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이턴 록
그레이엄 그린 지음, 서창렬 옮김 / 현대문학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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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읽어간다. 다음 주 목요일에 독후감 업로드. 난 별로. 사건 해결 과정이 치밀은커녕 조밀하지도 않다. 근본적으로 선과 악의 근원을 찾는 종교소설이란 건 설득력이 거의 없다. 느슨한 사건과 증거 없이 통박으로 넘겨짚는 해결. 기대가 과했다. 그래도 그린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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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lcat329 2021-07-07 12: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다들 좋다고 한 작품인데, 폴스타프님 리뷰 기대하겠습니다.

Falstaff 2021-07-07 12:50   좋아요 1 | URL
ㅎㅎㅎ 기대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별 재미 없을 거예요. (다 써놔서 알아요!)

잠자냥 2021-07-07 12: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그린 그레이엄 그린 라임이 잘맞는뎁쇼? ㅋㅋㅋ

Falstaff 2021-07-07 12:50   좋아요 1 | URL
옙. GG 라인이라서....

새파랑 2021-07-07 13: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거의 읽어가는데 다음주 목요일 업로드인가요? ㅎㅎ 왠지 예고 리뷰가 기대되네요~!!

Falstaff 2021-07-07 13:45   좋아요 2 | URL
쿳시가 쓴 해제만 남겨놓았는데, 아마 안 읽을 거 같습니다. 독후감까지 다 써놓고 새삼스레 해제는 무슨 해제. 그잖아요? ㅋㅋㅋㅋ

유부만두 2021-07-07 14:11   좋아요 1 | URL
그래도 쿳시 해제인데요?

Falstaff 2021-07-07 14:30   좋아요 2 | URL
해제는 작품이 아닙니다만, 전 쿳시의 작품들이 조금 거북해요.
분명히 필요해서 삽입한 장면들이긴 한데, 그게 좀 과하단 말입니다. ㅠㅠ

페넬로페 2021-07-07 14: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1주일뒤의 리뷰예고는 ‘모든 것이 계획적‘이다 이시지요?
더 기대됩니다 ㅎㅎ

Falstaff 2021-07-07 14:31   좋아요 2 | URL
음하하하....
계획적이진 않고, 그저 1주에 네 편씩만 올리는 걸로 했더니 진도가 좀 빨리 나가면 이런 일도 벌어집니다. ㅋㅋㅋㅋ

아침에혹은저녁에☔ 2021-07-07 19:5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궁금한게 있이서 질문드립니다 챙피한 이야기 지만 주로 휴대폰으로 북플에 글을 쓰는데 가끔기다 여러종류의책을 하나 하나 나열하면서 소개하는 페이퍼에 대해물어보고 싶네요 그글은 pc에서만 가능힌지 그리고 도서 하나 하나를 어떻게 클릭하는지 그 방법이 궁금하네요좀 자세히 설명해주실수 있으면 하는 부탁 드려 봅니다

Falstaff 2021-07-07 21:00   좋아요 4 | URL
휴대폰으로는 페이퍼 작성이 참 힘들더라고요. 답글도 이렇게 글에 바로 달지 못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근데, 아침저녁 님도 참. ㅋㅋㅋㅋㅋ 이런 거 술주정뱅이 배불뚝이 폴스타프한테 물어보시면 제가 뭘 제대로 알아야 답을 해드리지요. 전 휴대전화 기능의 10%도 못쓰는 인류 가운데 한 명이랍니다. ㅋㅋㅋㅋㅋ

아침에혹은저녁에☔ 2021-07-07 21: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피시에서는 어떻게 하는지요

Falstaff 2021-07-07 21:09   좋아요 2 | URL
페이퍼 쓰기를 열고요, 책 그림을 올리고 싶으면 왼쪽 상단(아주 상단 말고요 글 쓰는 박스 바로 위에) 알라딘 상품을 클릭하시면 검색 창이 나옵니다.
거기에 원하시는 책 제목을 입력하시고, 위치 선택(이걸 신중하게 하셔야 합니다. 저는 거의 언제나 ˝글 위˝를 선택합니다), 사진 크기 등을 결정하시면 글 쓰는 창에 상품의 사진이 올라옵니다.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

아침에혹은저녁에☔ 2021-07-07 21: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일단한번해보고 안돼면 다시 물어볼께요 자세히 설명좀 해주세요 빨갱이 소주 먹고 물어보는거니까흉보지 말고 자세히좀 가르쳐 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페넬로페 2021-07-07 23:52   좋아요 2 | URL
핸드폰으로는 여러 권의 책을 올릴수가 없어요.
피시나 노트북에서 알라딘 서재로 들어가야 해요~~
서재로 들어가서 글쓰기 중 리뷰 또는 페이퍼에 클릭해서 들어가서 글을 쓰시면 돼요~~
여러권의 책은 페이퍼만 가능하고 리뷰에는 사진을 첨부하시면 돼요~~
알라딘이 좀 불안해서 저는 글이 몇 번 날아갔어요
그래서 한글에 글을 쓰고 알라딘서재에는 그것을 복사 븥여넣기를 해요~~
알라딘서재에 글을 바로 쓰시려면 꼭 임시저장을 계속 하시기 바래요~~

