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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잔의 향낭
한수영 지음 / 큰나무 / 2004년 12월
평점 :
절판
한수영이라는 작가의 인지도도 무시못하지만, 제목에서 느껴지는 향내와 표지의 아름다움.. 그리고, 선물받은 책이라는데서 오는 뿌듯함에 더욱 마음에 드는 책이다. 먼저 출판된 <단팥빵>이 사실은 이 책의 후속작이었다고 하니, 아직 아무것도 안 읽은 분이라면 이 책부터 읽어야 할 것이다.
혜잔은 고모가 물려주신 공방을 운영하며, 세계에서 하나뿐인 한국 전통 인형을 만든다. 혜잔의 인형은 인기가 높아 전 세계적으로 매니아들이 있다. 세계적인 그룹의 오너이자 유명한 가수인 라칸의 귀여운 조카도 혜잔의 인형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그 인형은 라칸과 혜잔의 운명적인 만남을 만든다.
그들의 사랑은 만나자마자부터 시작되어 조금의 틈새도 주지 않는다. 일면 안심이 되기도 하지만, 밀고 당기는 재미는 좀 덜한 편이다..
로맨스 소설에서의 남자 주인공은 부자에다 매력적이고, 손끝 하나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카리스마를 가져야 한다. 라칸은 그런 조건에 부합되는 인물이다. 그는 부모님과 형님의 죽음으로 그룹의 오너가 되지만, 책임은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고 자신은 좋아하는 음악을 계속한다. 남편감으로 딱이다..
혜잔은 어떠냐.. ! 자신이 만든 인형과 닮았다는 찬사를 연신 듣고 다니는 인형같은 여자다. 한번 보고 싶다. 나도 이쁜거에 약하기 때문에 아마도 살살 넘어가지 않을까? 게다가 이쁘기만 한게 아니라 솜씨도 좋고 마음도 착하여 결코 남주인공에 뒤지지 않는 존재감이다.
솔직히, 난 <단팥빵>을 읽으면서 남준의 첫사랑이던 혜잔을 미워했었다. 남준의 연인이던 가란의 씩씩한 성격을 좋아했기에, 남준이 마음속에 담아두던 여자를 미워하는건 인지상정..! 하지만 쬐끔 미안스럽다.
혜잔과 남준은 유치원 시절부터의 친구이다. 혜잔이 남준을 친구로만 대한것에 비해, 남준은 혜잔을 가슴에 품는다. 나는 남준이 가란과 연인사이가 됨을 이미 알고 있어서 그런지.. 혜잔에게 목매어하는 남준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너에게는 가란이가 있잖아!! ' 라고 소리쳐 주고 싶었다. 물론 가란과 연인 사이가 되기 전의 일이라 어쩔 수 없지만 ..-.-;;;
혜잔과 라칸의 사랑은 이러저러한 주변 인물들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순탄한 편에 속한다. 물론 위기도 있지만 라칸의 능력으로 간단히 해결...! 능력있는 남주는 확실히 틀리다..^^
책 중간중간 혜잔이 만드는 인형이야기가 나온다. 단순히 인형의 생김생김이 나오는게 아니라, 역사적인 인물에 얽힌 이야기들이 나와 책의 재미를 돋운다. 작가의 재해석이 들어간 이야기들은 상당히 재미있다. 따로 이야기를 엮어내도 되지 않을까 싶다. 인형 얘기들을 읽다보면 실제 인형이 넘넘 보고 싶어진다. 읽으면서 난 연지 인형들을 떠올리긴 했지만, 아마도 좀 다르겠지..
혜잔이 만든 향낭들이다.
一. 임을 위해 밝힌 봉화, 미녀 한주(韓珠).
二. 해상련(海上蓮), 심청(沈淸).
三. 아버지 대신 든 검, 전사 부랑(夫娘).
四. 아름다운 장발의 관나부인(貫那夫人).
五. 백일 붉어 고운 꽃, 자미(紫薇).
六. 비련의 여인, 낙랑공주(樂浪公主).
七. 돌아오지 않는 임을 기다리며, 백발의 마고(麻古).
八. 태양을 품다, 예부인(禮夫人).
아래는 연지 사이트에서 가져온 이미지들인데, 혜잔이 만든 인형들이 요런 이미지이지 않을까?
<그림을 클릭하면 큰 이미지로 보실 수 있습니다..>
격렬한 사랑이라기보다는 조금은 잔잔한 사랑이야기에 속한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잔재미들이 많아, 책의 두께에 비해 술술 넘어가는 편이다. 활활 불타는 사랑만을 찾는것이 아니라면 즐겁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