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동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 중의 하나다. 갖가지 혐오식품을 비롯해서 가리는 음식이 거의 없긴 하지만 요즘처럼 춥고 싸무룩한 계절이 오면 엄마에게 어서 신김치로 만두를 빚자고, 버섯을 넣고 우동을 끓여먹자고 졸라대곤 한다. 특히 오늘같은 날씨에 호로록 호로록 빨아들이는 통통한 우동 면발과 향긋하고 따끈한 우동 국물은 추위에 움츠린 심신을 함께 녹여주고 달래주는 행복의 묘약이다.
엄마가 알려주신 우동 조리법 : 가쓰오부시로 육수를 만든 다음 진간장으로 색을 내고 파, 마늘, 버섯을 넣고 후추로 향을 낸다. 면은 삶아서 건져낸 후 찬물에 한 번 헹군 다음 끓여놓은 육수를 부어 상에 낸다. 이 때 썰어놓은 김과 계란 지단, 쑥갓을 고명으로 얹는다. 기호에 따라 어묵이나 새우튀김 등을 곁들여 먹으면 좋다.
시장에 가면 우동 냄비를 사올 생각이다. 그릇에 욕심을 내 본 적이 없는데 일식집에 가면 볼 수 있는 고리가 달린 둥그런 우동 냄비가 무척 탐이 났다. 이 새카맣고 앙증맞는 냄비에 매끈매끈한 면을 담고 향긋한 욕수를 부어 김이 폴폴 올라오는 것을 지켜보면 가슴이 얼마나 포근해질까 싶었다. 위에 보이는 그릇도 옴폭 패인 모양이나 열을 간직하는 정도나 썩 괜찮은 편이어서 우동이나 만두국을 담아 먹기에 제격이지만 나는 여전히 검고 무거운 우동 냄비가 갖고 싶다.
밖에는 눈이 오고 좋아하는 사람과 마주 앉아서 냄비 우동을 먹으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가끔 상상한다. 우동은 어쩐지 나에겐 '매우 기분 좋음'과 맞닿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