페넬로페 2021-07-07 23:55   좋아요 2 | URL
제가 잘 알아서 그런게 아니라 저도 처음 북플에 들어와 헤맨 경험이 있어서요 ㅎㅎ

Falstaff 2021-07-08 08:47   좋아요 2 | URL
ㅋㅋㅋ 어젠 저도.... 빨갱이 소주 말고요, 아예 두꺼비 그림 있는 진짜 진로 한 병 마시고 댓글 달았는데, 친절하신 페넬로페 님 덕에 잘 마무리가 됐군요. ^^

아침에혹은저녁에☔ 2021-07-08 04: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감사 합니다
 
펠레아스와 멜리쟝드 20세기 프랑스 희곡선 12
모리스 마테를링크 지음, 유효숙 옮김 / 연극과인간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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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테를링크(Maurice Maeterlinck, 1862-1949)의 <펠레아스와 멜리장드>를 발견한 순간, 일각의 망설임 없이 집어든 것은 우습게도 원작자인 마테를링크가 아니라 클로드 드뷔시가 작곡한 동명의 오페라 때문이었다. 드뷔시의 음악에 관해서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다. 로맹 롤랑의 작품 <장 크리스토프>. 이제 거장 작곡가의 자리에 오른 장 크리스토프가 친구 올리비에와 함께 극장에 가서 드뷔시의 <펠레아스와 멜리장드>를 감상한다. 1막이 끝나고 이들이 나누는 대화.

 

  올리비에: 어떤가, 자넨 어떻게 생각해?
  크리스토프: 끝까지 이런 식으로 나가나?
  올리비에: 응
  크리스토프: 그럼 아무 것도 없군.
  올리비에: 자넨 정말 속물이네.
  크리스토프: 전혀 아무 것도 없어. 음악이 없어. 반전이 없어. 앞뒤 맥락이 없어. 앞뒤 관계가 없어. 무척 섬세한 화성은 있네. 그러나 그런 것은 아무 것도 아니야. 그야말로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이지.

 

  사실 나는 드뷔시의 <펠레아스...>를 그리 잘 듣지는 않았지만, 누가 이 작품을 좋아하느냐고 물어보면, 감히 드뷔시, 인상주의 천재가 작곡한 유일한 오페라에 관해서 솔직한 의견을 내지 않았었다. 지금이야 한 마디로, 골 아파서 안 들어, 라고 하는 단계이지만 젊은 시절의 나는 혹시라도 누구한테 까일까봐 비겁하게 몸조심을 했다. 뭐 당신들은 그런 적 없는가. 다 사는 게 그렇지. 그러다가 고전음악에 권위가 있는 로맹 롤랑이 <장 크리스토프>의 입을 통해 위와 같이 말하는 걸 듣고, 세상 이렇게 살면 안 되겠구나, 각성을 해 다른 건 몰라도 ‘감상’에 관해서는 솔직해지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러나 속 좁은 사람들이 항용 그러하듯이 마음속으로는 여전히 <펠레아스와 멜리장드>는 해결하고 넘어가야 하는 장애물 가운데 하나로 치부하고 있었다. 같은 프랑스 언어를 사용하는 마테를링크와 드뷔시가 서로 협의 하에 대본작업을 하고 화성을 입혀 오페라가 탄생했는데 이 과정에 두 명의 천재들 사이에 격렬한 논쟁도 있었다고 한다, 라는 걸 애초에 알고 있었다. 이런 상태에서 희곡집을 발견했으니 어찌 순간의 망설임이 있을 수 있었을까.
  먼저 드뷔시를 경험해보았으니 그것부터 이야기해보자. 드뷔시의 <펠레아스....>를 듣는 건 장 크리스토프가 얘기한대로 섬세한 화성을 듣는 일이다. 처음 장면, 숲 속 외딴 연못가에 아름다운 멜리장드가 길을 잃고 앉아 있는데, 사냥을 하다 역시 길을 잃은 골로가 도착해 멜리장드를 데리고 가는 장면까지, 마치 아련한 몽환 속을 헤매는, 여태 별로 들어본 적이 없는 꿈결 같은 화성에 빠질 수 있다. 하지만 이 다음이 문제다. 일찍이 옛 어른들께서 말씀하셨듯, 꽃노래도 삼세번인데 이건 세 시간에 육박할 때까지 노냥 비슷한 (것처럼 들리는) 화성이 계속되니, 객석의 관객들은 가사 또는 반수면 상태에 빠지는 것이 또 당연하다. 이런 드문 경험(오케스트라 반주에 의한 깊은 수면)을 하고 극장을 나서면서, 그래도 드뷔시의 유명한 작품 <펠레아스....>는 역시 걸작이야, 입을 털지 않으면 무식하다는 얘기를 들을 거 같아 전전긍긍하는 인종들이 모르긴 모르지만 무진장 많을 거 같다.
  그런데, 오페라 대본과 거의 비슷한 마테를링크의 원본 희곡을, 원어인 프랑스 말이 아니라 우리말 번역을 읽었는데도, 놀라워라, 물론 역자 유효숙이 될 수 있는 대로 원문을 읽었을 때와 비슷한 몽환과 에스프리를 느낄 수 있도록 번역을 해서 그랬겠지만, 오페라를 들을 때와 유사하게 시적인 감상, 이미지즘 적 몽환 같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아무런 효과음도 없이 다만 배경, 즉, 연못, 바닷가 동굴,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탑, 바다가 보이는 방과 짧고 연속적인 문장들로.
  이런 효과를 더 높이기 위해 1893년 초연 당시, 골로로 직접 출연까지 했던 연출가 뤼네-포는 명도가 낮은 조명을 머리 위에서 내리 비추게 했고, 반투명 막을 무대 전면에 걸어 배우들의 모든 행동과 동선이 마치 안개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처럼 만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내용을 보면 엽기 치정극이다. 적국의 공주와 혼인하기 위해 떠난 홀아비 왕자 골로가 도중에 사냥을 나갔다가 길을 잃어 도착한 연못가에서 연못에 왕관을 빠뜨린 채 울고 있는 멜리장드를 만나 결혼하고, 멜리장드와 함께 성으로 돌아오니 엉뚱하게 동생 펠레아스와 정분이 나, 이걸 참지 못해 펠레아스를 쳐 죽인다. 멜리장드 역시 핍박당하지만 결국 딸을 낳고 죽는다는 이야기.
  멜리장드를 취하는 장면은 유럽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물귀신 이야기, 예컨대 널리 알려진 <루살카>나 로르칭의 <운디네> 이야기의 한 에피소드와 적어도 많이 유사하다. 펠레아스와 멜리장드의 불륜관계는 여지없이 단테의 <지옥>에서 지옥에 떨어져 “가장 비참할 때 가장 행복했던 시절을 회상하는 것보다 고통스러운 건 없다.” 요지랄을 하는 파올로와 프란체스카와 많이 비슷하다. 골로는 <지옥> 장면에서는 조반니 말라테스타의 대체 인물이랄 수 있다. 한 가지 다른 건, 골로는 멜리장드의 몸을 통해 딸을 낳는 거 하나가 있지만.
  하지만 역시 이 작품의 매력은 스토리가 아니라 희곡을 읽어가면서 저절로 감응하게 되는 모호한 몽환과 신비의 색채이다. 이외에도 숱하게 많은 비유와 해석이 가능한 다중적 작품이라 읽은 사람들마다 감상이 다 다를 것이 분명하다. 1893년에 초연되고, 드뷔시가 오페라로 만들어 1904년에 초연한 <펠레아스와 멜리장드>는 분명히 이미 고전 희곡의 자리에 오른 작품. 이제야 읽어 어찌 만시지탄이 없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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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1-07-06 10:1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오 할 일이 많아지는 리뷰네요!ㅎㅎ 드뷔시의 펠레아스와 멜리장드를 듣고
<루살카>,<운디네>가 어떤 이야기인지 슬쩍 찾아보고 마지막에 이 책도 읽구요. ‘파올로와 프란체스카‘는 무수히 변주되었을 듯 합니다.😆

