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음식의 향연이나 자극적인 장면 하나 눈에 띄지 않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영화의 풍미를 돋우는 것은 메릴 스트립과 에이미 아담스라는 걸출한 두 여배우였다. 어느 시공간, 어느 역할에 갖다 놓아도 마치 태어날 때부터 그 사람이었던 것처럼 관객의 오감에 쏙쏙 스미는 연기를 보여주는 메릴 스트립, 한편 <박물관이 살아있다>에서 용감하고 발랄한 비행사로 출연했던 에이미 아담스는 이 영화에서 매우 다정하고 사랑스러운 요리 블로거로 변신했다. 두 사람은 영화 속에서 한 번도 만나지 않지만 각자의 서로 다른 사연과 매력으로 관객에게 어필한다.

  줄리아 차일드(메릴 스트립 분)는 남편을 따라 파리로 건너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찾다가 미국인을 위한 프랑스 요리 레시피를 만들기로 결심한다. 요리로 인정을 받고 책을 내기까지 갖가지 우여곡절을 겪지만 항상 변함없는 마음으로 자신과, 자신의 음식을 지지해주는 남편의 사랑으로 어려움을 극복한다. 두 사람에게는 아이가 없다는 아픔이 있지만 사랑하는 남편을 위해 맛있는 요리를 준비하는 줄리아와 그런 줄리아를 더욱 따듯한 마음으로 보듬는 남편의 모습은 다채로운 레시피보다 더 빛을 발한다.

  한편 2천년대 뉴욕에 살고 있는 줄리 파웰(에이미 아담스 분)은 작가가 되려던 꿈을 이루지 못한 채 매일매일 따분한 공무원으로서의 일상을 보내고 있다. 온종일 상담 전화를 받다가 지친 몸으로 집에 돌아와 다양한 요리를 만드는 것이 그녀의 유일한 낙이다. 줄리의 음식을 맛있게 먹어주던 남편은 블로그를 해보지 않겠느냐고 제안하고 그녀는 줄리아 차일드의 요리 레시피를 1년 동안 마스터하겠다는 목표를 세운다. 줄리의 줄리아 레시피 탐구 블로그는 점점 더 유명해지고 드디어 인터뷰와 출판 제안까지, 작가의 꿈을 이루게 된다.

  나중에 줄리는 줄리아가 자신의 블로그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좌절하기도 하지만 그것과는 상관없이 줄리아와 줄리아의 레시피를 좋아하고 도전한 덕분에 스스로 행복해졌음을 깨닫게 된다. 가재를 죽이지 못해 안달복달하고, 낮잠 때문에 스튜를 바짝 태우고, 블로그 때문에 직장 상사에게 잔소리를 듣고, 남편과 다투고... 늘 성공적인 날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요리에 대한 열정이 그녀의 일상을 구원한 것은 틀림없다.

  어느 날 앨범을 펼쳐보았는데 한쪽 귀퉁이에 ‘오늘은 깐따삐야가 밤도 태우고 고구마도 태웠다’라는 포스트잇이 붙어 있었다. 남편의 글씨체였고 구체적인 날짜까지 적혀 있었다. 짓궂은 사람, 웃음이 났다. 물 조절과 불 조절, 시간 조절까지 무참히 실패했던 작년 겨울의 일이었다. 냄비 하나가 아작 났고 우리는 예상치도 못한 군밤과 군고구마를 먹어야 했다. 지금은 물론 예상한 것들을 먹을 수 있을 만큼은 능숙해졌지만 그리 될 때까지 망가진 그릇하며 낭비한 양념들을 차마 헤아리기 힘들다.

  영화를 보는 동안 요리는 그처럼 누구나의 일상이고, 추억이고, 사랑이구나 하는 생각. 예전에 부모님께 혼이 나거나 오빠와 다투었을 때도 엄마가 밥 먹어라, 하는 말 한 마디에 밥상 앞에 마주 앉아 수저질을 하다보면 서운했던 감정이 따끈한 된장찌개 국물에, 고소한 꽁치 구이 한 점에, 사르르 녹는 듯한 기분을 느낄 때가 있었다. 잘 익은 김치 한 포기를 들고 와 계란과 바꾸어 가시던 아주머니도 있었고 아빠가 미꾸라지라도 많이 잡는 날이면 동네 아저씨들이 몰려와 생선국수 잔치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제는 급식이 보편화되었지만 가끔씩 보온도시락 속 반찬들, 김치볶음과 소시지 부침, 따끈따끈했던 물통이 그리워지기도 한다. 온정으로 가득한 음식의 효능이다.

  소박한 냄비 하나에 일상과 추억과 사랑을 담아내는 영화를 따라가다 보면 메릴 스트립의 미소는 오래도록 여운이 길고 에이미 아담스의 미소는 기분 좋은 날, 무언가 소중한 것을 깨달은 날, 나의 그것과도 닮아 있었다. 쌀쌀해진 날씨, 잔잔하고 훈훈한 사랑의 레시피를 구하는 사람들에게 권하고픈 맛있는 영화다.


