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에 반하는 로맨스, 천재 소년, 아름다운 음악, 해피엔딩, 그리고 로빈 윌리엄스까지(이 영화에선 안쓰러운 악한으로 등장하여 눈길을 끔), 대중의 심중을 건드릴만한 거의 모든 요소를 갖춘 영화였다. 한편으론 그렇듯 모든 것을 담으려다 보니 스토리의 비약이 심하다는 오점을 남겼다. 첼리스트와 록커라는 닮은 듯 다른 세계의 운명적인 이끌림, 십년이라는 긴 세월을 초월하는 가족애, 마치 자신의 미모를 악용하는 미인처럼, 음악의 아름다움을 잘 알고 그것을 자본화 하려는 악당, 줄리어드와 저잣거리를 아우르는 천재적인 음악성... 이러한 간극의 파고에도 불구하고 영화에 몰입할 수 밖에 없는 까닭은 어떤 '간절함'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주인공 소년, 에반(프레디 하이모어 분)은 말한다. "부모님은 나를 원했을 거에요. 하지만 그들은 길을 잃었을 뿐이에요." 스치듯 지나는 저 대사가 내내 여운으로 남았다. 누구라도 우리에게 저만치 따듯한 희망을 걸어준다면, 당신은 다만 길을 잃었을 뿐이라고 다독여 준다면, 숨을 쉬는 일이 조금은 더 편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살다보면, 보이는 절망 앞에서 굴복하는 것은 쉬운 반면에 보이지 않는 희망 속에 자신을 던지는 것은 그렇듯 쉽지가 않다. 하지만 그것이 허황된 비약일지언정, 해피엔딩을 위해서라면 단 2%의 희망이라도 한번 쯤 걸어보고 싶은 것 또한 사람의 마음인지도.
무엇보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음악'이다. 어쩌면 '소리'라고 하는 편이 나을지도 모르겠다. 에반에게는 그냥 지나쳐도 좋을 소리란 없고, 부모를 찾는 막막한 여정의 이정표처럼 작용하는 것 또한 소리이다. 아직 서로를 찾지 못했지만 마치 서로가 서로를 부르는 것처럼, 밴드싱어인 아버지 루이스(조나단 리스 마이어스 분)의 노래, 첼리스트인 어머니 라일라(케리 러셀 분)의 연주, 아들 에반의 지휘가 오버랩되며 하나의 선율처럼 조화되는 장면은 단연 압권이었다. 소리는 약속처럼 서로를 부르고, 음악은 운명처럼 서로를 엮어준다. 위저드(로빈 윌리엄스 분)는 말한다. "음악은 사람들을 이어주는 하모니란다." 그는 악당임에도 불구하고 Wizard of OZ처럼 에반을 부모에게로 돌려보내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셈. 역시 헐리우드의 영원한 삼촌, 로빈 윌리엄스는 칼을 휘두르고, 고함을 질러대고, 수십 개의 피어싱을 하더라도, 어린이를 위한 휴머니스트란 사실엔 변함이 없는 것 같다.
아, 에반의 아버지로 나오는 조나단 리스 마이어스가 넘흐넘흐 멋지더라는. 기타를 치며 노래하는 그의 모습에 나는 문득 젊은 날의 이완 맥그리거를 떠올리며 잠시 흐뭇했다. 음악영화에 관심이 있으시거나 '찰리와 쵸콜릿 공장'의 찰리를 다시 보고 싶어하는 어린이들, 또는 조나단 리스 마이어스라는 훈남의 재발견에 공감하시고 싶으신 분들은 이 영화를 선택하셔도 밑질 게 없겠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