Falstaff 2021-07-06 10:54   좋아요 5 | URL
ㅎㅎㅎ 우짜 그걸 다 하시려고요. 돈도 많이 들고 시간도 만만치 않은 걸요.

청아 2021-07-06 11:07   좋아요 3 | URL
유튭으로 찾아놨어요ㅋㅋㅋ스콧님과 폴스타프님 덕분에 온통 클레식입니다.✌

Falstaff 2021-07-06 11:13   좋아요 3 | URL
아, 유튭이면 라흐마니노프의 <프란체스카 다 리미니 rachmaninoff francesca da rimini>도 검색해보셔요.
그게 파올로와 프란체스카 불 붙는 오페랍니다. 완전 러시아판 치정 잔혹극. ㅋㅋㅋ

청아 2021-07-06 11:12   좋아요 2 | URL
오호! 러시아판!!!감사합니다ㅋㅋㅋㅋ

잠자냥 2021-07-06 11:2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불면증 환자에게 드뷔시의 <펠레아스와 멜리장드>와 마테를링크의 <펠레아스와 멜리장드>를 동시에 처방하면 꿀잠 직행이로군요?! ㅋㅋㅋㅋㅋ

Falstaff 2021-07-06 11:35   좋아요 3 | URL
ㅋㅋㅋㅋ 잠자냥 님 재치가 만땅이셔요. ㅋㅋㅋㅋㅋ 바로 직행 맞습니다.

syo 2021-07-07 11: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급독서와 클래식, 오페라 막 이런 품격있는 음악은 기필코 같이 가는 건가요?? 🥲 오늘날 이 시점까지 드뷔시가 드비쉬인줄 알았던 음알못 syo는 서재이웃님들이 음악에 대한 박식을 공개하실 때마다 우옵니다😢