댓글(13)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다락방 2009-12-16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깐따삐야님.
이 글의 느낌이 무척 좋아요. 바람이 매섭게 부는 날 따뜻한 집에서 온 식구들이 둘러앉아 호호 거리며 군고구마를 까먹는 그런 느낌의 글이랄까요. 맨 마지막에 깐따삐야님이 쓰신 글을 그대로 인용해서 이 페이퍼를 얘기해보자면,

쌀쌀해진 날씨, 잔잔하고 훈훈한 사랑의 글을 구하는 사람들에게 권하고픈 맛있는 페이퍼다.

이쯤 되겠네요. 정말 잘 읽고 추천 누르고 갑니다. 깐따삐야님의 글은 언제나 소박하고 정겨워 좋았지만, 오늘 이 글은 특히 더해요.

Mephistopheles 2009-12-16 16:39   좋아요 0 | URL
더불어..짐승같은 식욕...포함해야 합니다..=3=3=3=3

깐따삐야 2009-12-17 15:18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마음에 드셨다니 기분 좋습니다. 소재에 비해 다양한 음식들이 나오지 않아서 조금 의아했는데 그래도 즐겁게 본 영화였어요.^^

이제 '메피님 같은 식욕'을 관용어로 사용해야겠어요.ㅋㅋ

비로그인 2009-12-16 1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이미 아담스, 30대가 넘어서도 저렇게 천진무구한 얼굴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은 자연의 신비여요.(영화 `다우트'를 보면 더 확실해 진답니다)

깐따삐야 2009-12-17 15:21   좋아요 0 | URL
그쵸? 확 들어오는 미모는 아니지만 의외로 다양한 장르에 쓸 수 있는 얼굴일지도 모르겠어요. '다우트'는 못 본 영화인데 이번 기회에 챙겨봐야겠네요.

레와 2009-12-16 15: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제가 살고 있는 곳에서는 안해요. 안해요..

엉...엉....ㅠ_ㅠ

깐따삐야 2009-12-17 15:22   좋아요 0 | URL
3D 이런 것과는 별로 상관없는 영화이니 나중에 dvd로 보셔도 될 것 같아요.^^

Mephistopheles 2009-12-16 16: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 영화를 보고 메릴 스트립이라는 배우는 레전드 라고 그냥 단정지어버렸어요...ㅋㅋ
천진난만한 얼굴로 따진다면 예스맨에 나왔던 '조이 데샤넬'이란 배우도 눈여겨보세요.
굉장히 사랑스런 배우라는..(500일 썸머 개봉예정되어 있는 것 같던데..)

깐따삐야 2009-12-17 15:26   좋아요 0 | URL
정말 그래요. 더 이상의 수식이 필요 없을 정도로.
처음 듣는 이름인데요. 한번 찾아보겠어요.^^

hnine 2009-12-16 1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줄리아 차일드라는 실제 유명한 요리사가 있는데 (파파 할머니였으니 지금도 살아계신지는 모르겠어요.) 혹시 이 영화의 줄리아 차일드가 그 할머니일까요?
아, 위의 포스터를 자세히 보니 '실화'라네요. 맞나봐요!

깐따삐야 2009-12-17 15:49   좋아요 0 | URL
네. 줄리아 차일드도 줄리 파웰도 모두 실존인물이라고 하네요. 줄리 파웰은 지금도 살아있구요.^^

비연 2009-12-16 2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꼭 보고 싶은 영화 중 하나에요^^

깐따삐야 2009-12-17 15:51   좋아요 0 | URL
두 배우의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런 영화입니다. 보세요.^^
 


  원래 개봉시기에 맞춰 영화를 보는 편은 아니다. 좋은 영화는 언제 봐도 긴 여운을 남기기 때문이다. 더욱이 요즘 같아선 영화관 출입도 꺼려져 철지난 영화들을 찾아서 보는 중이다. 첫 느낌만으로 좋아질 것 같은 영화도 있는데 이 영화가 그랬다. 스토리도 그렇고 신민아, 공효진이라는 두 여배우의 이미지도 한몫했다.

  학부 시절, 교양철학 시간에 ‘안토니아스 라인’이라는 영화를 함께 본 적이 있다. 모계 가족 형태를 보여주는 특이한 작품이었는데 이 영화는 어쩐지 그 영화를 떠올리게 했다. 처음엔 아버지도 다르고 성격도 다른 두 자매가 서로 화해의 순간에 이르는 평범한 로드무비인 줄 알았다. 그런데 영화의 절정 부분에 이르러 상상치도 못했던 서늘한 반전을 보여준다. 명은(신민아 분)은 시간을 거슬러 과거를 되짚어가고 관객은 몇 가지 복선들을 알아차리며 속았다, 라기 보다는 아, 그랬구나, 하고 깨닫게 된다. 그 이후 안쓰럽지도, 호들갑스럽지도 않은 담담한 재회. 이 장면에서 배우 신민아가 다르게 보였다.

