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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경한글역주
김용옥(도올) 지음 / 통나무 / 2009년 7월
평점 :
도올 김용옥이 중국의 바이블이 13경에 대한 역주작업을 하겠다고 한뒤에 논어에 이어 나온 두번째 책이다. <논어한글역주>도 집에 있지만, 우선적으로 한권으로 분량이 적은 <효경한글역주>를 우선 읽게 되었다. 듣기로는 고문효경을 대본으로 삼은 첫번째 번역이라 하던데, 다른 책들은 모두 금문효경이라는 것인지?. 알기로는 고전번역에 중요한 것 중 하나가 판본의 설정이라고 하는데, 나는 기초적인 상식도 없으므로, 그냥 그렇다고 치고 읽어 나갔다. 도올의 책 중 유일하게 완독한 책이긴 하나, <화두, 세익스피어와 혜능>과 <금강경강해>등을 보건데, 앞에 서설이 길다는 공통점이 있어 보였는데, 이 책 <효경한글역주>의 경우에는 상당히 그러한 특징이 강했다(400 페이지 중 100페이지가 본문에 해당). 앞에 개략으로 둔 논문들은 논문치고는 산만하다 하겠으나, 도올의 글인 만큼 재미있게 읽었다.
효경개략에서 약간의 과감한 이야기를 펼치는데, 조선시대에서 이 <효경>이 소기한 가치를 통해서 사회질서를 유지하고자 하는 흐름이 있었으나, 정작 조선조의 유학자들은 결코 <효경>을 읽지 않았다는 것. 조선에서 유통되던 효경은 주자의 <효경간오>에 기초하여서 거기에 덧붙힌 원나라 때의 <효경대의>인데, 주자의 <효경간오>자체가 주자 스스로 실패를 자인하였던 책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주자는 효경을 위작으로 의심하고, 나쁜 암덩어리는 덜어내려는 작업을 하다가, 실패를 맛보고 외전으로 따로 작업을 하려고 했으니, 결국 이루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조선조에 출판했던 삼강행실도, 속삼강행실도, 이륜행실도, 동국속삼강행실도등의 역사를 살피면서, 이 책들에서 강조하는 효孝라는 것은 이미 충화가 된 것으로, 작위적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작업이 진행되면서, 충忠 이라는 것이 무조건적인 복종을 의미하게 되었으나, 충이란 것은 진심으로 우러나와야 하는 것이고, 왕이 오로지 왕으로서 그 역할을 다할때만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부모와 자식간의 관계에도 마찬가지이며, 부부간의 관계에도 마찬가지로 확장, 적용된다. 그리고 도올은 신체발부, 수지부모, 불감훼상 이라는, 일면 체제순응적인 인간을 만들어 내려 하는 것이라는 의심과, 고리타분함에 둘러쌓인 이 내용을 親子관계에만 한정적으로 볼 것이 아니라, 사회적 모든 관계에 확장해 볼수도 있을 것이라며, 친부인권설(The Theory of mon's intrinsic Rights)로 다시 바라 볼 수 있다고 말한다.
300여쪽에 달하는 효경개략을 재미있게 보다가, 오히려 본문인 고문효경을 소흘히 본 감이 있다. 다시 읽어봐야겠다. 그리고 앞으로의 역주작업도 상당한 기대를 가지고 기다리고 있다. 좋은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
-현재는 <논어한글역주>를 시작하는 중이다. 역시 서설이 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