Falstaff 2021-07-07 11:43   좋아요 0 | URL
흥. 뽕짝 얘기할 때는 한 마디도 안 하시더니, 뭐 음악 차별하는 거예요? ㅋㅋㅋ
세상에 음악에 품격이 어딨어요. 듣는 사람하고 맞느냐 아니냐 이것 말고는 아무 것도 없습니다.
톨스토이냐 야설이냐! 난 둘 다 기호에 맞는 사람입니다. 물론 직격으로 비교는 상상도 못하겠지만, 이들 사이에 다른 건, 내놓고 보느냐, 숨어서 보느냐의 차이 말고, 또 다른 호오의 관점이 있나요?
우리의 초사이언, 사이오 님 그렇게 안 봤는데 차별을 허시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syo 2021-07-07 11:46   좋아요 0 | URL
뽕짝 그건 저도 꽤 아는 거니까요 ㅋㅋㅋㅋ 😆 나도 좀 아는데 남이 아는 게 뭐 그리 특별해보이겠어요 기본지식인가보다 했지 ㅋㅋㅋㅋㅋㅋㅋ 제가 클래식을 겁나 많이 알고 뽕짝을 하나도 몰랐으면 폴스타프님 뽕짝 페이퍼에 이런 댓글이 달렸겠죠? ㅋㅋㅋ
 
크리스마스 캐럴 펭귄클래식 43
찰스 디킨스 지음, 이은정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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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급기야 읽고 말았다. 몇 번에 걸쳐 안 읽겠다고 광고를 했었지만. 글쎄 이게 디킨스의 힘이라니까. 본문이 2백 쪽 조금 넘어 그냥 <크리스마스 캐럴> 한 작품이겠거니 하고 아무 생각 없이 골랐더니, 디킨스가 크리스마스를 주제로 해서 쓴 에세이와 단편소설을 포함한 모음집이다. 이 가운데 <크리스마스 캐럴>만 따지면 136쪽 분량. 이것만 가지고 책을 엮기엔 분량이 애매할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펭귄 클래식 원본도 모두 일곱 편의 작품을 실은 것처럼 보인다. 불만 갖지 말자.
  작품은 당연히 중편 분량의 표제작이다. 이외에도 <크리스마스 케럴>을 쓰기 위한 워밍업처럼 읽히는 <교회지기를 홀린 고블린 이야기>도 들어있다. 고블린, 유령과 도깨비의 중간단계. 주로 무리지어 생활하는 걸 보면 아무래도 유령보다는 도깨비라고 해야 마땅하겠다. 옛날 옛적에 가브리엘 그럽이라는 이름의 교회지기가 있었는데, 교회지기라 함은 교회를 돌보면서 교회묘지에서 무덤 파는 일을 겸했던 사람이다. 그럽 씨는 성질이 괴팍하고 고집스럽고 무뚝뚝한 사람으로 성격 역시 까다롭고 침울한 외톨이 성향으로 몇 백 년이 흐르면 이런 스타일을 ‘외로운 늑대’라고 칭할 전형적인 사람이다.
  이이가 비록 교회지기라 하지만 유럽 사람들 최고의 명절인 크리스마스가 다가와도 그게 도대체 나하고 무슨 관련이 있단 말이냐, 하는 심정으로, 하필 또 때맞춰 죽어준 사람이 있어 성탄전야에, 아이고 잘 됐다 싶게, 필요도 없는 성탄전야 만찬이나 뭐나 하여튼 별 잡스런 모임에 가는 대신 밤이 내린 묘지에 가서 내일 하관을 할 묘지를 파는 일을 하기로 했다. 그래 삽을 가지고 가 땅을 다 파놓고 넓은 묘석에 앉아 담배 한 대에 질 나쁘고 쓰기만 한 네덜란드 진 한 모금을 마시려는데, 앞 묘지의 묘비에 길고 괴상한 모습의 다리를 달고, 힘줄로 불거진 맨 팔을 내놓았으며, 깃털 장식이 하나 달린 원뿔 모자를 쓴 고블린이 자기를 빤히 바라보고 앉았는 거 아니냐 말이지. 그래 기겁을 했는데 이에 그치지 않고 고블린이 자기 머리통을 잡아 아래로 꾹 누르니까 몸 전체가 땅 밑으로 쑥 들어가 고블린들의 앞마당으로 떨어져버렸다. 거기서 생고생을 하고, 다음날 눈을 떠보니 자기가 앉았던 넓은 묘석에 누워 서리를 덮은 채 잠을 자다 깬 거였다.
  가브리엘 그럽 씨는 그 길로 삽과 진이 든 병과 기타등등 사소한 물품을 팽개친 채 외지도 도망을 가, 오랜 세월이 흘러 다시 마을로 돌아와 성탄을 축복하며 지내더라는 이야기. 뭐 한 마디로 <크리스마스 캐럴> 같은 동화 비슷하다.
  <크리스마스 캐럴>은 수없이 많이 각색되어 갖가지 콘텐츠로 발표가 된 작품이라 누구나 내용을 알고 있을 듯하다. 이 책 역시 마찬가지다. 각색 과정에 분량을 줄이기 위해 몇 가지 생략한 에피소드는 있을지언정, 아마 숱하게 접한 콘텐츠를 모아 짜깁기하면 원본과 다 맞추어질 수 있을 것. 그리하여 새삼스레 뭐 독후감이라 쓸 거리도 별로 없다. 당신에게 권하지도 않거니와, 나 역시 이럴 줄 알았으면 선택하지도 않았을 듯. 아, 몰라. 이제 디킨스는 정말 안 읽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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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레사 2021-07-05 10: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ㅎ 저도 디킨즈 좋아합니다

Falstaff 2021-07-05 10:24   좋아요 2 | URL
ㅋㅋㅋ 전 변덕이 심해서 좋았다, 싫었다, 다시 좋았다가 미워지고 막 그렇습니다.