  나는 자매는 없고 오빠가 하나 있다. 그런데 오빠와 여동생의 관계란 나이를 먹을수록 아버지와 딸 같은 관계로 화해가는 면이 크다. 주변에서 언니나 여동생이 있는 친구들을 보기는 하지만 내 일이 아니기에 자매라는 관계를 실감하기는 어렵다. 올케와 시누이도 있지만 같은 여성으로서 동지 의식을 느끼는 순간보다는 오빠의 아내이자, 남편의 동생이라는 틀을 벗어나지 못할 때가 더 많다. 사회에 나와 언니처럼 대하게 된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깊숙한 속내까지 드러낼 일은 거의 없다.

  그나마 간접경험이라면 엄마와 이모들의 관계를 통해서이다. 엄마 곁에는 네 명의 개성 뚜렷한 자매들이 있다. 현명하신 큰 이모, 천사병 둘째 이모, 셋째인 엄마, 깍쟁이 넷째 이모, 오지랖 넓은 막내 이모, 마지막 자매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상냥하고 자상한 외삼촌까지. 그 가운데 엄마가 가장 솔직해지는 상대는 큰 이모다. 엄마는 큰 이모와 이야기를 하다보면 꼭 한 가지씩은 배우게 된다고 말씀하신다. 반면에 둘째 이모에 대해서는 엄마의 언니임에도 불구하고 탐탁찮아 하신다. 엄마의 말을 빌자면, 혼자 고상한 척 하면서 주변사람 고생시키는 타입이라고. 넷째 이모는 조카인 내가 봐도 보이는 그대로가 전부인 사람. 복잡한 것 싫어하고 실리를 중시한다. 어쩐지 드러내놓고 깍쟁이 짓을 해도 귀여운 면이 있다. 막내 이모는 그 나이 먹도록 엄마한테 가끔 혼이 나는데 구박을 받아도 심신에 밴 오지랖 병은 잘 고쳐지지 않는 것 같다.

  이모들이 모이면 정말 접시가 깨진다는 말이 실감날 정도로 왁자지껄하다. 집안에 경조사가 있을 때 서로 뭉치는 걸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오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엄마의 자매들이 부럽다. 순전히 나의 이기심일까. 지금은 여자로서 겪어야 할 모든 일을 엄마와 상의하지만 점점 쇠약해지는 엄마에게 미안할 때, 그리고 언젠가 엄마가 없을 때, 엄마가 이모에게 하는 것처럼 함께 수다를 떨며 기쁨과 슬픔을 공유할 자매가 있었으면, 하고 바라게 된다. 나처럼 어딘가 엄마의 모습을 닮아 있고, 엄마의 목소리로 이야기하고, 엄마의 솜씨를 어설프게나마 흉내 낼 줄 아는 자매 말이다. 애증 섞인 대화를 남발하다가도 끝에 가서는 그래도 언니밖에 없어, 그래도 내 동생이 최고야, 서로를 다독일 수 있는.

  영화 속 명주와 명은의 모습에서 이율배반적인 내 모습을 발견하기도 했다. 나는 명은처럼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힘들어 주변 사람과 스스로를 학대하기도 하고, 때로는 명주처럼 아무렇지도 않은 듯 그냥 그렇게 사는 거야, 라고 웃으며 이야기하기도 한다. 내 고통에만 눈이 팔려 가까운 가족의 상처쯤은 안중에 없을 때도 있고, 사는 일이 문득 지겨워져 술이나 마셨으면, 할 때도 있다. 그렇듯 내가 느끼는 삶이란 것도 한 뱃속에서 나왔지만 색깔이 다른 두 자매와 같다. 지금, 이대로가 좋다고 말할 수 있을 때, 이해하기 힘들지만 이해 못할 것도 없는 이상한 삶과 화해할 수 있을까. 그런 자매애를 느낄 수 있는 날이 오긴 올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과거 동아리 활동 무렵 ‘시계’라는 시를 쓴 적이 있다. 외할머니와 외사촌 동생, 그러니까 지금의 S옹주가 함께 노는 모습을 보면서 쓴 시였다. 일곱 살 꼬마와 칠십대 노인은 종종 사소한 먹을 것을 놓고 실랑이를 벌이기도 하고 가끔은 S옹주가 더 어른스럽게 할머니에게 사물의 이모저모를 가르쳐 주기도 했다. 물리적인 외양의 차이일 뿐 당시 두 사람의 시계는 같은 시각을 가르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총기가 넘쳤던 할머니도 세월이 흐르니 아이 같아졌고 할머니가 노쇠해지면 노쇠해질수록 S옹주는 총명하게 자라났다. 몇 년 전 외할머니는 돌아가셨고 S옹주는 그새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다. 내 시를 본 선배들은 모티브가 좋다는 평을 하며 그러한 일상 속 관찰이 깊은 통찰로 나아가기를 바랐다.

