고 뭘 탔는지.-_- 그래도 저 많이 이상하진 않죠? ㅋㅋ

미미달 2007-12-10 0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물둘을 한 달도 안 남긴 . 문법적으로 에러인가염?
이제 스물셋 되지요 ㅋㅋㅋㅋㅋ

깐따삐야 2007-12-10 10:04   좋아요 0 | URL
스물둘이나 셋이나 도찐개찐이라는.-_-

2007-12-10 15: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2-10 22: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07-12-10 2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깐따삐아님 안습 패로디 땜에 무지 웃겨요.ㅎㅎㅎ
근데 누가 님 뻬빠에 악플을?? 살청님더러 애들 좀 풀어달라고 해야겠네요.^^

깐따삐야 2007-12-10 22:33   좋아요 0 | URL
저거 슬픈 시에요.-_- 살청님이 살인청부업자의 약자인가요, 설마? 나 레옹 좋아하는데 친하게 지내야겠다. 저 좀 그 분한테 소개시켜 주세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