유부만두 2021-07-05 10:27   좋아요 1 | URL
팔스타프님, 디킨스에 정드셨어요.

Falstaff 2021-07-05 10:41   좋아요 2 | URL
이거, 미운정 맞죠? ㅠㅠ

유부만두 2021-07-05 12:31   좋아요 3 | URL
고운정 2: 미운정 8 인걸로 해두죠.
(사귄지 오십 년 넘으셨죠?)

Falstaff 2021-07-05 12:52   좋아요 1 | URL
그렇게 하겠습니다. 2:8. ㅋㅋㅋㅋ 사귄 기간은 3급 대외비입니다. -_-;;
 

알라딘 22주년 기념 기록 노트라는 것을 열어봤더니 재미난 게 있다.

과거는 뭐 별로 중요하지 않고, 관심도 별로 두지 않으며 사는데 전혀 기억하지 못한, 알라딘에서의 처음 쇼핑 품목이 아주 예상 외의 것이어서, 깜짝 놀랐다.



폴란드의 국민작곡가라는 평을 듣는 스타니슬라브 모니우츠코가 작곡한 오페라 <저주받은 영지>. 내 식대로 번역하면 <유령의 장원>. 제목은 살벌한데 작품은 그렇지 않다. 이때가 아마 모니우츠코의 다른 작품 <할카>를 인상깊게 듣고 폴란드 음악과 모니우츠코의 다른 작품을 뒤적이던 때였을 것이다.

알라딘 전에는 우리나라 최대 음반사인 핫트랙을 보유하고 있던 교보문고에 집중했었는데 기억나지 않는 이유로, '권태로워져서'가 제일 중요한 이유였으리라, 잠깐 응24를 거쳐 알라딘에 정착했다. 나도 놀랐다. 첫 쇼핑이 <유령의 장원>이란 것이. 그래서 알라딘 귀신이 된 건가?



그리고, 1년에 2백 권 정도의 책을 읽는 사람 가운데, 내가 아는 바에 의하면 우리의 초능력자 초 사이언인 사이오 님을 제외하고는 찾아보기 힘든 거. 바로 보관함에 쟁여 둔 책들이다.



저번에 보관함 공개한 적 있는데 조금 줄었다. 두 권 사는 데 한 달이나 걸린다고 협박하는 알라딘. 거 참. 권 수에 따라 멘트 좀 다른 걸로 깔아두지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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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1-07-03 16:46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대박!! 장바구니와 보관함에 단 두 권!! 엄청납니디!!!

Falstaff 2021-07-03 16:51   좋아요 5 | URL
ㅎㅎㅎㅎ 그게 아니라... 성질이 드러워 도무지 보관함에 오래 두지 못하고 얼른 사버려서 그런 거 같습니다. 그래서 책 검색을 여간해서 하지 않는다는 슬픈 이야기가 있습지요. ㅠㅠ

syo 2021-07-03 16:55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저는 며칠 전까지 텅 비어 있던 장바구니에 장마를 맞아 열 권을 넣어 놓았사온데 하필 이런 타이밍에 이런 페이퍼를 쓰셨군요 ㅋㅋㅋㅋㅋㅋ 졌다....


Falstaff 2021-07-03 17:03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 뭐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ㅋㅋㅋㅋㅋㅋ

청아 2021-07-03 16:59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알라딘과 첫만남 부터가 남다르셨군요! 게다가 전 장바구니 폭파직전이라 부끄럽습니다. 저 나름 미니멀리즘 추구하는데 쩝....
존경합니다!! 우선 장바구니 1000권이내로 줄여야겠어요.😭

Falstaff 2021-07-03 17:04   좋아요 3 | URL
와우.... 천 권 이내로. 언제나 놀랍니다. @.@

페넬로페 2021-07-03 17:28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장바구니와 보관함에 책이 두 권밖에 없다니요!!!!!
저는 다 사면 거의 이천만원에 육박하더라고요 ㅎㅎ

Falstaff 2021-07-03 17:56   좋아요 4 | URL
ㅋㅋㅋㅋㅋ 제가 알라딘에서 여태 산 거보다 더 많네요. 저도 여태 산 금액이 2천에 육박은 하지만 좀 덜 육박. ㅋㅋㅋㅋ

mini74 2021-07-03 17:33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저 ㅠㅠ 보관함에 있는거 다 지르면 동네 도서관을 이길듯요 ㅎㅎ

Falstaff 2021-07-03 17:41   좋아요 5 | URL
ㅋㅋㅋㅋㅋ 도서 대출업 한 번 생각해보심이....