  말하지도 듣지도 못하는 갓난아이로 태어나 기억과 오감을 잃은 채 죽어가는 인간의 삶이란 대개 비슷하다. 그렇듯 누구나 젊고 무지한 상태로 생을 출발하여 노쇠하고 반쯤 도통한 상태로 마감하기 마련인데 이 영화는 육체 연령과 정신 연령이 반비례하는 이상한 남자의 일대기를 보여준다. 주인공 벤자민 버튼(브래드 피트 분)은 병약한 노인의 육체로 태어나 근처 양로원에 버려진다. 그는 태어나자마자 얼마 살지 못할 것이라는 통보를 듣고 양로원에서는 그저 일상일 뿐인 가까운 이들의 죽음을 차례차례 목도한다. 삶을 알기 이전에 죽음부터 보았기 때문일까. 육체와 정신의 불균형에도 벤자민은 별다른 번민 없이 내내 담담하고 침착하다.

  다만 사랑에 빠졌을 때, 그 예고 없는 운명과 맞닥뜨렸을 때, 나와 연인의 시계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면 시간을 붙잡을 수 없는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벤자민에게 대처란 없었다. 그는 데이지(케이트 블랑쉐 분)와의 사랑을 피하지 않는다. 육체와 정신의 갭에도 불구하고 모르면 모르는 만큼, 알면 아는 만큼 본인의 현재 상태에 충실한 채로 그녀를 사랑한다. 그리고 그 사랑은 각자 무르익은 젊음의 정각에 닿아 정점에 이른다. 하지만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고 벤자민은 데이지와 딸의 안정된 삶을 위해 조용히 떠나는데...

  긴 러닝타임 동안 점점 젊어지는 벤자민의 모습에 감탄하고, 몇 차례 허리가 아파 몸을 뒤척거리기도 하고, 케이트 블랑쉐가 브래드 피트보다 얼굴이 큰 것 같다고 중얼거리기도 하고, 일곱 번 번개를 맞았다는 할아버지의 넋두리에 쿡쿡대기도 하면서, 이 겁나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일까 생각을 많이 했다. 기대가 컸던 영화인데 아는 만큼 보인다고 특별한 교훈은 모르겠고 그저 남들처럼, 세월 따라 늙어가는 것이 최선이구나 싶었더랬다. 나는 전부터 TV프로그램에 연령을 둔갑하여 출연하는 사람들을 그다지 달가워하지 않았다. 스무 살이면 스무 살다워야 하고 쉰이면 쉰다운 게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정신은 시드는데 육체만 싱싱하면 무엇하고, 육체는 늙었는데 당최 철을 모르는 경우도 문제 아닌가. 그리고 인생을 대하는 벤자민의 자세도 마음에 들었다.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불균형한 시간에 울상을 짓지도, 이별의 고통에 몸부림치지도 않는다. 그저 마주하는 순간에 최선을 다할 뿐이다. 그 담대함이 나지막하지만, 묵직한 울림을 주었다.  

  한편 영화를 보면서 곁에 앉은 남편이 벤자민 같아 보여 다소 언짢았다. 나는 요새 손가락이 쑤시고 눈가 주름도 걱정되고 체력도 예전 같지 않은데 남편은 점점 반질반질 팽팽해지는 피부에 하는 짓까지 점점 아이가 되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한 십 년 쯤 지나면 남편은 때깔 좋은 벤자민이 되어 있고 나는 쭈그러진 데이지가 되어서 거꾸로 가는 시계를 원망해야 할 때가 오는 건 아닐까 염려스럽다.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그런 고로, 이 영화를 보는 커플들은 매우 당연한 현실임에도 함께 골골대며 늙어가는 것에 감사하게 될 것이다. 안타깝지만, 이 또한 교훈이라면 교훈이려나.-_-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무해한모리군 2009-02-16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하 남편과 보면 이런 감상이 되는군요..

깐따삐야 2009-02-16 21:10   좋아요 0 | URL
아하하 그렇답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저의 한계입니다.ㅠ

프레이야 2009-02-17 2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신의 육체와 정신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받아들이고 담대한 벤자민,
그의 태도가 저도 맘에 들었어요.^^

깐따삐야 2009-02-19 10:37   좋아요 0 | URL
하도 차분하고 담대해서 세월이 흐를수록 늙어가는 것보다 젊어지는 것이 덜 슬픈 일일까? 생각했는데 별로 그런 것 같지는 않고.^^ 존경스런 주인공이에요.
 