청아 2021-07-03 18:06   좋아요 4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stella.K 2021-07-03 19:10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와, 2006년이면 상당히 오랜데요?
폴님을 서재에서 뵙게 된 건 비교적 최근인 것 같은데.
한 2, 3년전부터...?ㅎ
저는 2003년 <요셉과 그 형제들> 1권을 샀더라구요.
저도 긴가민가 하는데 알라딘에서 그렇다면 그런 줄 알아야죠.
다 문명의 이기 아니겠습니까?^^

Falstaff 2021-07-04 15:37   좋아요 2 | URL
그렇네요. 2006년 10월 말일부터 알라딘을 주로 이용했군요.
서재 활동은 아마 2016년 말? 2017년 초부터 써놓은 독후감을 올리는 걸로 시작한 걸로 기억하니 한 십년 동안 독립군 했군요. ^^

새파랑 2021-07-03 21:2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역시 알라딘과 첫 만남부터 엄청나셨군요~!! 전 첫 구매가 Teps책이라고 뜨네요 ㅡㅡ 공부한 기억은 없는데 ㅎㅎ 전 구매금액이 상위 1퍼센트대네요 😭

Falstaff 2021-07-04 15:38   좋아요 1 | URL
엄청나긴요 뭐. 음반이나 책이나 특별한 거 있나요.
알라디너, 말이 좋아서 그렇지 사실 자기 취미생활 하는 것 뿐이잖아요. ㅋㅋㅋ

붕붕툐툐 2021-07-03 22:3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ㅋㅋㅋ알라딘과의 강렬한 만남 덕에 여기서 폴스타프님을 친구로 계속 뵐 수 는 거군요~ 조씁니다~ㅎㅎ

Falstaff 2021-07-04 15:39   좋아요 2 | URL
그리고 툐툐님하고 인연이 되니까 서재친구도 맺고 그런 것이지요. ㅋㅋㅋ

잠자냥 2021-07-04 00:1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는 보니까 2007년에 첫 알라딘 구매였네요. 폴스타프 님처럼 책이 아니라 음반, 그것도 프란츠 퍼디난드 (희귀) 싱글 앨범이었고… 현재 보관함은 713권 담겨 있어서 망설이면 32개월 걸린다네요. ㅎㅎ 그 시절에 저는 알라딘에 서재라는 게 있는 줄 몰랐어요. ㅎㅎ

Falstaff 2021-07-04 17:45   좋아요 3 | URL
ㅋㅋㅋ 잠자냥 님도 CD가 시작이었군요.
그땐 책이나 CD나 잘만 고르면 할인폭이 대박인 것들이 있어서 접속하면 눈알을 굴려대는 바람에 지금보다 더 많이 샀던 거 같아요.
도서정가제 이후 오히려 책을 덜 사고 있다는 거, 이거 좀 알아야 하는데 말이지요.
 
모프라 ff 시리즈 7
조르주 상드 지음, 정희경 옮김 / 꿈꾼문고 / 2020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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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섯 살 연하의 남성들, 시인 뮈셰와 피아니스트 작곡가 쇼팽과의 연애로 더 유명한 문필가 조르주 상드, 1804년에 파리에서 태어날 때의 이름 ‘아망틴 뤼실 오로르 뒤팽’은, 사실 1830~40년대의 영국에서는 빅토르 위고, 오노레 드 발자크보다 더 유명한 소설가였다고 한다. 물론 지금은 나부터도 위고나 발자크하고는 비교 자체를 안 하지만 당시 유럽 사람들의 기호에 훨씬 더 잘 맞추어주었던 모양이다. 19세기 프랑스에서는 역사상 최초로 활동하기에 편한 남자 옷을 입고 거리를 활보하는 여성들이 탄생했는데, 이들 가운데 한 명인 상드는 주로 승마복을 입고 다녔다 한다. 이에 파리 경찰청에선 남자 옷을 입고자 하는 여성들은 미리 신고하라고 했던 모양. 그러나 이를 무시하고 자신 마음대로, ‘자유롭게’ 남성복을 착용한 이들 가운데 가장 앞에 섰던 인물이 조르주 상드라고 한다. 즉 상드가 여성운동 발아기의 한 축을 담당했다고 해도 그리 큰 무리는 아니다. 작가라는 직업을 이용하여 자신의 신념을 널리 알릴 수 있었으니까.
  이 책 <모프라>에서도 여주인공 솔랑주-에드몽드 드 모프라, 애칭 에드메는 남자의 독재를 거부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책을 여성주의 소설이라 보기엔 조금 무리가 있다. 그보다는 고딕소설, 기사-로맨스, 교양소설, 범죄, 역사 소설의 혼합체(위키피디어 참고)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작품의 주제를 중심으로 말하자면 낭만-계몽시대의 중요한 과제였던 “사랑과 교육”을 주제로 했다고 할 수 있다. 상드는 어린 시절을 베리 주province에 있는 할머니 마리-오로르 드 삭스의 집에서 보냈고 열일곱 살 때 할머니가 운명하자 이 집을 유산으로 받았다. 이런 이유로 상드의 많은 작품에서 베리 주와 그곳의 저택이 자주 등장한다고 하는데, 이 작품도 그렇다.