  외출하려고 나서는 길. 이따금 꽃다발을 든 아이들이 눈에 띈다. 졸업시즌인 것이다. 교복 입은 아이들도 있지만 정장을 차려 입은 남자 아이도 보이고 짧은 치마에 레깅스를 신은 여자 아이들도 보인다. 어른처럼 입을 만큼 몸은 다 자랐는데 십대는 어떻게든 티가 난다. 하고 싶은 것도 많았으련만 꾹꾹 참고, 혹은 참다못해 폭발해서 주위를 놀라게 했을지언정, 무사히 인생의 한 마디를 맺은 그들에게 축하를 보낸다.

  <추억은 방울방울>, <귀를 기울이면>, <바다가 들린다>와 같은 서정적인 일본 애니메이션을 좋아한다. 개봉되거나 국내에 소개될 때 그 즉시 찾아볼 정도로 열정적인 편은 못 되고 입소문을 듣고 찾아보거나, 영화정보를 훑어 본 후 괜찮겠다 싶으면 구해서 보곤 한다. 그러한 명작 애니들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내 서랍 속의 바다가 노래를 하고, 그 노래를 타고 지나간 추억이 방울방울 떠오른다. 심신이 정화되는 듯 수채화 같은 화면들에 반하는 한편, 일본 애니란 참 아이러니하다고 생각한다. 자극과 엽기, 그 대척점에 그처럼 오롯한 순진성과, 근사한 성찰이 있다는 것이 말이다.

  그러한 명작 애니 중의 한편인 <시간을 달리는 소녀>를 이제야 보게 되었다. 어느 날 갑자기 시간을 뛰어넘을 수 있게 된 소녀 마코토의 성장기. 한 번쯤 해봤음직한 상상이다. 시간을 뛰어넘어 과거 그 시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철판구이가 먹고 싶어 며칠 전 저녁식사 시간으로 되돌아간다든가, 노래방에서 노래를 실컷 부르려고 처음 그 타이밍으로 구르고 또 구르는 모습은 압권이었다. 공감백배라서 나두나두! 라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그뿐인가. 새롭게 생긴 능력 덕분에 막막했던 쪽지시험은 가뿐히 백점을 기록하고 가사실습 시간에 불을 냈던 실수도 만회한다.

  그러나 마코토의 타임 립은 이렇듯 귀여운 변칙에서 그치지를 않는다. 어색해질까 두려워 절친이었던 치아키의 고백을 세 번씩이나 무마하고, 또 다른 절친인 고스케와 후배를 엮어주려다가 기차 사고의 위기를 맞는다. 이후에 밝혀지는 치아키의 비밀. 더 이상 함께 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을 때 마코토는 스스로의 마음에 눈을 뜬다. 갑작스럽게 치아키를 잃어야만 하는 마코토는 목놓아 엉엉 울고 치아키는 다가와 말한다. “미래에서 기다릴게.” 사랑스런 마코토. “응! 금방 갈게. 뛰어 갈게.” 이 순간 눈물은 그렁그렁. 마음은 울렁울렁. 이제 치아키는 마코토에게 설레는 미래이자, 보고 싶은 희망이 된 셈이다.

  타임 립을 즐거워하는 마코토에게 어느 날 이모가 말한다. 네가 시간을 되돌리면 다른 사람이 손해를 보지 않겠냐고. 예전에 그런 콩트를 본 적이 있다. 돈이 없어지지 않는 지갑을 줍게 된 사람이 있었다. 한동안 돈을 펑펑 쓰며 행복에 겨워했는데 어느 날 잘 관찰해보니 자신의 지갑에서 만원이 나오는 순간 다른 사람 지갑 속 만원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지는 것이다. (나중에 그 사람은 지갑을 어떻게 했을까. 안타깝게도 기억이 안 난다.) 마코토 역시 그렇다. 자기 편의대로 타임 립을 사용하다 보니 의외의 피해자가 생기기도 하고, 이 순간을 막으려고 돌아가면 또 다른 돌발상황이 일어나기도 한다. 타이밍을 조작한다고 해서 본래 품고 있던 마음까지 없어지는 것은 아닐뿐더러, 생각 없이 기회를 몽땅 써버린 탓에 정말 소중한 사람을 잃게 될 지경에까지 이른다. 그리고는 신중하지 못했던 자신을 돌아보며 후회하고 통곡하는 것이다. 엉엉.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단순히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신기해하는 타임머신 류의 이야기가 아닌, 착하고 사랑스러운 성장영화였다. 언젠가는 선머슴 같은 마코토도 이모처럼 신중하고 차분한 숙녀가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겪어야 한다. 때로는 소중한 사람을 잃는 고통도 감수해야 한다.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는 말은 진실이다. 사람이 우아하면 우아할수록 우악스런 과거를 보냈을 수도 있다. 스스로를 책망하고 아파하면서 즈믄밤을 보내 본 사람만이 마코토의 이모처럼 내용도, 타이밍도 모두 근사한 조언을 해줄 수 있는 건 아닐까.  