 

  프랑스의 바렌 지역. 라마르슈와 베리의 접경지역에서 가장 나무가 빽빽이 들어차고 인적이 드문 곳에 다 무너져 내린 작은 성 ‘로슈-모프라’가 있었다. 이곳의 성주 트리스탕 드 모프라는 여덟 아들을 두었는데, 이 가운데 장남 하나만 결혼하여 외아들을 두었으니 아 아이 베르나르가 남자 주인공이다. 베르나르의 어머니는 아이를 낳고 얼마 안 있어 장폐색으로 생을 마감하고, 아버지마저 몇 년 후 삶을 접고 만다.
  트리스탕의 (사촌)동생 위베르 드 모프라는, 말하자면 모프라 가문의 방계혈족이라 할 수 있다. 귀족의 차남은 스탕달의 주장에 의하면 원래부터 군인이나 성직자, 적과 흑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거의 관습이라 젊은 시절에 몰타 기사단 소속으로 평생 독신서원을 한 바 있다. 그러나 세상은 그의 신념에 간섭하기를 머뭇거리지 않아 60세가 넘어 상속자를 얻기 위해 결혼을 해 딸을 낳는다. 이이의 아내 역시 딸을 낳자마자 장폐색으로 생을 마감하니 이런 우연이라니. 딸이 바로 에드메 모프라, 여자 주인공이다.
  트리스탕과, 하나 죽고 이제 일곱 명 남은 아들들, 그리고 새로이 들어온 손자 베르나르와 함께 아홉 명(또는 열 명. 작품 속의 친척관계, 구성원의 수 같은 건 앞뒤가 조금 맞지 않는다.)의 집단을 이룬 로슈-모프라 성. 저 깊은 숲속에 음산하게 자리한 성은 온갖 범죄와 죄악과 부도덕의 온상이다. 읽는 내내 사드 후작의 <미덕의 불운>이나 <소돔 120일>에서 악당들이 거주하는 외딴 산의 저택이나, 완전히 고립 단절된 성을 생각할 수도 있으리라. 이들 열(또는 아홉) 명의 구성원은 먼저 영지의 평민들을 착취하고, 이어 부근에서 강도질하고, 더 넓은 영역으로 진출해 강도, 부녀 납치 등을 하는 와중에 폭행, 살인, 겁탈을 밥 먹듯이 저지르는 부끄러움 모르는 악당들이다. 베르나르도 이들과 어린 시절을 보내며 특히 큰 삼촌 장 모프라로부터 온갖 나쁜 성향을 배워 이제 악당의 무리 가운데 하나로 접어들 상태가 된다.
  반면에 로슈-모프라에서 60리 떨어진 자신의 영지 생트-세베르 성은, 선한 기사 출신의 위베르 드 모프라와 그의 아름다운 딸, 도지사의 법률 공부를 하고 지금은 도지사의 보좌관으로 있는 약혼자 드라마르슈 씨가 편안하고 건강한 삶을 사는 미덕의 집이다. 착한 위베르는 장조카가 죽은 후 그의 아들 베르나르를 자신이 맡아서 교육하고 상당한 재산을 상속하려 했으나 트리스탕이 일언지하 거절하고 자신의 성으로 데려가는 바람에 뜻을 이루지 못했었다. 하지만 아직 베르나르에 대한 애정은 정혀 식지 않았다. 이리하여 베르나르와 에드메가 열일곱 살이 됐을 때, 사냥을 좋아하는 위베르는 집안 행사로 여우 사냥을 준비했고, 말타기를 좋아하는 에드메 역시 사냥에 참가해 말을 타고 가다가 그만 길을 잃고 만다. 이때 우연히 에드메를 만난 모프라 형제는 그를 속여 로슈-모프라 성으로 끌고 가고, 때를 맞추어 강도단 체포를 위해 들이닥친 기마경비대와 전투를 벌이게 된다.
  기마경비대와의 전투는 모프라 형제들의 우위 속에 소강상태로 접어들고, 그때마다 형제들은 에드메를 욕보이고 죽이고자 하는 시도를 엿볼 수 있는 와중에, 아직 삼촌들만큼은 악당물이 들지는 않았고, 나이도 어려 제대로 전투를 하지 못하는 베르나르가 에드메를 자신의 당고모인지도 모르고 감시하게 됐는데, 둘은 이 와중에 서로에게 호감을 갖게 된다. 에드메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 이 절명의 순간을 벗어나기 위해 에드메는 베르나르의 요구대로 이미 드라마르슈 시와 약혼한 신분임에도, 베르나르에게 몸을 허락하기 전에 아무에게도 허락하지 않겠다는 맹세를 한 후, 둘은 로슈-모프라 성을 빠져나온다. 이게 신의 한 수. 숨을 고르고 있던 기마경비대는 이후 일시에 공격을 감행해 루이와 피에르는 전사, 로랑과 레오나르는 가조 탑에 이르러 자살하고, 앙투안과 장, 고셰는 다른 방향으로 도주하다 고셰는 연못에 빠져 익사하고 둘은 행방불명된다. 그러니 이제 베르나르가 유일한 모프라의 직계 혈통이 된 것.
  선한 위베르는 장손 베르나르를 최대한 따뜻하게 맞아주고, 이미 채권자의 손에 넘어가버린 로슈-모프라와 영지를 다시 낙찰받아 베르나르에게 되돌려주려 한다. 이 과정에서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중요한 조연 세 명. 숲속의 현명한 은둔자 파시앙스, 장셰니즘 신부 오베르, 흰담비, 족제비, 두더지 사냥꾼 마르카스와 그의 충실한 개 블레로.
  이후 상당한 분량이 위키피디어에서 말한 기사-로맨스, 쉬운 얘기로 베르나르와 에드메의 밀고 당기기가 이어지는데, 이는 야만화 되어버린 베르나르를 예절과 품위를 아는 인물로 교육시키기 위한 에드메의 현명한 조치로 판명된다. 오베르 신부를 가정교사로 하여 라틴어를 제외한 프랑스어, 역사, 철학, 신학, 신사로의 말버릇과 몸가짐 등을 배우는 장면으로 말하자면, 위에서 애기한 바처럼, 사드 후작의 사악한 창조물들의 집단에서 건진 한 명의 탕아를 교육을 통해 개선해나갈 수 있다는 교양소설로 읽히게 만든다. 그러면 뭐하나. 여자와 남자 주인공 사이의 밀고 당기기를 읽기가 징그럽게 힘들어지는 걸. 물론 와중에 주로 장 자크 루소의 철학이 에드메의 입을 통해 설파되기도 하고, 밀당의 피곤함에 나가떨어진 베르나르의 아메리카 독립전쟁에 참전하고, 현지에서 중요한 친구 아서를 만나는 일까지 나오기는 하지만, 별다른 에피소드 없이 밀고 당기고, 오해와 질투와 그리고 남발하는 구태한 어휘들이, 아이고, 아이고, 징그럽다.
  이런 로맨스로 일관하면 재미가 덜해지니 클라이맥스로 치닫기 위한 도움닫기로 등장하는 것이 이미 독자들은 언제 나오나 궁금해마지 않던 행방불명된 삼촌들 장과 앙투안. 이리하여 소설은 또다시 범죄를 다루는 Bildungsroman, 탐정소설의 영역으로 접어든다. 여기에 시대적 배경으로 보면 주인공들이 대개 1760년 초에 탄생해 소설의 막바지에 프랑스 혁명을 겪고, 이후 전쟁에도 참전하니 책을 출간한 1837년 입장에선 역사소설일 수도 있다.
  하여튼 이런 다양한 장르의 소설 형식을 합한 형태의 작품으로, 내가 읽은 바로는, 당대에는 절찬리 환호 속에 읽혔을지라도, 이제는 구태한 대사와 조금은 억지스런 로맨스가 그리 재미있게 다가오지는 않을 것 같은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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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1-07-02 09: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생각보다는 혹평이 아닌데요? ㅎㅎㅎ 저땜에 순화하신 거 아닙니까?
아, 폴스타프 님은 ˝여자와 남자 주인공 사이의 밀고 당기기를 읽기가 징그럽게˝ 힘드셨구나. 전 그 부분이 재밌었거든요. ㅋㅋㅋㅋ 특히 여주인공이 남주 막 가르치고 호통치는 거 뭔가 통쾌해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좀 너무 긴 느낌은 있었어요. ㅎㅎ