  잊을 수 없는 장면. 노을 지는 강가. 자전거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치아키의 프로포즈는 완전 귀엽다. 나랑 사귈래? 나 그렇게 못생기지는 않았잖아. 마코토는 이 고마운 고백을 마다하느라 그토록 정신없이 헤매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그럴 땐 놀라지 말고 사겨야 한다는 게 이 영화의 중요한 교훈 중의 하나이려나. 영화 중간중간 푯말처럼 지나가는 말, Time waits for no one이므로? 하지만 그것을 안다고 해도 지나봐야만 보이는 진심이 있고 놓쳐봐야만 깨닫는 진가도 있다. 꼭 한발 늦게 찾아오는 진실이라니. 차~암 쉽졀하지 않다. 타임 립이 안 되는 우리는 그저 주어진 시간 꼬박꼬박 살아내고 무엇이 최선일까, 자신의 마음을 열심히 들여다 볼 수밖에. 혹시나... 치아키라는 꽃미래를 기다리면서 말이다.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Mephistopheles 2009-02-12 2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카이 마코토의 애니들도 챙겨보시도록 하세요.
자세한 건 제 리뷰를 뒤져보면 대부분 나올 껍니다.^^

깐따삐야 2009-02-14 00:39   좋아요 0 | URL
옹? 애니의 지존인 메피님이 권해주시니 꼭 찾아보겠습니다!

2009-02-13 10: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2-14 00: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와 2009-02-13 1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다시보고 싶게 만드는 깐따님표 리뷰~*


깐따삐야 2009-02-14 00:45   좋아요 0 | URL
이런 애니들은 레와님의 사진 같아요. 깨끗하고 맑고 자신 있고! ^^

2009-02-13 15: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2-14 00: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BRINY 2009-02-13 1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용산 CGV에서 이거 볼 때, 극장 안 분위기가 참 좋았어요. 이 영화에 대한 애정을 듬뿍 가지고 보러온 듯한 관객들로 가득해서요.

깐따삐야 2009-02-14 00:49   좋아요 0 | URL
음~ 그랬군요. 저는 이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무조건 친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일제히 개봉한 오락물에 끼어 야간 타임 딱 한번. 지역의 모든 영화관을 훑어보았지만 내가 원하는 시간에 이 영화를 볼 수는 없었다. 점점 짜증이 밀려왔다. 더 기다렸다가 나중에 dvd로 출시되면 볼까, 잠시 망설였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재미는 있지만, 극장을 채 나서기도 전에 스멀스멀 날아가 버리는 영화들에 물린 참이었고 이 영화를 꼭 보아야 했다. 오후에 미스터 빈의 <쟈니 잉글리쉬>를 보고난 참이라 <체인질링>에 나오는 존 말코비치와 마주치면 쿡, 하고 웃음부터 터지지 않을까 우려했었다. 하지만 두 시간 남짓의 러닝타임 동안 나는 단 한 번도 웃지 못했다.

  처음에 예고편만 보았을 때 주목했던 것은 세 가지였다. 모성, 실화, 안젤리나 졸리. 영화를 보고 난 이후엔 새로운 두 가지가 보였다. 거대 공권력 앞의 왜소한 개인, 그리고 클린트 이스트우드라는 위대한 거장. <체인질링>은 단지 아이를 잃은 어머니의 절규나 모성에 관해 말하는 영화가 아니다. 그것은 그저 하나의 발단이자 예화일 뿐. 영화는 그 이상의 것을 고발하고, 비판하고, 분노한다. 거짓 권위를 위해 진실이 조작된다, 조작된 진실을 위해 희생되지 못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 반기를 든 자는 희생되어야 마땅하다. <체인질링>은 한 마디로 ‘두 번 죽이는’ 영화다. 첫 번째는, 진실을, 두 번째는, 진실을 믿는 개인을. 나는 꼭 쥔 주먹을 펴지 못한 채 문득문득 쌍시옷을 날려가며 이 영화를 보아야만 했다.

  2, 30년대의 LA. 교환원을 통해 전화를 걸고, 거리에는 느릿느릿 전차가 다니고, 긴 치마에 모자를 쓴 여인들이 오가는, 지금으로부터 수십 년 전, 먼 도시의 이야기. 그 고릿적 얘기가 요즘을 사는 내 눈 앞에서도 벌어지고 있기에 더욱 공감하고 화를 내며 보았는지도 모르겠다. 꼭 현 정부를 지목하지 않더라도 공권력에 의한 억압과 횡포는 공공연히, 또는 암암리에 벌어지고 있다. 어느 면에서는 과거에 비해 더 불행한지도 모른다. 진실을 밝히고 정의를 구현하는 당연한 일에도 자본과 연줄이 필요한 시대에 살고 있기에 말이다. 정부에 대들다가 기둥뿌리 뽑힐까, 쥐도 새도 모르는 사이 불이익으로 돌아올까, 사사로운 불만부터 숨 막히는 분노까지, 그저 침묵으로 삼킬 수밖에 없는 이들이 영화나 소설 같은 픽션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이 영화의 힘은, 견고한 개인주의의 틈을 유유히 비집고 들어와 남의 일에 분노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대개의 사람들은 내 일에는 쉽게 열을 내도 남의 일에는 무심한 편이다. 그런데 이 영화는 피켓을 들고 시위하는 인파 속에 내 머리 하나 더 보태고 싶은, 분노와 열정을 불러일으킨다. 왜 아이가 사라졌는지, 그 아이의 생사는 어떠한지, 영화의 발단과 결말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라는 솜씨 좋은 감독은 showing truth에 충실하되 영화적 재미와 긴장을 결코 떨어뜨리지 않을뿐더러, 불의만 보면 인내심이 용솟음쳤던 나 같은 이들을 이토록 자극시키니 단연 거장이랄 수밖에. <밀리언 달러 베이비>도 참 훌륭한 영화였지만 여기저기 권하고 다니지는 않았었다. 그런데 이 영화는 부디 많은 사람들이 보았으면 좋겠다. 아니, 모든 사람들이 보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연기변신을 시도한 안젤리나 졸리에 대한 첨언. 나름 극심한 다이어트를 한 것 같은데 상대를 똑바로 노려볼 때만 역시 졸리구나, 싶었다. 그녀의 명성 덕분에 개봉 전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인기몰이는 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아이를 잃고 절규하며 분노하는 싱글맘의 역할은 안젤리나 졸리 외에 다른 배우가 연기했어도 그 정도는 했겠지, 싶다. 모자를 씌우고 붉은 립스틱을 발라 놓는다고 해도 내 눈의 졸리는 졸리였을 뿐. 오히려 외유내강형의 분위기를 지닌, 보다 아담한 사이즈의 여배우에게 이 역할을 맡겼더라면 어땠을까, 하고 상상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어르신이 어련히 잘 알아서 캐스팅 하셨을라고, 쓸데없이 이런다.


댓글(18)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Mephistopheles 2009-01-30 0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클린트 이스트우드 어르신 덕분에 졸리가 그 정도의 연기를 하지 않았을까 생각도 듭니다. 사실 최상의 톱스타를 능수능란하게 다룰 수 있는 감독은 몇 안될꺼라고 보고 싶어요..^^
'그랜 토리노' 도 꼭 보도록 하세요 전 아직 체인질링을 안봤는데 그랜 토리노...좋은 영화 였습니다. 역시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주연"인 영화입니다. 연세로 봐서는 아마도 마지막 출연 영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깐따삐야 2009-01-30 11:49   좋아요 0 | URL
메피님 말씀이 정답이네요. 훌륭한 감독과 좋은 시나리오는 배우에게 든든한 뒷백이 되겠지요.^^
'그랜 토리노'는 말씀 듣자마자 바로 찾아봤어요. 감독에 주연까지 했다니 기대를 갖고 보겠습니다!

Alicia 2009-01-30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찜해놨는데, 예고편만 봤어요 :)저도 약간 미스캐스팅이란 생각은 들어요.
졸리는 워낙 생김생김이 굵직하고 화려해서 외유내강 스타일하곤 거리가 좀 있지요,
클린트이스트우드 할아버지 좋아요-
어휴 예전에 밀리언달러베이비 보고 한시간은 운거 같아요.

깐따삐야 2009-01-30 11:54   좋아요 0 | URL
알리샤님, 조만간 꼭 보셨으면 좋겠어요. 영화 보는 내내 팝콘 부스럭거리는 소리 한 점 들리지 않을 정도로 고요했어요. 아마 대부분의 관객이 영화 속으로 완전 몰입했기 때문일 거에요. 심장을 쿵쿵 두드리는 몇 안 되는 영화일 거에요.
졸리의 연기는 특별하지 않았고 어쩌면 그녀에게 주목할 겨를이 없었어요. 영화 그 자체로 충분했으니까요. <밀리언 달러 베이비>가 좋으셨다면 이 영화 또한 분명히 마음에 드실 거에요.^^

마늘빵 2009-01-30 1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현 시국에 딱 어울리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 어떤 블로거에 의하면, 이 영화와 앞으로 개봉될 - 내용은 잘 모르겠는데 - <블루>가 그렇다고 하더라고요.

다락방 2009-01-30 10:54   좋아요 0 | URL
블루는 재개봉이구요, 아프락사스님. 스폰지하우스 광화문에서 01.29인 어제, 개봉했답니다. 제가 아는 그 블루가 맞다면 말이지요.

Mephistopheles 2009-01-30 11:11   좋아요 0 | URL
그게 키에스로프스키 감독의 영화라면....
아프님은 블루만 보지 마시고 레드와 화이트도 보셔야 할지 몰라요..^^

찾아보니 맞군요...아프님 같은 감독의 3연작인 레드와 화이트도 보셔야 하겠군요..으흐흐.