Falstaff 2021-07-02 09:35   좋아요 2 | URL
ㅋㅋㅋ 순화한 거 아녜요.
전 사드의 악당들도 교육을 통해 순화될 수 있다는 교양주의를 좀 까려고 했는데 쓰다보니 다른 길로 빠졌더라고요. ㅋㅋㅋㅋ

잠자냥 2021-07-02 09:40   좋아요 1 | URL
그럼 폴스타프 님은 악당들도 교육을 통해 순화가능하다고 생각하시나요? 그 교양주의를 까려고 하셨다는 거 보면 아닌 거 같긴 합니다만...

Falstaff 2021-07-02 09:49   좋아요 1 | URL
순화할 수는 있겠지요. 그러나 더 많은 시간과 치료가 필요할 거 같네요.

저는 그것보다 ㅋㅋㅋㅋ 교양주의 소설 자체를 싫어해요. 씨, 재미있으려고 소설 읽지 못된 놈들도 교육받으면 착해진다, 그러니 차카게 살아라... 아이고, 재미 없어요.
악당은 악당 같이 살다가 벌을 받든지, 아니면 나쁜 짓해서 번 이익으로 죽을 때까지 잘 먹고 잘 살든지 하고, 착한 것들은 착해서 죽을 때까지 동네북처럼 줘 터지든지, 나중엔 쨍하고 해가 뜨든지 해야 산뜻하지 않나요? ㅋㅋㅋㅋㅋ

잠자냥 2021-07-02 09:52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 아 무슨 말씀인지 알겠어요. 그놈의 빌둥스로만ㅋㅋㅋㅋㅋㅋ
제가 깜빡했습니다. 우리가 괴테를 싫어한다는걸 ㅋㅋㅋㅋㅋㅋㅋ(괴테 이름만 써도 진저리가 나네요;;; 아이구.... 그놈의 빌헬름마이스터....ㅋㅋㅋㅋㅋ)

유부만두 2021-07-02 18: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상드 생일(7/1)에 맞춰서 읽으셨어요?

Falstaff 2021-07-02 20:19   좋아요 1 | URL
아, 그런가요?
근데 설마 그럴리가 있겠습니까. 마누라 생일도 놓치는 만날 구박덩어린 걸요. ㅋㅋㅋ