마늘빵 2009-01-30 11:25   좋아요 0 | URL
아 이런 제가 착각했어요. 그거 말고 <밀크>와 <체인질링>이 현 시국에서 정부가 싫어할 만한 영화라고 하더라고요. 그 블로거는. 다락방님이 알려준 사이트의 그 블로거인데. ^^ <블루>와 <밀크>를 헷갈렸군요.

깐따삐야 2009-01-30 12:11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현 정부가 저지르는 갖가지 만행들이 오버랩되기도 하고 군포 여대생 살인사건의 범인이 떠오르기도 하고. 공포와 분노가 뒤섞인 긴장 상태로 영화를 보아서 그런가. 영화관을 나설 땐 머리도 아프고 피곤하고 그렇더라구요.
앞으로 이런 영화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언젠가 이 모든 불행들이 영화 속 과거로만 그칠 날이 왔으면 좋겠어요! 그나저나 <밀크>도 꼭 보고 싶은데 개봉관이 있을지 걱정되네요.-_-

레와 2009-01-30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토당토 않은 정말 말도 안되는 터무니 없는 일이 비단 영화속에서 뿐만아니라 (설사 실화라도 영화속)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시간에도 일어나고 벌어진다는 사실이, 질리더군요.

윽..!!! 숨막혀..

깐따삐야 2009-01-30 12:09   좋아요 0 | URL
그쵸? 영화 보는 내내 화도 나고 부끄럽기도 하고 그랬어요. 정부를 상대로 싸우는 일을 골리앗에게 덤비는 하찮은 몸부림 정도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는 자각. 주변의 계속적인 응원과 지원이 없었다면 크리스틴도 실성한 여자로 영원히 묻혀버렸을 가능성이 크니까요.
저를 비롯해서 많은 사람들이 분노할 수 있는 감각을 잃지 않았음 좋겠어요.


비로그인 2009-01-30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영화를 니콜 키드먼이 했다면 어땠을까, 싶었어요. 권위에의 도전, 모성의 재현이라기 보다는 이 영화는 어쩌면 자기 자신의 용기와 맞서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더랬습니다. 권위와 모성으로만 보기에는 이야기가 계속 뭔가 어긋나는 듯한 느낌이 들었거든요.

깐따삐야 2009-02-01 12:31   좋아요 0 | URL
저도 여배우 여럿을 떠올렸어요. 수잔 서랜든, 줄리안 무어 등등을 생각했다가 나이가 넘 많아 탈락시키곤 혼자 안타까워하고.^^
Jude님은 저보다 영화를 한층 깊게 보신 것 같네요. 저는 주로 화만 내다가 나온 것 같아요. 졸리가 의사에게 정면으로 욕을 퍼부을 땐 끌려가겠군, 뒷일을 염려하면서도 어찌나 통쾌하던지요.

라로 2009-01-31 0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영화를 아직 보지못했어요, 남편왈,"잔인한 부분이 나올텐데 너 볼 자신이 있어?"라고 하기에,,,
모성과 연관된 어떤 끔찍한 장면이 나올까봐 두려워서요~.
그런데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보고싶잖아요!!!!!

비로그인 2009-01-31 07:03   좋아요 0 | URL
지다가다가]for nabi님
저도 봤는데요, 아마 그 잔인한 장면 아주 많이 힘드실 거여요. 꼭 보고싶으시다면 저처럼 그 잔인한 장면에서만 눈을 감는 것이 어떨까 싶군요. 그런데 음향효과가 너무 뛰어난지라 그 소리 하며 제가 상상한 장면, 조금이라도 본 잔인한 장면 암시효과가 겹쳐서 아직도 괴로워하고 있습니다.

깐따삐야 2009-02-01 12:31   좋아요 0 | URL
nabi님- 저는 한 장면도 놓치지 않고 두눈 똑바로 뜨고 봤는데... 담이 커서가 아니라 뭐랄까. 고개 돌리기 아까워서랄까. 완전 몰입해서 보느라 나중에 일어날 때 온몸이 뻐근하고 그랬어요. Jude님 말씀처럼 어느 장면에서 눈을 꼭 감을지언정 이 영화, 꼭 보셨음 좋겠네요.^^

개츠비 2009-01-31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고싶은 영화입니다. 올해는 영화와 친해지고 싶네요. 친해지고 싶어도 언제나 마음뿐이라서...깐따삐야님, 영화평으로 살짝 맛보고 갑니다.

깐따삐야 2009-02-01 12:38   좋아요 0 | URL
책은 시공간의 제약을 덜 받는데 영화는 직접 가서 표 끊고, 기다리고, 꼬박 두 시간 동안 정면주시하며 봐야 하고. 아무래도 소요되는 것들이 많죠. 저도 개학하고 바빠지면 영화 보러 나서느니 그냥 쉬는 쪽을 택할지도 모르겠어요. 그래도 <체인질링>은 나중에라도 꼭 보세요. 요즘 살짝 유감스러운 영화들이 많은데 그 중에 단연 일품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